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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교수.
 손석희 교수.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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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경제에서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자산의 가치와 중요성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유형자산만큼이나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무형자산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흔히들 말하는 '브랜드(Brand)'다. 브랜드 가치, 혹은 브랜드 이미지.

기업의 CEO들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된다"고 말하고 있고, 국가의 대통령들은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너도 나도 떠드는 이 브랜드, 브랜드 가치란 쉽게 말해,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나 국가, 사회가 해당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음으로 인해 앞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영국의 브랜드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의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날드와 같은 브랜드의 가치는 수백억 달러를 상회한다.

브랜드 가치란 결국 소비자의 해당 브랜드에 대한 믿음, 신뢰도에 달려있는 것이다. 우리가 햄버거 하면 맥도날드를 떠올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것은 맥도날드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 즉 어느 매장에 가도 저렴한 가격에 맛좋은 햄버거를 손쉽게 먹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가 삼성의 애니콜을 사는 이유는 애니콜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 즉 튼튼한 내구성과 빼어난 디자인, 높은 효용성이 보장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방송·연예인에 대한 브랜드 가치도 그들의 능력에 대한 신뢰로부터 비롯된다. 시청자들이 유재석이 진행하는 방송을 즐겨보는 까닭은 그의 탁월한 진행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이라면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방송가 예능국 연출자들이 유재석과 강호동을 애타게 찾는 까닭도, 그들이라면 어떤 형식의 방송을 맡겨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이 보장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 진행자 손석희의 브랜드 가치 

그렇다면 MBC <100분 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진행자이자 대학교수인 손석희의 브랜드 가치는 얼마나 될까? 코리아리쿠르트 조사 '가장 닮고 싶은 언론인 1위'(2005년), 캠퍼스헤럴드 조사 '대학생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 1위'(2007년), 해럴드경제 선정 '대중문화 빅 리더 30인'(2008년), 아시아투데이 선정 '파워엘리트 50인'(2009년), 시사저널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2005~2009년 연속)….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인, 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손석희의 브랜드 가치란 실로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소중한 것이다. 그런 손석희가 올 가을개편에 지난 7년 동안 자신이 진행해왔던 <100분 토론>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보도에 따르면 하차 사유는 고액의 출연료 때문이라고 한다. MBC의 경영적자 문제 때문에 진행자를 높은 출연료의 부담이 있는 외부인사 대신 내부인사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몇몇 외부 MC들이 교체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실제로 손석희의 하차소식을 접하고 난 뒤엔 한동안 실소를 금치 못했다. MBC 측에서 하차사유라고 내놓은 대답이 참으로 궁색했기 때문이다. 높은 출연료가 문제라고? 하기야 그런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MBC 측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출연료 얘기 말고는, 손석희를 내칠만한 뚜렷한 명분이 그들에겐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손석희의 라디오 출연료는 1억7699만원으로 MBC 내에서 강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받은 것이었다. 혹자는 이 자료를 보고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손석희가 방송에 미치는 영향력, 즉 브랜드 가치가 빠져 있는 것이다.

TV 방송에 시청률이 있다면, 라디오에는 청취율이 있다. 지난 4월 한국리서치가 수도권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취율 조사 결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청취율은 6.6%였다. 이는 전체 라디오 프로 가운데 <두시 탈출 컬투쇼>(SBS) <지금은 라디오시대>(MBC) <여성시대>(MBC)의 뒤를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청취율이며, MBC 라디오 프로만으로 따졌을 땐 3위, 동시간대로 따지면 단연 1위를 기록하는, 높은 청취율을 자랑하는 프로다.

손석희 없는 <100분토론>, 생각할 수 있을까

 손석희 교수.
 손석희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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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청취자들의 높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첫 번째는 진행자가 다름 아닌 손석희이기 때문이다. 시사프로의 진행자로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그가 진행하는 프로이기에 청취자들은 믿고 청취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청취자가 선호하는 남성 진행자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손석희의 브랜드 가치를 제외한 출연료 논란은 하나마나 한 것이다.

이번 가을개편 때 하차설이 불거진 <100분 토론>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2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약 7년 10개월 간 진행해 온 <100분 토론>은 손석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대중들은 이제 <100분 토론>하면 손석희, 손석희 하면 <100분 토론>을 떠올릴 정도다. 그가 아닌 다른 진행자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하는 누리꾼들도 다수다.

