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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금정산 가지에서 가지로 건너는 바람은 명랑한 여름과 어두운 날이 검은 부엉새와 흰 비둘기 우는 노목의 가지 끝을 흔든다. 나무 잎에 뚝뚝 지는 빗소리의 조용하고도 울적함은 떠도는 몸에 한걸음 한걸음 슬픔의 흐느끼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가. 나는 가을에서 가을로 지는 내 과거를 생각한다. -H. 레니에
가을, 금정산가지에서 가지로 건너는 바람은 명랑한 여름과 어두운 날이 검은 부엉새와 흰 비둘기 우는 노목의 가지 끝을 흔든다. 나무 잎에 뚝뚝 지는 빗소리의 조용하고도 울적함은 떠도는 몸에 한걸음 한걸음 슬픔의 흐느끼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가. 나는 가을에서 가을로 지는 내 과거를 생각한다. -H. 레니에 ⓒ 김찬순

 

가을의 향기 오동에 바람이니 벌써 가을인가. 꺼져가는 등불 밑에 귀뜨라미 눈물을 짜개질하는 밤 누군가 ? 서러운 한권의 시집을 소중히 읽어 벌레 먹지 않게 할 이는 ?
가을의 향기오동에 바람이니 벌써 가을인가. 꺼져가는 등불 밑에 귀뜨라미 눈물을 짜개질하는 밤 누군가 ? 서러운 한권의 시집을 소중히 읽어 벌레 먹지 않게 할 이는 ? ⓒ 김찬순

 

등산은 계절에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등산만큼 또 계절의 영향을 받는 운동이 있을까 싶다. 나는 등산은 가을에 하는 것이 좋다고 늘 생각한다. 울긋 불긋 물들어가는 단풍도 좋지만, 쪽빛 하늘에 손을 넣으면 물이 들듯한, 부산의 최고봉 금정산 고당봉에 올라 하늘에 손을 뻗치면 정말 흐르는 구름 떼들이 잡힐 듯 말 듯 한 것이다. 향긋한 낙엽이 물드는 가을 냄새는 산밑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라와, 심호흡하면 그 여느 계절 향기와 또 다른 향기를 느끼는 것이다. 
 

누가 찍은 발자국일까
누가찍은 발자국일까 ⓒ 김찬순
 
산신령 발자국? 곰발자국? 공룡 발자국?
 
이주일 만에 만난  산벗 일행들은 부산 지하철 호포역에서 올라오는 등산코스를 타고 고당봉을 올랐다. 그 고당봉 가는 등산로에서 바위에 움푹 패인 기이한 발자국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발자국 보자마자 뒤를 쫓아오는 일행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이보게들 이리 좀 와 보게 이건 분명히 산신령 발자국이네…" 그러자 "하하하 산신령 발자국이라니? 자넨 머리가 약간 이상해 진 거 아닌가?" 내 얼굴을 부끄러미 쳐다보는 일행들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카노? 난 곰 발자국으로 보인다. 산신령이 어디 있노? 말도 안된다" 혹은 "아니다, 이건 공룡 발자국이다" 등등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내 모두들 고개를 가웃가웃 하며 발자국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합쳤다. 
 
그것은 움푹 패인 바위의 흔적이 마치 오랜 비바람에 풍화되어 떨어져 나간 바위의 살점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일행들은 움푹 패인 발자국에 잠시 뺏긴 마음을 발 아래 비단 띠처럼 흐르는 낙동강에 빼앗기고 있었다.
 
바위에 쿡쿡 패인 이 발자국은 산신령 발자국 같다 !
바위에 쿡쿡패인 이 발자국은 산신령 발자국 같다 ! ⓒ 김찬순

가을 금정산에 올라 가을바람 불어와 흰 구름 날아가네. 초목은 황락한데 기러기는 남쪽으로 난초가 빼어났다 국화도 향그럽게/가인을 부여 잡네 잊지 못할 건 정이어라/배를 띄워 저 하수를 건너자/중류에 비꼈네. 출렁이는 소파여/피리불고 북 쳐 도가를 불러라/환략은 극에 달해 풍덩 애정으로 바꿨구나 /젊었을 때 언제던가 늙는 걸 어찌할까. '추풍사'-'한무제'
가을 금정산에 올라가을바람 불어와 흰 구름 날아가네. 초목은 황락한데 기러기는 남쪽으로 난초가 빼어났다 국화도 향그럽게/가인을 부여 잡네 잊지 못할 건 정이어라/배를 띄워 저 하수를 건너자/중류에 비꼈네. 출렁이는 소파여/피리불고 북 쳐 도가를 불러라/환략은 극에 달해 풍덩 애정으로 바꿨구나 /젊었을 때 언제던가 늙는 걸 어찌할까. '추풍사'-'한무제' ⓒ 김찬순
 

묵묵한 바위도 가을의 옷을 갈아입다
 
일행 중에 가장 나이가 든 산벗 하나가 "아, 정말 나뭇잎 이렇게 물드니 정녕 가을인가" 하고 시를 읊듯이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산벗이 "나이가 들면 세월이 가는게 말이야. 내리막에서 굴러 떨어지는 돌멩이의 속도보다 빠르다고 하네. 정말 엇그제 철쭉꽃 진달래 흐드러지게 핀 산길에 가을 향기로 가득하네", "이제 올해도 달력이 3장 밖에 남지 않았네" 등등 바위에 움푹 새긴 발자국처럼 세월만 보내고 아무런 발자국도 남기지 못하고 있는 인생에 대해 서로 술회했다.
 
