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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중앙동구판장에서 42년째 생선장사로 잔뼈가 굵은 욕쟁이할머니입니다.
 여수 중앙동구판장에서 42년째 생선장사로 잔뼈가 굵은 욕쟁이할머니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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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가 바다의 어른이여, 삶아서 맥주안주하면 좋아"

수염이 긴 홍대가 바다의 어른이라고 말합니다. 욕쟁이 할머니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수염이 길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홍대 50여 마리(1kg)에 1만원입니다. 욕쟁이할머니는 홍대를 삶거나 튀겨놓으면 맥주안주에 아주 그만이라며 홍대 자랑에 열을 올립니다.

"싸게 줘도 안 팔려, 돈이 안 벌려 죽겠어"

추석 대목에 찾아간 여수 중앙동구판장 풍경입니다.
 추석 대목에 찾아간 여수 중앙동구판장 풍경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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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장사 잘 하셨나요?"

"여기는 도방이여 그런데도 1/3도 안 돼, 싸게 줘도 안 팔려, 돈이 안 벌려갖고 죽겠어."

여수 중앙동구판장에서 42년째 생선장사로 잔뼈가 굵은 욕쟁이할머니(72.최현례)는 요즘 돈벌이가 안 된다며 한숨입니다. 교동시장과 마찬가지로 중앙동구판장도 한산하기는 매 일반입니다.

이곳에는 복이 많이 나왔습니다. 까치복(4마리 5만원)이 참 예쁩니다. 처음 만난 까치복의 외모에 홀딱 반했습니다. 한번 자세히 보세요. 그 미모가 정말 빼어나죠.

어~ 여기 이상한 생선이 있네요. 살펴보니 고등어가 고등어?를 먹고 있네요. 보기 드문 진기한 모습입니다. 생선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처음 만난 까치복의 외모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 미모가 정말 빼어나죠.
 처음 만난 까치복의 외모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 미모가 정말 빼어나죠.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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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가 고등어?를 먹고 있네요. 보기 드문 진기한 모습입니다.
 고등어가 고등어?를 먹고 있네요. 보기 드문 진기한 모습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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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올해 경기가 별로 안 좋아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런 건 아랑곳없이 생선가게 주인은 이렇게 해야 사진이 잘나온다며 사진촬영을 거들어줍니다. 이러한 인심 씀씀이가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어디 이런 정을 느낄 수가 있겠습니까.

늦가을에서 초봄에 가장 맛이 좋다는 까치복은 복매운탕, 복지리, 복수육 등으로 즐겨먹습니다. 까치복은 독성이 있습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까치복을 독성이 강한 대표적인 복으로 꼽았습니다. 5월에서 12월까지 7개월 동안 잡히는 까치복은 몸길이가 60c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추석이 낼 모레인데 터무니없는 경매가격

겨울이 제철인 은복은 밀복이라고도 부르는데 매운탕감으로 좋다고 합니다.
 겨울이 제철인 은복은 밀복이라고도 부르는데 매운탕감으로 좋다고 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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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제철인 은복은 밀복이라고도 부르는데 매운탕감으로 좋으며 근육에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은복을 잡아와 경매에 나선 어부는 한참을 기다려도 임자가 나오지 않자 담배만 연신 피워댑니다.

중매인과 말을 주고받던 어부는 2상자에 3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아연 실색을 하더니 집에서 자신이 먹겠다며 다시 싣고 돌아갔습니다.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하고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추석이 낼 모랜데 말입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송승길(68)씨는 안타까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기자에게 사라고 부추깁니다. 저 많은 은복을 다 구입한다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저로서도 난감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이렇게 취재를 다니다보면 그저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할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살아있는 노랑가오리 녀석은 커다란 통속을 돌아다닙니다.
 살아있는 노랑가오리 녀석은 커다란 통속을 돌아다닙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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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노랑가오리 녀석은 커다란 통속을 돌아다닙니다. 이 녀석은 몸이 노란빛이나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노랑가오리라 부르며 바닥 생활에 적응하여 몸이 위아래로 납작합니다.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생활하며 겨울이 되면 깊은 바다로 이동합니다. 수정란이 모체 안에서 부화하여 나오는 난태생으로 번식하며 5~8월 사이에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출산합니다.

꽃게, "천원 빼 주께, 사가 알이 꽉 찼어"

조기, 고시(삼치새끼), 꽃게, 민어가 많이 보입니다. 꽃게를 아직 개시도 못했는데 사진을 찍는다며 이웃가게 할머니가 한마디 합니다. 중앙동구판장은 생선이 들어오면 현장에서 경매가 곧바로 이루어지는 도매시장이지만 일부 상회에서는 소매도 한답니다.

삼치를 전혀 손댈 필요가 없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깨끗하게 손질해 주네요.
 삼치를 전혀 손댈 필요가 없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깨끗하게 손질해 주네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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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가 하도 싱싱해 보여 1만원에 한 마리를 샀습니다. 전혀 손댈 필요가 없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깨끗하게 손질해 주네요. 

"꽃게가 싱싱하네요."
"느그 꽃게는 사진을 찍고 그런데,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꽃게 얼마예요?"
"8마리에 3만원, 천원 빼 주께 사가, 알이 꽉 찼어."

상인이 가자미를 봉지에 담고 있습니다.
 상인이 가자미를 봉지에 담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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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주머니는 민어를 사가네요.
 한 아주머니는 민어를 사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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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에는 생선이 가득합니다.
 좌판에는 생선이 가득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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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망설이던 아주머니는 천원을 빼준다고 하자 선뜻 꽃게를 삽니다. 덤으로 죽은 꽃게 2마리를 더 얻어갑니다. 오가는 흥정 속에 에누리와 덤이 있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맛에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아주머니는 꽃게가 아주 싱싱하다며 만족해합니다.

여수는 시장구경도 그만이지만 유명한 맛집도 많습니다. 서대회와 아귀찜, 금풍쉥이구이, 간장게장, 갯장어, 돌산갓김치 등은 추천할만한 음식입니다. 시장구경 후에 여수에서 맛볼 수 있는 여수만의 독특한 맛의 유혹에 한번 빠져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 중앙동구판장, #추석, #홍대새우, #까치복, #에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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