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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1~23일 새벽까지 이어진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치른 심경을 밝혔다. 25~26일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통해서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건 맞지만 몹쓸 사람은 아냐"

 

27일 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청문회를 끝낸 직후의 내 심정은 솔직히 착잡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건 맞지만 나쁜 짓을 한 몹쓸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다소 억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또 그는 "야당 의원 중 일부는 10분의 질문 시간 중 9분을 묻고, 1분만 대답할 시간을 줬다.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건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인 24일, 그는 대학총장인 친구와 만나 술을 참 많이 마셨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친구는 위로했지만 나는 통음(痛飮)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야당 의원들을 탓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이고, 세금 문제 등 몇 가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처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야당 의원 입장이었다고 하더라도 일부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꼬집는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득세 탈루 의혹, 2008년 맡긴 재무설계회사서 실수"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2006~2008년 사이 소득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는 "2008년의 소득이 문제였다"며 "그때 재무설계회사에 세금 처리를 맡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좀 실수가 있었다. 내가 고문으로 있던 인터넷 서점 'YES 24'의 세금 문제도 그때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문회가 열리기 전 그 회사에서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다. 최종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총리에 정식 임명되면 "90점 이상은 받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공부할 때 항상 90점 이상은 받았다. (총리로) 일을 하면 그 정도는 받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자유선진당 등이 반발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축소 우려를 의식한 듯 "무엇보다 세종시를 모범 도시로 만드는 데 열중할 것"이라며 "행정부처 일부를 옮기는 걸로는 세종시가 훌륭한 도시가 되지 못한다. 행정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모범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들·딸 "아버지 추궁당하는 걸 보고 마음 아파"... 엉엉 울어

 

정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난 뒤 귀가한 자신을 부인과 자녀들이 눈물로 맞았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정 후보자는 "아내와 아들딸이 TV를 통해 청문회를 꼬박 지켜보다가 집에 들어가니까 눈물을 흘리며 맞아들이더라. 아들과 딸은 '아버지, 왜 세금 신고를 제대로 못 했어요? 그거 잘 몰랐어요?'라고 묻더라. 그러면서 '아버지가 추궁당하는 걸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라며 엉엉 울더라"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나는 '모든 게 내 불찰이다. 내가 부덕해 너희들 가슴을 아프게 했다.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면서 "(이에) 아이들은 울면서 '우린 그래도 아버지가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걸 잘 알아요. 힘내세요'라며 격려하더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남은 인생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청문회를 계기로 나는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했다. 내 아들딸도 도덕적으로 잘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청문회에서 나는 고생했지만 배운 게 많았다. 나와 가족에겐 청문회가 하나의 축복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인준동의안 처리 여부에 초연한 입장"

 

국회의 국무총리 인준동의안 통과 여부와 관련해선 "초연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와 무소속의 도움을 얻어 인준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들은 '임명 반대'에 뜻을 모았다.

 

정 후보자는 "나는 정말 초연한 입장"이라며 "(인준안이 부결돼)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경제 연구도 하면서 종종 가던 서울 방배동 카페도 들러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여유를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의 총리인사청문특위 상황을 전화로 보고 해온 청와대의 비서관에게도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고 임명동의안도 처리되면 총리로서 열심히 일할 것이고, 동의안이 부결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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