몇몇 보수언론에서는 <100분 토론>의 낮은 시청률을 들먹이면서 손석희를 우회적으로 비난했지만, <100분 토론>이 밤 12시가 넘어서야 방송이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낮은 시청률이라고 보기에도 힘들다. 그 시간대의 방송들은 성격과 형식을 막론하고 대개 1~3%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송 3사의 시사토론 프로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100분 토론>의 경쟁력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주말인 금요일 밤 12시와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SBS <시사토론>이나 KBS <심야토론>과는 달리 평일인 목요일 밤 12시 10분에 방송되는 <100분 토론>은 편성 시간대에서부터 불리하다. 금요일 아침에도 똑같은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벽 2시까지 TV를 시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안 좋은 여건 속에서도 <100분 토론>은 올 1~8월 평균 시청률 3.0%(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김제동과 손석희 돌연 '퇴출', 방송사 떳떳한가

이처럼 손석희가 시사프로의 진행자로서 사랑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손석희가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과 소신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진행은 편파적이지 않다. 토론 프로의 진행자로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의견을 방송의 진행이 원활하게 유지되는 선 안에서 충분히 수용하게 만든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어느 한 쪽의 의견이라고 무시하거나 묵살하지 않는다.

그러니 보수정당이나 보수단체, 보수언론에서도 그에게 쉽사리 '좌파' 딱지를 붙이지 못한다. 윤도현이나 김미화, 김제동 등의 연예인에게 너무나도 쉽게 낙인을 찍은 그들이었지만, 손석희에게만큼은 함부로 그러지 못했다. 어느 한 쪽으로의 치우침 없으니 편파적이라며 비난하기도 마땅찮다. 시사 프로의 진행자를 까낼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이 '편파'를 들먹이는 건데, 그게 안 되니 출연료를 문제 삼는 것이다.

손석희의 또 다른 장점은 그가 단순한 진행자에 머무르지 않고 때론 날카로운 질문자의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을 놓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패널들이 출연했을 때, 손석희는 실제 청취자와 대중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것, 궁금해 하는 것들을 질문한다. 패널의 말과 인터뷰를 받아주는 선에서 머무르지 않고, 때론 질문을 받는 이가 불편하다고 느껴질만큼 날카롭고 민감한, 사안의 핵심을 찌른다.

지난 10일에는 김제동이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4년 동안 <스타골든벨>을 진행하면서 프로를 반석에 올려놓은 김제동의 하차에 대해 "외압에 의한 퇴출이 아니냐"는 안팎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관련해서 KBS 측에서는 "가을개편의 일환일 뿐, 그 밖의 다른 의도는 없다"며 해명하고 나섰지만, 하차 소식을 불과 며칠 전에 전달받았다는 김제동 측의 토로에 이는 설득력을 잃는다.

손석희 비싸서 못 쓴다면 유재석과 박명수는?

MBC는 고액의 출연료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손석희가 MBC에서 두 개의 시사 프로를 진행함으로써 MBC에 가져다 준 유무형의 이익은 출연료로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를 갖고 있다. 대중이 손석희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균형감각, 진정성, 깨끗한 이미지, 높은 신뢰도 등이 고스란히 MBC에도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경영적자를 흑자로 되돌리는 것과 시청자들의 추락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운 일일까.

끝으로 하나 더. 다른 이유도 아니고 고액의 출연료 때문이라고 하니 MBC에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며칠 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유재석의 MBC 출연료는 9억5440만원이었다. 유재석이 <무한도전>과 <놀러와> 2개의 프로를 진행한다는 걸 감안하면 방송 1개당 출연료는 4억7720만원인 셈이다. 대충 봐도 손석희의 3배에 달하는 초고액의 출연료인데, 왜 이번 가을개편 때 유재석의 하차설은 거론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유재석뿐만 아니라 박명수(8억4277만원), 이휘재(5억7454만원), 김구라(5억3278만원) 등등, 출연료 상위 10위 안에 드는 20명에게 MBC가 지난해 지급한 출연료 총액이 전체 출연료 지급액의 21.6%에 달할 정도로 크다고 하는데, 뭐 하러 비싼 외부인사들을 쓰는지 모르겠다. MBC 공채 개그맨과 아나운서 같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내부인사들로 예능 프로를 채우면 될 일 아닌가.


#손석희#100분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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