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으로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 가을을 알린다. 가을바람을 타고 날아온 소식을 따라 억새가 만발한 하늘공원을 찾았다.
1987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버린 생활 쓰레기로 2개의 커다란 인공산이 만들어졌었다. 쓰레기 산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는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었고 1996년부터 매립지 안정화 사업을 통하여 침출수처리 환경오염저하 가스재활용 시설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생태환경공원으로 평화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하늘공원은 척박한 땅에서 자연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야고' 이름도 생소한 녀석을 하늘공원에서 만났다. 1~2m의 커다란 키를 자랑하는 억새 사이 줄기에서 기생하는 아주 작은 꽃이다. 하늘공원 생태탐방안내소에서 현장 생태관찰공부를 하기위해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주말이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오수민(23)양과 같은 학교 1학년 한이권(21)군이 야고에 대해 설명한다.
"야고는 엽록소가 없으며 억새 또는 생강에 기생하여 자라는 식물입니다. 적갈색을 띠는 줄기는 아주 짧아 땅 위로는 거의 나오지 않으며, 몇 개의 비늘조각처럼 생긴 포(苞)들이 달린답니다. 8~9월경 줄기에서 나온 긴 꽃자루 끝에 연한 자주색의 꽃 1송이가 옆을 향해 피며. 꽃은 길이가 3~5㎝ 정도인 통꽃이지만 꽃부리가 약간 갈라져 있답니다.꽃받침은 길이가 2~3㎝로 주걱처럼 생겨 꽃의 아래쪽을 감싸고 있고. 앙증맞고 예쁘게 생긴 모습과는 다르게 억새뿌리에 박테리아로 기생하여 억새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살아가는 식물이랍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에만 발견 되었는데 제주도에서 억새를 이동해 올 때 함께 따라와 하늘공원에서도 자라고 있지요. 양하와 사탕무 뿌리에도 기생한다고 합니다. 독에는 독으로 다스린다는 설처럼 뱀에 물렸을 때 약으로도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자칫 잘못하면 인체에 해로운 독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답니다."앙증맞고 예쁜 야고가 억새에 기생해서 사는 식물이라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카메라에 담으려면 바짝 엎드려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흥미로운 얘기를 한다. 동호회 회원들이 작은 꽃을 찍기 위해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 엉덩이가 더 예쁜지 내기를 해야겠네요?" 농담을 하자 모두들 한바탕 웃는다.
하늘공원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엉겅퀴 씀바귀도 있지만 다양한 귀화종을 심어 꽃들이 활짝 피어 찾아오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커다란 억새 사이에서 술래잡기 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오붓하게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속삭임도, 사각거리는 억새들의 이야기 속에 묻혀 발자국소리만이 메아리 되어 돌아온다.
천천히 공원을 돌다보면 귀화 식물로 자리 잡은 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벌 나비를 유혹하고 갈대 사이로 해바라기가 등을 돌려 해를 바라보며 방긋 웃고 있다. 건너편에는 부들이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며 수다스러운 억새들의 이야기를 바람에게 전한다.
건강을 위해서 맨발로 걸어가는 황토볼 지압로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작은 돌을 밟으며 간지럽다며 깔깔거린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척박한 땅이지만 한 편에 벼를 심어 벼가 고개를 숙이며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영글어가는 벼 이삭 사이로 뛰어 다니는 메뚜기의 모습이 정겹다.
공해가 없는 곳에서만 산다는 메뚜기를 보면서 쓰레기 산이었지만 친환경산으로 탈바꿈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과 자연은 언제나 가꾸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즈음 한창 곱게 피어 사진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야고가 10월 억새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억새축제 기간에 맞춰 피어날 코스모스 밭에는 성급한 코스모스 한 송이가 가냘프게 피어 눈길을 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하늘공원에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얼굴을 간질이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