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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 지리산 10경에도 피아골 단풍은 빠지질 않는다.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 지리산 10경에도 피아골 단풍은 빠지질 않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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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피아골은 단풍명소다. 지리산 10경에도 피아골 단풍은 빠지질 않는다. 요즘은 예전 만 못하지만 아직도 피아골 단풍의 명성은 자자하다. 피아골 단풍 구경에 나선길이다. 연곡사를 지나 피아골로 향한다. 성급한 마음에 단풍보다 한발 앞서 왔나싶다. 온 산에 붉게 물든 만산홍엽을 보고자 왔더니 단풍은 아직 산허리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지리산은 주봉인 천왕봉(1915m)과 노고단(1507m), 반야봉(1751m) 등 3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100여리의 산악 군을 형성하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하여 지리산이라 불렀으며, 두류산 또는 방장산으로도 불린다.

단풍 하나, 햇살 받은 울긋불긋 단풍잎

 지리산 피아골은 이제야 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지리산 피아골은 이제야 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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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은 자태를 뽐내는 단풍잎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다.
 수줍은 자태를 뽐내는 단풍잎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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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피아골은 이제야 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피아골의 깊은 계곡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단풍구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산자락 사이사이에 울긋불긋 수줍은 자태를 뽐내는 단풍잎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다.

'지리산이 아름다운 건 당신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피아골 등산로 초입에 걸려있는 표어다. 그래, 아름다운 마음으로 오가는 행락객들이 있어서 지리산은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이제껏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피아골이다. 전쟁으로 인한 '피의 골짜기', 피난지로서 '피하는 골', '피밭이 있는 골짜기' 어떤 게 정답일까요. 질문을 대하고선 잠시 머뭇거렸다. 오래전 읽었던 조정래 <태백산맥>의 구절을 떠올려봤다.

 피아골의 단풍은 화려함보다는 은은함으로 소리 없이 다가온다.
 피아골의 단풍은 화려함보다는 은은함으로 소리 없이 다가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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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얼어 죽고 굶어죽고 총 맞아 죽었던 빨치산의 피와 죽음을 단풍 빛깔에 견주어 묘사했다. '피아골의 단풍이 그리도 핏빛으로 고운 것은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고 했다. 먼 옛날로부터 그 골짜기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피밭이 있는 골짜기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피의 골짜기'가 정답일까. 사실 피아골은 피를 많이 심었던 골짜기다. 피아골은 습지대가 많아 도처에 피가 자생했다. 피밭골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피아골은 옛날 피밭골로 불렸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진다. 햇살을 받은 단풍잎은 정말 곱다. 오가는 행락객들의 옷 색상과는 대조적이다. 올 유행이 검은색이라더니 등산복은 어두운 색 일색이다.

단풍 둘, 붉으락푸르락 행락객의 붉어진 얼굴

 차량이 밀고 올라오자 행락객들은 낯을 붉혔다.
 차량이 밀고 올라오자 행락객들은 낯을 붉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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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로 향하는 비좁은 길을 모방송사의 승합차가 올라온다. 차량에 떠밀리다시피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 그 길을 좌우로 걷는 사람들이 위험해 보인다. 차량이 밀고 올라오자 행락객들은 낯을 붉혔다. 오랜만의 산행에 달뜬 얼굴들이 당혹감으로 인해 단풍잎보다 더 붉어졌다. 순간 행락객들의 얼굴에 단풍이 물든 것이다.

서울에서 모임이 있어 왔다는 이찬웅(59)씨는 "못 됐네요!"라며 당혹스런 마음을 표현했다. 승합차의 선탑자는 "환자가 있어서요"라며 한마디 던지고는 어디냐고 되묻자 차문을 닫고 그대로 올라간다.

행락객들의 얼굴에 단풍지게 했던 승합차는 선유교 부근에 서있었다. 하긴 더 이상 차량이 올라갈 수 없다. 당혹해하던 표정들도 잠시, 행락객들은 이내 단풍의 유혹에 빠져든다.

"진짜 예쁘다, 단풍구경 끝!"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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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교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든다. '찰칵, 찰칵!'
 선유교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든다. '찰칵,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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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이파리 하나만 간직한 채 벌써 이파리를 다 떨궈낸 나무도 있다.
 노란 이파리 하나만 간직한 채 벌써 이파리를 다 떨궈낸 나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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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은 빨갛고 노란 옷을 아직 다 갈아입지 못했다.
 단풍은 빨갛고 노란 옷을 아직 다 갈아입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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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단풍나무 곁에 멈춰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든다. '찰칵, 찰칵!' 피아골의 단풍은 화려함보다는 은은함으로 소리 없이 다가온다. 연곡천 계곡의 물소리는 저리도 요란하게 흘러가는데.

연곡천을 가로지르는 선유교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계곡의 나무들은 아직 대부분 무채색이다. 나뭇잎은 매말랐다. 단풍의 아우성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노란 이파리 하나만 간직한 채 벌써 이파리를 다 떨궈낸 나무도 있다. 가지 끝에는 새움이 돋는다.

단풍 셋, 동동주에 불콰해진 선홍색 얼굴

단풍은 빨갛고 노란 옷을 아직 다 갈아입지 못했다. 성급한 맘에 단풍보다 발걸음을 빨리한 때문이다. 단풍의 황홀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리품값은 한듯하다.

 개가 똬리를 틀고 있다. 개 팔자 상팔자라더니, 녀석 팔자한번 좋아 보인다.
 개가 똬리를 틀고 있다. 개 팔자 상팔자라더니, 녀석 팔자한번 좋아 보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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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마을 가게 화단에는 개가 똬리를 틀고 있다. 개 팔자 상팔자라더니, 녀석 팔자한번 좋아 보인다.

'피아골계곡식당'이다. 단풍으로 서운한 맘 동동주 한잔으로 달래볼 참이다. 동동주에 도토리묵이 잘 어울릴 듯싶다. 기본으로 나온 쑥부쟁이나물과 죽순나물 아삭하기가 유별난 매실장아찌가 입맛을 돋운다.

 더덕향이 일품인 동동주는 도토리묵과 궁합이 잘 맞았다.
 더덕향이 일품인 동동주는 도토리묵과 궁합이 잘 맞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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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주는 더덕향이 아주 진하다. 시원함에 더덕향이 일품인 동동주는 도토리묵과 궁합이 잘 맞았다. 참나물 오이 등과 함께 무쳐낸 도토리묵의 맛도 여느 집과는 확연히 달랐다. 고소하고 깔끔함이 돋보인다. 주인장의 친절함도 정말 맘에 든다. 그 맛에 반해 한 잔 한잔 들이키다 보니 얼굴은 어느새 단풍 빛깔로 물들기 시작한다.

지리산 피아골의 삼색단풍을 구경한 멋진 하루였다. 내려오는 길에 신라고찰 연곡사를 들러볼 예정이었으나 사찰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어 다음으로 미뤘다. 연곡사는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6세기 중엽 세운 사찰이다. 부도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사찰은 국보급 보물이 많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리산#피아골#만산홍엽#동동주#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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