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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탈당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발언으로 충청이 연일 술렁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세종시 논란과 관련 관계자들로부터 '세종시 해법'을 들어보았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명박표 세종시 건설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 요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일부 도민들께서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를 안할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권(민주당)에서 이명박이 되면 행복도시는 없다고 저를 모략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당선 뒤에는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세종시설치법률안에 대해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정권출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 이전기관 변경고시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행정도시의 위기와 지연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당연히 정권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충청권의 정권불신 여론은 호남에 육박하고 있다.

 

후보시절 약속, 어디로 갔나

 

최근 행정도시 백지화 음모가 청와대, 정부, 한나라당의 총공세로 전면화되고 있다. 급하긴 급했던 모양인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옹졸하게도 외국에 나가서까지 행정도시를 비하하는 발언을 퍼부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수도분할반대운동본부는 지식인모임으로 위장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중앙 언론들은 나팔수가 되어 정권의 거짓말 불감증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커녕 학자들까지 동원해 선거전술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궤변으로 정권을 엄호하는 등 70, 80년대 보았던 정치공작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겉으로는 행정도시 변질음모를 부정하며 원안 그대로 한 치의 착오도 없이 건설하겠다며 립서비스를 남발해왔다. 내심 때가 되면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하겠다고 벼르던 차에 그나마 무늬라도 충청권 출신인 정운찬 총리내정자를 제물로 삼아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명박 정권은 이렇게 건설백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것일까? 대통령이 수차례 공약한 행정도시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면 충청권 민심도 잡고, 공약도 지키고, 대규모 건설공사로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는 일거양득인 정국운영의 묘수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분명한 이유는 행정도시 건설이 한나라당의 재집권, 정권연장을 보장하는 수도권 1000만 표 지키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바리케이드라도 세워 수도권 철옹성을 지키면 재집권이 무조건 보장된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집권 초기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현혹시키고 여의치 않자 교육해방특구지정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면서 서울대 이전을 거론, 성격변경의 공식화를 통해 충청권신도시로 전락시켜 노른자위 경제부처 등을 제외한 일부 이전으로 행정도시의 축소와 변질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나라당 중심의 당리당략적 정국운영으로 이명박정권의 정책에 '지방'이라는 낱말을 사라지고 국가균형발전정책에서도 '균형'은 빠지게 되었다.

 

정책의 지연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행정효율성이 떨어지며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는 대재앙을 맞고 있다. 연기·공주의 예정지 주민을 세종시의 첫시민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결국 주민들을 내몰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했던 것이다. 3억이하 보상금 수령자가 75%인 상황에서 애초 목표보다 2년이나 늦게 입주한다면 보상금은 임시거주비용으로 모두 소진될 것이고 주민들은 행정도시 인근에 도시빈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은 정부정책을 질질 끌면 주민들이 지쳐서 아무거나 받을 거라는 자위적 계산에 무모하게 국민과 거짓말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행정도시 부정은 정책선점을 못한 분풀이와 참여정부에 대한 비열한 정치보복이다.

 

토사구팽 당한 '행정도시'... 정치권·지자체 대응 답답  

 

노무현 대통령에게 행정도시는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화 해소, 백약이 무효인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해소를 위한 극약처방식 지방회생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행정도시는 전임정권의 기발한 정책에 본인명의인 '이명박표 세종시'로 덧칠해서 대선과정에서 '원안 지속추진'을 주장해 충청권에서 1위로 당선할 수 있었던 '재미 좀 본 선거전술'로 이미 용도가 다한 선거용품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는 참여정부의 색깔을 지우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폐기를 시도해 행정도시는 토사구팽의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행정도시 최대 위기에 대응하는 충청권 정치권과 지자체의 대응은 너무나 답답하다.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머리띠를 두르다시피 하면서 연일 수도권이기주의를 설파하고 행정도시죽이기를 자처하고 나선 상황에서도 충청지역 시도지사들은 머리띠를 두르는 것이 격식에 맞지 않는다며 한담(閑談)을 즐기고 있다. 충청도민이 모진 풍파 속에서 비탄에 빠져 있고, 폭염으로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충청도민 똘똘 뭉쳐 행정도시 사수하자'고 목 놓아 부르짖고 있는데도 시도지사는 충청권 연대집회장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눈치보느라 지역 현안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도 심대평 의원과 연기군수, 군의원의 선진당 탈당, 자유선진당과 공방과 야당의 분열로 자중지란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행정도시 사수투쟁의 최대동력인 연기군민들이 고립되고 사지가 묶여 위기상황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과 심의원은 저마다 충청맹주를 자처하고 있지만 대중의 꽁무니에서 이해득실만 따지면서 한심한 분열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연기군 전체의 '생활파업'이라도 벌여 기관과 기업의 가동을 중단하고 자녀들 등교도 거부하고 모든 상가를 철시하고 연기군 전 지역의 도로에 차량을 주차하는 등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행정기관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때를 놓쳐 역사적 과오로 대를 이어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면 정치권과 광역단체장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세종특별자치시 정상추진 연기군주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세종시#정운찬#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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