산벗 일행들의 마음도 뚝뚝 떨어지는 조락의 계절이 돌아온 듯, 나누는 대화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 부산의 금정산은 금강산처럼 가을에는 전혀 다른 산의 옷을 입는 산이다.
 
묵묵한 바위도 새 옷을 갈아 입은 듯 청결한 기운을 뿜어낸다.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 가는 것보다 낫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가을에 산에 가면 가난한 벗을 만나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툭툭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밤송이 줍는 사람들로 붐비는 가을 금정산… 가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산 풀잎이 가을을 만나면 빛을 바꾸고 나무가 가을을 만나면 이파리를 벗는다. 그러므로 가을은 형관이라 하고, 때에 따라 음이 되며, 오행에 있어서는 금이 되고 그리고 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추성부'-'구양수'
가을산풀잎이 가을을 만나면 빛을 바꾸고 나무가 가을을 만나면 이파리를 벗는다. 그러므로 가을은 형관이라 하고, 때에 따라 음이 되며, 오행에 있어서는 금이 되고 그리고 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추성부'-'구양수' ⓒ 김찬순

아 가을
가을 ⓒ 김찬순
 

네 행복을 바위에게 말하라 더욱 순수한 곡조는 울리지 않나니 즐거이 진실히 네 감정도 이 곡조처럼 도로 숨는다. '바위'-'F.우징거'
네 행복을 바위에게 말하라더욱 순수한 곡조는 울리지 않나니 즐거이 진실히 네 감정도 이 곡조처럼 도로 숨는다. '바위'-'F.우징거' ⓒ 김찬순
가을 향기 내 바위로 살으리라 눈 귀 마저 닫아 두고 보이고 들리는 걸 안으로만 새겼건만....
가을 향기내 바위로 살으리라 눈 귀 마저 닫아 두고 보이고 들리는 걸 안으로만 새겼건만.... ⓒ 김찬순

가을 향기 가득한 가을산
가을향기 가득한 가을산 ⓒ 김찬순
잎잎이 가을이 물들어가다
잎잎이가을이 물들어가다 ⓒ 김찬순
 
금정산은 연인의 산, 가족의 산, 우정의 산... 산행로도 다양하다
 
금정산은 산이 넓다. 산행로도 다양하다. '연인 건강 산행길', '미시 건강 산행길', '우정 건강 산행길', '가족 산행길', 성따라 건강 산행길' 등 '1시간대 건강 산행길' 그리고 '2시간대 건강 산행길', '3시간대 산행길' 등 테마 건강 산행길로 유명한 금정산 산행로는, 남쪽의 금강공원과 만덕고개, 북쪽 범어사, 외송, 서쪽 호로, 동쪽 두실의 6개 산행기점에서 금강공원에서 출발 동문을 거쳐 북문에서, 범어사로 하산하는, 주능선코스로 이용하면 가을 정취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어떤 코스를 어떻게 잡아도 금정산은 당일산행이 가능해서 좋다. 금정산 중간의 동문까지 버스가 운행되기 때문에, 주로 동문~북문~범어사코스가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되어 있다. 금정산은 부산의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장전동 식물원 입구에서 산성(동문), 산성마을, 금강공원(동식물원), 케이블카 탑승장, 범어사 등으로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연결된다. 산상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다시 걸어서 10분쯤 가면, 4km의  성벽과 남, 동의 두 성문을 살펴 볼 수 있다. 역사 깊은 산성과 함께 기암거석이 중첩하고, 울창한 숲이 가을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다.
 
금정산은 언제나 찾아도 실망스럽지 않은 연인과 같은 산이다. 
 

서서히 물드는 단풍의 계절
서서히 물드는단풍의 계절 ⓒ 김찬순

금정산 주요 산행 코스

제 1 코스 (8km, 3시간 30분소요) 부산대 → 고별대 → 동문 → 부채바위 → 북문 → 금정산

제 2 코스 (7km, 2시간 소요) 동래 → 만덕고개 → 석불사 → 상계봉

제 3 코스 (6km, 2시간 소요) 금강공원 → 남문 → 상계봉

제 4 코스 (6km, 2시간 소요) 부산대 → 동문 → 상계봉

제 5코스 (6.5km) 범어사 → 북문 → 동문

제 6코스 식물원 → 동문 → 북문 → 범어사

제 7코스 (8km, 2시간 40분 소요) 중리(산성마을) - 국청사 - 북문 - 고당봉


#고당봉#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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