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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일자 <뉴욕 타임즈>에 실린 최상훈 기자의 기사
11월 1일자 <뉴욕 타임즈>에 실린 최상훈 기자의 기사 ⓒ 이유경
<뉴욕타임스>에서 한국 관련 기사를 주로 쓰는 최상훈 기자가 1일 인종 편견으로 각종 문제를 앓고 있는 한국을 다룬 글을 올렸다.

단일 민족을 목숨처럼 여기고, 복숭아 색만이 '살색'으로 통하는 나라. 동남 아시아 이민자들과 노동자들은 천대하고 차별하면서 백인들에겐 우호적인 나라.

'어두운' 피부의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는 '화냥년' 취급하면서 코케이션 계통의 백인과 결혼하는 여자는 부러워하는 사람들.

남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갔다가 임신한 몸으로 돌아온 여자들에게 북한 당국은 중절을 강요한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 도대체 왜 이럴까?

기자는 여러 번 외세의 침입을 받으면서도 유달리 단일 민족을 강조했던 한국의 과거사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에 대해 잠시 언급한다. 그리고 중국에 조공으로 바쳐졌던 여자들, '화냥년'이라고 고향에서조차 내쳐진 여자들, 일제시대 위안부였던 여자들, 한국 전쟁 이후에는 미군 병사들과 '어울렸던' 여자들, 그리고 그들의 '튀기'에 대해 얘기한다.

단일 민족을 부르짖던 한국 사람들이 한국 전쟁으로 한꺼번에 많은 서양인을 처음 보게된다. 그리고 그들, 그 중에서도 백인들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은 복잡해진다. 기존의 배타심에 부러움의 감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인 병사들에게 몸을 판 여자들은 과거의 '화냥년'이나 '위안부'들보다 훨씬 더 심한 비난을 받는다.  

외국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자는 한국의 정부와 언론이 OECD의 다른 선진국들과 한국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등수를 매기는데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예쁘고 젊은 백인(주로) 여성들과 만담을 늘어놓는 "미녀와의 수다"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람들끼리 얘기할 때 미국인을 '미국놈'이라 경멸해서 부르고, 한국 태생이나 미국으로 입양된 '미국인'에게는 충분히 '백인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외국인과 함께 다니는 한국 여자를 볼 때, "내 엄마가 날 배신한 것 같다"고 느끼는 한국 남자들이 있다.

이런 한국 사회에 다시 한 번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외국인 거주민의 숫자가 2배로 증가해서 120만 명에 육박한 것이다. 이번의 빠른 변화는 한국보다 못 사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외국인들에 의한 것이다. 현재 4870만 명에 이르는 한국 인구는 심각한 저출산 탓에 더욱 줄어들 전망이고, 따라서 외국인들과 '본토' 한국인들 간의 비율은 점점 더 좁혀들 것이다.

기자는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오는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 한국의 노총각들과 결혼하는 동남아시아 여자들, 고되지만 싼 임금 탓에 한국인들이 꺼려하는 일을 바다와 농장, 공장에서 대신하는 사람들. 영어에 집착하는 한국인들 덕분에 영어권에서 온 동남아인들은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지난 10월 21일,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외국인 이주민들, 특히 가난한 아시아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에 대해 심각한 차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적 학대, 인종 차별적인 욕설, 불충분한 안전 교육, 같은 직종의 한국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이 외국인들에게는 필수적으로 부과하는 에이즈 감염 여부 공개 등이 문제의 주된 내용이었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인종 차별 근절을 위한 국제법을 채택했고, '순수혈통'이니 '잡종'이니 하는 용어를 없애기 위해 대중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기자는 소개했다. 그러나 인종 차별 입법화를 위한 공청회가 일부 한국인들이 일으킨 소동으로 크게 방해받았다고 보도했다. 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과 이방인에 대한 배타심이 작용한 탓이다. 

여지껏 한국인들에게 세계화란 수출을 많이 하고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것을 의미했으나 급증하는 외국인 이민자들 때문에 새로운 의미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고, 사람들은 이에 어렵게 적응 중이다. 2008년의 한 조사 결과, 외국인과 단 한 번도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한국인이 42%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한국인들에게 밀려들어오는 외국인들, 특히 '검은 피부'의 동남아시아계 외국인들은 쉽게 환영하기 어려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기사 속에 함축되어 있듯이,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배타심과 증오심에는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적 요소가 들어있고, 그런 분노의 감정은 외국인과 함께 하는 한국 여자들에게 특히 더 분풀이가 되고 있다. 백인과 함께 하는 여자들이 '검은 피부'의 외국인과 함께 있는 여자들보다 덜 욕을 먹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몇 년 전에 태어나서 처음 미국을 방문한 시골의 한 할머니가 식품점 안에서 어떤 흑인 남성과 거의 몸이 부딪힐 뻔하자,  "어이구 깜둥이다!" 하며 소스라치게 놀라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천만다행으로 그 흑인 남성은 한국말을 못 알아듣고 지나쳤지만, 사실 그 할머니의 '바디 랭귀지'는 누가봐도 분명했다.

1965년이 되어서야 겨우 투표권을 얻게 된 미국의 흑인들. 흑인계의 바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지만, 인종적 편견은 미국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오랜 시간 지속된 미국의 노예제도, 그로 인한 온갖 인종적 편견과 악습은 미국 사람들이 직접 체험해 온 살아있는 역사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이 전혀 없는 한국인들이 피부색으로 인종 차별을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게다가 외국인에 대한 분노의 감정과 열등감을 여성에게 푸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단일 민족을 내세우는 일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의 한국은 빠르게 다민족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과연 한국 사회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참고로 미국은 노예 해방 전쟁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제도를 마련했고, 그 이후로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인종 문제는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있다.


#한국사회#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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