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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시행초기'의 문제인가?

4개월의 시범 실시를 통해 어린이집에 직접 전달되던 정부 보육료 지원금이 불법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던 '아이사랑카드'에 대한 혼란이 전국시행일인 9월 들어 최고조로 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시범실시 됐음에도 개선보다는 감춰졌던 문제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고, 보육시설 원장들은 물론 실무자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특정 카드회사가 선정돼 그에 따른 시너지효과와 더불어 가정경제에도 큰 도움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만 무성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고, 해당 카드사에 대한 불만과 함께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사건의 전말을 들춰 봤다.

아이사랑 카드란?

보건복지부는 9월 1일부터 영유아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납부해야 하는 보육료 중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를, 신한카드사에서 발급하는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이용권 형태로 지원하는 것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신용(체크)카드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보호자가 아이사랑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면, 우선 전담금융기관(신한카드)이 어린이집에 결제금액을 입금하고 그 다음 달에 정부지원보육료는 정부계좌에서 부모부담금은 부모계좌에서 인출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부모와 보육시설 종사자, 보육담당 공무원 등이 각종 정보 공유하고, 쉽고 편리하게 업무를 수행하고자 했으나 시행착오를 넘어 산 넘어 산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기엔 갖춰진 시스템 문제가 서로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초기 시행에 따른 문제점들이라 시간이 해결 해 줄 거란"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실상은 거의 마비상태다. 결국 탁상행정의 좋은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다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웬만하면 다 된다고 해 놓고, 왜 이렇게 안 되는 사람이 많아?

보건복지부와 실무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이사랑 카드의 신용카드 대 체크카드의 전국 발급비율은 7:3 정도다. "그러나 지역마다 편차는 있다"는 신한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신한카드가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밝혔다고 말해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기업이 몰려 있는 전국소득 1위 울산광역시의 경우 카드발급기준율은 6:4가량이다. 카드발급을 원치 않거나 신용 불량자를 제외 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제휴카드사의 카드 발급률치고는 너무나 적다"는 업계의 평이다.

울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보육시설 등에서 신용불량과 파산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은 실제 1%가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카드사의 이윤은 최대한 보전하고 부실채권 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너무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기대했던 가장 큰 혜택들은 기저귀 등을 최고 16~20%까지와 분유 7% 할인 등 실생활에 보탬이 되는 많은 혜택이 있음에도 카드발급이 거절됐던 탓도 한몫 하고 있다.

취재 초기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파산자나 신용불량자만 아니면 가능하다"고 답했으나 취재가 계속되자 "신용카드사 나름의 기준에 의해 카드가 발급되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다"고 입장을 바꿨다.

때문에 기존 보육비 혜택을 받고 있던 부모들은 "그렇다면 굳이 신용카드를 통해서 결제할 필요가 없는데, 카드 발급이 거절되고 아이사랑 카드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오히려 경제적 능력에 대한 비애감만 더 커졌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왜 신한카드만 사용해야 해?

그렇다면 일반카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굳이 신한카드인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부모들은 기존 현대H카드, 국민 스윗하트 카드들도 어린이집 5%~10%, 등 사용처에 따라 할인되는 혜택을 받아 왔는데 결제 시스템을 바꿔가면서 신한카드로만 결제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원금은, 카드회사의 기준?

신한카드 관계자는 "정부와 제휴해 만들어지는 카드이긴 하지만 신한카드도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신용평가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결국 주부의 경우 소득이 없거나 신용이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카드 발급이 원천 차단된다는 것.

결국 사소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있는 자에겐 더 많은 혜택을, 없는 자에게는 그림에 떡인 격이다'는 부모들의 반응이다. "이러한 보육행정들이 카드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부모들을 위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사랑 카드신청 후 결격 사유가 발생하면 즉시 소비자에게 고지를 해줘야 하지만 오히려 보호자들이 카드사에게 전화 확인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카드 발급이 늦어지면 우선 부모들이 보육시설에서 결제를 해야 되기 때문에 부모들에게는 부담이다.

