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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나서라. 아파서 못 살겠다."

 

한 노동자가 상복을 입고 국회 국정감사장 앞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최고위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 노동자는 14일 부산지방노동청 앞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장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은 14일 부산지방노동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1인시위를 벌였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은 14일 부산지방노동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1인시위를 벌였다. ⓒ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49) 의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부산지방노동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1인시위를 벌였으며, 다른 노동자들 집회 때는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오는 20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열릴 예정인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감 때도 1인시위를 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이른바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 사건' 해결과 '현대미포조선 투쟁 이면협약서' 이행을 요구하며 울산과 서울 한나라당사 앞 등에서 10개월 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최대 주주다.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 사건' 등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게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의 입장이다.

 

현대미포조선에서는 2008년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사내하청(용인기업)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이 벌어졌다. 정규직 활동가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도우면서 투신과 구속 등이 벌어졌다. 법원 판결 등에 따라 용인기업 노동자 30여명은 전원 정규직으로 복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현장노동조직 '현장의소리' 소속 한 조합원이 투신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영도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본부장과 김순진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조직 '현장의 소리' 의장이 한 달 넘게 현대중공업 소유의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다.

 

고공농성이 한창이던 지난 1월 17일 밤 굴뚝 아래에서는 농성장을 지키던 노동자와 현대중공업 경비대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서는 진보신당 소속 당원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었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는 이날 충돌을 '경비대 심야테러 사건'이라 부른다.

 

이날 충돌로 농성장 물품과 차량이 파손되고, 농성장 주변은 불에 타기도 했다. 당시 김석진 의장은 의식을 잃고 병원에 후송되었으며,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10개월째 병원 치료와 5개월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사측은 당시 현장 활동가들이 집회와 유인물을 통해 회사 비방과 명예훼손을 했다며 징계했는데, 김석진 의장은 정직 2개월을 받았다. 나머지 10여 명의 정규직 활동가들은 정직과 출근정지,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는 "당시 그 주변에는 전경차 1대를 포함한 경찰들이 있었으나 현대중공업 경비대를 제지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다"면서 "심야테러 몇 시간 후 경비대들은 경찰이 보는 앞에서 승용차 20여대를 나눠 타고 유유히 공장 문을 빠져 나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은 14일 부산지방노동청 앞에서 노동자 집회 때 연설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은 14일 부산지방노동청 앞에서 노동자 집회 때 연설하고 있다. ⓒ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이들은 사건이 벌어진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부산지방노동청과 울산지방경찰청이 적극 나서지 않아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고, 김석진 의장은 해당 기관을 상대로 한 국회의 국정감사 때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는 "심야테러를 사주하고 방조한 현대중공업과 울산지방경찰청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테러를 가한 당사자 현대중공업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세우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김석진 의장이 일하는 현대미포조선은 위협으로 사건고발을 덮으려는 의도로 이른 새벽부터 자택을 감시하고, 미행하며, 심지어 수십 년 간 해온 작업조건까지 변경하였다"고 덧붙였다.

 

김석진 의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심야폭력테러는 그냥 넘어갈 수 없고,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한번 맺은 협약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 민중들의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지금은 혼자 싸우고 있지만 10년 계획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준 대표#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국정감사#김석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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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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