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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말을 막론하고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사회에서 경멸의 대상이 되어 그 사회로부터 퇴출당할 것이다.

 

즉 미국사람이 coffee라는 말을 [커피]로 발음한다면 미국 사회에서 자기네 말도 올바로 발음할 줄 모르는 바보 천치로 대화의 상대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도 '김치'를 [기무찌]나 [킴치]로 발음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올바른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경멸의 대상이 될 것이다.

 

모 대학 영문과 교수의 글을 보니 영어 표기법을 개선해야 된다는 말을 하며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부정적 기능을 역설하였는데(10월 22일자 조선일보 A37면), 이 법은 비단 영어뿐만이 아니라 빌려 쓰는 모든 외국어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중국말에 있어서는 炸醬面[짜쟝먄]을 [자장면]으로, 영어 coffee[코휘]를 [커피]로, 일본말에 있어서는 東京[도꾜]를 [토쿄]와 같은 엉터리 발음으로 표기하고 있다.

 

더욱이 웃기는 것은 외래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최고 책임자인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짜장면]에 대한 질의를 한 결과 "자장면"은 표기의 측면이고 [짜장면]은 발음의 측면이라는 실로 경천동지할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

 

한글은 글자 하나에 소리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일자일성(一字一聲)의 특성을 가진 글자인데 '자장면'으로 표기해 놓고 [짜장면]으로 발음하라고 하는 것은 한글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치이다.

 

<외래어 표기법>의 모순은 잘못된 발음 표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법 제 1장 제 5항을 보면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로 되어 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1940년대에 조선 총독부의 감시 아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일본식 발음으로 된 모든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고칠 수가 없다.

그 결과 모든 외국어가 일본식 발음으로 표기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network이라는 영어는 [넽웕]이 올바른 발음인데 일본식 발음인 [넫또와꾸]를 본떠서 [네트워크]로 표기하며, 독일어인 Arbeit은 [알바잍]이 옳은 발음인데 일본식 발음인 [아루바이또]를 본떠 [아르바이트]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모순덩어리인 <외래어 표기법>이 70여 년 동안 이 땅을 지배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세계적인 소리글자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지만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영어를 제일 잘못하는 민족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런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외래어 표기법>만 개선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그 모법(母法)인 <한글 맞춤법>도 바꿔야 한다.

 

<한글 맞춤법>도 조선총독부 감시 아래에서 193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 법을 근거로 하여 <외래어 표기법>이 만들어져 있으므로 <한글 맞춤법>을 고쳐야 <외래어 표기법>도 고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을 폐기하고 세종대왕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살려 새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한글 맞춤법>과 <빌린 말 표기법>을 만들어 올바른 언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한글 연구회

최 성철

                http://cafe.daum.net/rakhy


#한글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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