한 술 더 떠 카드신청 시 상담원들은 신용카드가 우선이라고 상담하면서 카드를 무조건 발급 받아야 하는 것처럼 상담이 이뤄지고 있고, 지원받는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변경 된 후 카드가 발급돼도 '그냥 사용하라'고 권유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카드회사 상담사와 구청실무자들은 한 달 정도면 카드발급이 가능하다고 잘못된 정보를 안내하고 있어 그로 인한 부작용은 부모와 보육시설에 그대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담당자들은 "카드발급이 8월부터 집중적으로 밀리면서 발생한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결국 보호자의 카드 발급이 거절되고 체크카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업무 제휴 된 4개 지정은행에서 통장을 새로 개설하고 다시 신청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카드발급이 늦어지면 보육시설은 부모에게 선 결제를 부탁하고 있었으며, 7~8월 달에 결제한 금액은 9월말에 소급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육시설 원장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늦어도 매달 25일이면 보육아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일괄처리돼 그나마 계획성 있게 처리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초기엔 카드단말기가 없거나 오작동이 많아 한 달 이상 업무가 마비된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카드결제 시 시행초기에 따른 문제점과 컴퓨터 프로그램 오작동이 많아 결제가 늦어지면서 금융권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시행초기 보육시설 원장들의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스템상의 문제점... 전국 상담센터 업무마비... 본래 기본업무는 업무 마감 후 6시부터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사랑 카드는 전국 3만5천여 개의 보육시설 가운데 118만 명의 보육아동 중 70~80만 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문제는 4개 월 간의 시행초기를 거쳐서 9월 달에 이르러서는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예측이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관할 구청과 보육지원센터관계자들은 하루 전화가 80통 정도 오고 있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업무는 오후 6시 넘어서 시작하는 경우다 많다는 하소연이다.

"결제 일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면도 있지만 평상시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실무자들의 답변이다. 더욱이 전화연결 시 대부분의 안내 전화가 프로그램 매뉴얼과 컴퓨터 시스템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시간은 더욱 지체되고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보육시설 원장들과 지자체 실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혼란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핼프 데스크와  P/G을 만든 회사와의 통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이다.

보건복지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핼프데스크 상담 인원은 전국적으로 40명, 전국 43개의 보육지원센터와(전담직원1~3명)와 카드사의 상담센터(60명)도 있다고 하나 70~80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는 아이사랑 카드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 원장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프로그램을 잘 아는 원장들이나 보육센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 받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구청의 경우 관할감독기관이라 반복적인 전화를 하면 서로 향후 불이익을 당할까봐 전화가 망설여진다는 것.

여기에다 일부 구청직원들은 9월까지만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안내하는 직원도 있어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9월 시행 이후 2주 정도 가량은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보육센터직원들과 구청직원들 때문에 제대로 된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3번 가량에 그친 교육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를 보완할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삐걱되고 있다. 그는 "어린이집 방문결제 외에도 인터넷 결제, ARS 결제가 있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똥은 다른 곳에서 튀었다. 보육지원센터 등에서 결제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격조정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프로그램과 컴퓨터상의 충돌문제라면 도우미의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것.

보육지원센터 관계자는 "보육원원장들이 프로그램 설치 시 윈도우 버전이 낮은 경우 권한설정이 없지만 상위버전의 경우 권한설정을 해줘야 하고, 익스플러 버전이 다르거나 프로그램이 잘못 설치되었을 때는 자동으로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 당혹해 하는 원장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단순 프로그램의 매뉴얼과 설치/삭제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바이러스, 컴퓨터 자체의 오류, 응용프로그램과의 충돌 등이 발생하면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문제해결 범위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육센터란 말 그대로 보육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지 3번 정도의 교육만을 받고 컴퓨터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전문적인 명쾌한 해답을 요구하면 어떡하냐?"고 반문한다. 때문에 서울지역의 경우 결제 일에 가까울수록 쏠리는 경향이 있기 하지만 보육지원센터 당 하루 80여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광역시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관련 어린이집과 보육기관은 600여개 정도, 하루 70통의 전화가 걸려오면 업무마비상태에 이른다.

현장에 나가 보육시설 점검 등 어린이들의 안전과 건강상태를 해칠 수 있는 요인들을 사전 차단해야 될 업무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이사랑카드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다.

왜 결제가 안 돼요?... 범죄의 유혹에 빠져봐?

아이사랑카드 결제와 관련해서도 문제점들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부모가 체크카드로 결제시 정부지원금 외에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는데 통장 잔고가 없을 시엔 결제가 안 된다.

100% 정부지원을 받는다 해도 보육료 외에 특별활동비들은 보호자가 별도로 계산해야 하지만 사전정보 부족으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아이들 입소일과, 부모가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아이사랑 카드 신청 후 확정된 날짜가 달라도 결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육시설 원장들은 이러한 문제가 해결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부모에게 카드양도를 부탁하게 되고 부모들은 카드양도에 관한 카드법을 위반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 관련 영유아보육법은 카드를 양도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맞벌이 부부나 시간에 쫓긴 부모에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일요저널에 송고



태그:#불만덩어리 아이사랑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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