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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은 "이제 대안학교는 자율적 강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얘기했다.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은 "이제 대안학교는 자율적 강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얘기했다. ⓒ 이주빈

"대안학교, 이젠 자율 넘어 자율적 강제 고민할 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과반수는 '교육'이라고 응답할 것이다. 오죽하면 '입시지옥'이라는 무시무시한 새로운 조합어가 나오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하는 아이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문제 많은 교육을 바꿔보겠다고 모든 정권은 용을 쓰지만 그다지 신통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왜냐면 공교육 정상화를 목청껏 외치지만 해마다 사교육 시장은 늘어만 가고, '이럴 바엔 차라리' 하며 어린 자녀들을 해외 유학 보내는 이들은 갈수록 늘기 때문이다.

이 말 많고 탈 많은 교육에 '대안'을 찾아보겠다며 여러 실험과 노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전교조 교사들과 참교육학부모회 회원들은 공교육의 틀 안에서 의미있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또다른 어떤 이들은 이른바 '대안학교'를 만들어 학교의 틀 자체를 새롭게 짜서 새로운 교육을 꿈꾸기도 한다.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은 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교육자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지혜학교는 '중·고 통합 철학 대안학교'로 내년 2월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2일부터 11일까지는 6년제 중·고 통합과정과 3년제 고등학교 과정의 신입생 원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김 교장은 지혜학교 개교를 준비하기 전엔 전교조 활동을 하며 공교육의 틀 안에서 교육의 희망을 찾아보기도 했고, 광주 한빛고라는 대안학교에서 교장을 하며 초창기 대안학교의 성장통을 몸소 겪기도 했다.

지난 17일 개교를 앞두고 지혜학교는 새 단장을 하느라 분주했다. 김 교장 역시 "이런 설렘은 처음"이라며 기대에 들뜬 표정으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김 교장에게 일반학교와 대안학교의 차이부터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일반학교가 타율적 강제로 운영되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대안학교는 자율과 자유를 운영의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대안학교는 고향과 같은 곳이죠. 언제나 그립고, 보고 싶고, 생각나는 곳. 고향과 같은 그곳,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은 평생을 함께 할 친구들 즉 도반을 만나고, 평생 믿고 따를 만한 선생을 만날 기회가 일반학교를 다닐 때보단 커지죠."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다닐 수는 없고, 또 모든 학부모가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처럼 공교육의 틀 안에서 '작은학교' 운동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선은 우리 아이의 학창시절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 아이가 사회적 경쟁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 구체적으론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했으면 좋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아이들을 일반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나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산초등학교의 사례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한 사례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런 사회에서 우리 아이가 가져야 하는 경쟁력이란 어떤 경쟁력인가, 또 그 경쟁력은 과연 생태적 관점이나 인간해방의 관점에서 봤을 때 옳은 것인가?'. 그래서 결국엔 아이들이 가치관을 제대로 가꾸고 가질 수 있는 것인가가 여러 가지 다양한 (교육실험의) 평가를 하는데 핵심적 요소가 돼야 합니다."

 김창수 교장이 1차 전형에 합격한 임진희(16)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진희 학생은 태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부모님과 부산에서 살고 있다.
김창수 교장이 1차 전형에 합격한 임진희(16)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진희 학생은 태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부모님과 부산에서 살고 있다. ⓒ 이주빈

김 교장은 아이들 가치관의 정립과 성숙이라는 측면에서 대안학교의 역할을 일반학교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지만 "이제는 대안학교도 자율적 강제가 작동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기 싫은 것도 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하는 단계"가 자율적 강제라고 했다.

"대안학교들이 자율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개인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개진됩니다. 그런데 그게 합리적 대화나 토론을 통해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교류되면 좋은데 그러지 않은 경우 많아요. 감정에 의해서 자기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한다거나 싸울 수 있는 분쟁의 소지가 많아요.

이런 갈등과 분쟁의 어려움이 봉착했을 때 이를 조절하고 정리를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공동체이든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야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대안학교도 이제 공동체 안에서의 분쟁을 조절하고 정리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 지혜로운 공동체, 이것을 제도화·문화화시킬 수 있는 장치 등 이 세 가지 있어야 제대로된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자신을 잘 살필줄 아는 교육, 자기를 조절할 줄 아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가정형편 어려우면 대안학교 가기 힘든 현실, 정부가 지원해야"

공교육의 한계도 분명하고, 공교육 내에서의 대안적 시도도 한계가 있다면 대안교육만이 절대적 대안일까. 하지만 이 대안은 현재로선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만만치 않은 수업료 때문에 대안학교가 저소득층 자녀들은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꿈의 학교' 혹은 '귀족학교'가 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하위 중산층 아래로는 대안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교육이 발생하는 곳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공공적 의미의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라면 홈스쿨링까지 예산을 지원해야 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지금처럼 학부모가 전적으로 교육비를 부담하는 단계에서 정부가 아닌 교육주체들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장학금 제도나 후원제 제도인데 대안하교 가고싶어할 때 학교를 재정지원 하지 말고 학생을 지원해달라는 것입니다. 학교에 툭 장학금 내놓지 말고 한 사람이 힘들면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한 사람(학생)을 지원해주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찌됐든 간에 이런 현실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짐으로) 떨어져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지혜학교에서는 입학생의 10% 범위 안에서 장학생을 뽑을 예정인데 지혜학교 교육과정에 적합한 아이나 오고 싶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지혜학교 들어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폐교. 지금은 지혜학교로 변신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혜학교 들어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폐교. 지금은 지혜학교로 변신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이주빈

교육문제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유독 극성스런 학부모'라는 말이다. 자녀 교육에 극성을 떠는 것은 학부모의 학력의 높낮이와도 상관없고, 심지어 운동권 출신이거나 현재 활동중인 학부모가 더 자녀 교육엔 극성을 떤다는 조소마저 들린다. 왜 이렇게 '교육'에 극성스러운 것인가.

"교육은 지혜로운 이를 길러내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혜는 생활의 지혜, 삶의 지혜 그리고 존재의 근원에 대해서 끊임없이 묻고 답해가는 보다 근본적인 지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재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지혜로움으로 빛을 발해주는 사람이거든요. 간디같은 사람이죠.

학부모들이 '애들은 내 붕어빵이다' 이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부모는 자식의 정답지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베낍니다. 맘에 안드는 모습이 있으면 그건 부모의 모습입니다. 감각적 경험의 세계를 사는 어른들의 경험은 쓰레기지 지혜는 아닙니다. 교육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어른들이 아이들 가르치고, 학부모들이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지혜를 가지려는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입니다. 지혜는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부모가 변해야 아이가 변하고, 부모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이도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지혜학교에서는 교사들이 공부하는 교육대학원, 학부모들이 공부하는 학부모대학, 학생들이 공부하는 지혜학교 등 이렇게 교육의 세 주체가 '지혜'를 화두로 끊이멊이 공부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지혜학교 개교를 준비하는데 길게는 3년이 걸렸다는 김 교장. 그와 그의 '지혜의 도반들'이 새롭게 걸어가는 길은 대안학교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냐고 묻자 김 교장이 웃으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어쩌면 이 말이 우리가 찾는 교육의 '대안'인지 모를 일이다.

"많은 이들이 '그 학교 가면 대학 갈 수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정답 맞추는 교육은 하지 않지만 6년 애들 데려다 철학과 지혜교육 실시하면 대학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쉽게 해결 할 수 있다'고. 사실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파악해서, 제대로 말하고, 내 할 일 제대로 하는 아이를 길러내는데 대학은 부산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목표하지 않아도 염려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지혜학교#대안학교#김창수#교육#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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