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강물을 수놓던 10월 24일. 남한강 유역인 강천마을 앞 바위늪구비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바로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와 안양중앙성당을 비롯하여 8개 성당에서 달려온 천주교 신자들이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의 강, 천주교 1000인 기도 순례'라는 제목으로 모인 것이었는데, 참가한 사람은 애초 계획했던 1000명을 넘어 1500여명에 달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애당초 오전 1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워낙 많은 이들이 참석했고, 몇몇 늦게 도착한 이들로 인해 낮 12시가 돼서야 미사가 시작됐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염원하는 미사를 드린 후 강변에 둘러 앉아 각 성당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점심식사를 즐겼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신자는 "마치 어릴 때 소풍을 나온 것 같다. 내 어릴 때 살던 고향하고 많이 닮았다"면서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마친 신자들은 각 본당별로 강가를 걸으며 본격적인 도보순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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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가로 순례를 시작하는 신자들 1,500여명의 천주교 수원교구 신자들이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하여 기도순례를 떠나고 있는 모습. 중간에 철탑에 걸려진 흰 표지는 4대강 사업을 빙자한 대운하가 건설될 경우 수몰될 수위를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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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희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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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도달한 이들은 강변의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어린시절의 추억 속에 잠시 머무르는 듯했다. 스스로를 보수우익이라고 밝힌 한 신자는 "대부분의 보수주의자들은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절대 졸속으로 하지 않는다"며 "꼼꼼히 살피고 또 살피면서 일을 추진한다, 몇 개월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2~3년만에 사업을 다 한다는 것은 진정한 보수주의자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보수주의자들일수록 이제까지 지켜져 온 것들은 더 오래 지키려고 애를 쓰는게 아니냐?"고 반문을 하며 "보수주의자라면 더 열심히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안양에서 온 김안드레아씨는 "결국에는 제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고 돈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도 토건대기업에서 사업을 받아가면 제대로 서민들에게 일자리가 공급되겠는가? 기계로 다 작업을 할 것이고 인건비가 싼 이주노동자들을 사용할 것이고 환경만 파괴하고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얼마동안 억새가 무성하게 우거진 좁은 길을 따라 걷자, 퍼포먼스가 예정된 자리가 나왔다. 이곳에 도착한 신자들은 '4대강사업중단하라!'라는 대형현수막을 들고 잠시동안 퍼포먼스를 한 뒤 마침기도를 끝으로 오후 4시경 각자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