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닮은 점이 많다. 기와집에 사는 두분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 두분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매주 그 분들을 만나야 하니까. 한분은 매주 월, 화  안방극장을 통해 만날 수 있고 다른 한분은 매주 라디오연설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굳이 차이점을 찾으라면 뇌용량... 그리고 한분은 비난은 받을 지언정 최고 상한가를 치고 있고 다른 한분은 인기를 잃은 지 오래이라는 사실이다.

 

전자에서 언급한 분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이고 후자에서 언급한 분은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분'이라고만 하겠다. 이유인 즉 농담반 진담반으로 '허위사실 유포죄'와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매섭게 갈아 겨눌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나 아직까지도 감이 안잡히시는 분은 위해 결정적인 힌트! 뭐니뭐니해도 이 분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정말 열심히 일하시지만 국가 발전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

 

미실과 그분은 많은 능력을 지녔는데 우선 압도적인 세력을 가지고 있다. 미실의 파벌은 화백회의 10명 중 8명이나 아군 및 배타적 아군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에 질세라. 그분의 파벌 역시 만만치 않다. 국회 정원의 과반을 거느리고 있으며 누구와 친하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연대와 은퇴낚시를 즐겨 하시는 분이 이끄는 2중대를 배타적으로 거느리고 있다. 연대와 2중대는 각각 이합집산하는 매력이 있지만 기득권 논리로 똘똘 뭉치는 강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혼맥을 통한 포섭도 잘 하신다. 사실 이 분들이 정통성이 좀 떨어지시기 때문에 혼맥을 통한 포섭은 필수사항이다. 미실은 상대등 세종과 병부령 설원, 진흥왕과 진지왕과 혼인한 전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친척들은 혼맥들로 점점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부군후보 1순위인 김춘추와 풍월주 김유신 역시 혼맥으로 묶었다. 43회분에서 하종은 "자식 다 풀어서 몽땅 홍맥을 맺으면 돼요. 그게 최고입니다" 라며 끝 없는 포섭의 대향연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그분은? 굳이 말 필요 없다. 아래의 표를 참고하면 된다.  

 

 2007년 당시 기준으로 작성된 혼맥도
2007년 당시 기준으로 작성된 혼맥도 ⓒ 성주영

 

그래도 두 파벌 다 큰 적수 때문에 고민이 많다. 두 파벌의 고민거리인 적들은 '타협을 모른다'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미실파벌의 적인 덕만공주는 공주라고는 하지만 왕실에서 자라지 않은데다 여성으로서 왕이 되려 한다. 그분 파벌의 적은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학벌도 없고 인맥도 우수하지 않다. 그 적들은 틈만 나면 기득권을 끌어내리는 개혁을 전두지휘한다. 그래서 그 적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43회분에서는 덕만공주가 '조세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개혁안의 요지는 "부자 중과세, 서민 감세가 핵심"이었다. 덕만공주는 "5천석의 토지를 기준으로 그 이상의 영토를 소유한 자들에게 중과세를 부여할 작정입니다" 라고 공표했다. 그분의 파벌은 '종합토지부동산세'를 날벼락처럼 맞았었다.

 

"이거 영 말을 안들으니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나 보다. 정통성이 부족한 미실은 결국 쿠데타라는 극단적 방법을 획책한다. 쿠데타 구실은 어떻게 만드나? 미실은 "더욱 치사하고 비열한 수를 써야한다."라며 힌트를 주더니 '날치기'와 적반하장식 낚시를 실행에 옮긴다. 긴급화백회의에서 세종은 덕만공주를 탄핵안을 발의한다.

 

"공주 덕만은 화백회의 동의 없이 군량미를 풀어 신국의 국방을 위기에 처하게 하였으며 또한 불공정한 조세안으로 화백회의와 귀족들을 교란시켰으며 이 모든 것은 화백회의를 무력화시키고 폐하려는 덕만공주의 의도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에 덕만공주께서 조정의 모든 정무에서 물러나 공주로서 황실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대등들의 뜻을 모으고자 합니다."

 

그분과 그분의 파벌은 미실에 비해 치사하고 비열한 수를 즐겨 쓰신다. 그래서 미실이 일생에 한번 택한 '날치기'를 습관처럼 반복해왔다. 우선 적의 탄핵을 성사시켰다. 훗날 의회쿠데타는 국민의 저항 때문에 실패로 끝났지만 임기 5년 내내 테클신공을 발휘한다. 국방을 위협하는 '친북좌파', 무능한 '아마추어리즘', 국민을 향한 '세금폭탄', 여당을 향한 '일당독재'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명분의 어이없음은 어느 쪽이 드라마이고 어느 쪽이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미실의 난은 실패로 끝나지만 그분은 결국 권력 획득에 성공한다. 후에 그분은 한 언론사에 낙하산을 투하시키기 위해 날치기 신공을 또 한번 세상에 드러냈다. 미실이 자기네 파벌만 가지고 화백회의를 열고 상대 파벌의 출입을 병사의 스크럼으로 봉쇄했듯, 그분의 심복은 주주총회에서 자기네 편만 출입시키고 사원주주들은 용역깡패의 스크럼으로 막았다. 그리고선 간계를 써 덕만공주 파벌을 역적으로 몰아버리는 미실처럼 양심을 지키려는 사원들을 해직시키고 법정에 세우는 적반하장 전술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미디어법 날치기로 기습상정의 기본기에 재투표, 대리투표 등 필살기를 선보여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다음주에 방영될 미실의 난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고 한다. 공통점이 많은 두분이니 최후까지 공통점이 많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감추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풍자적 요소로 쓴 글이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까, 잠시 위축되더라도 언젠가는 민주주의가 꽃필 그날을 기다려 본다.


#이명박#미실#선덕여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