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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수록 가족에 대한 사랑은 깊어간다.
 살아갈수록 가족에 대한 사랑은 깊어간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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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 아내와 술 한잔 할 때 서로 '내가 죽거든 재혼은 하지 마라.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는 농담을 할 때만 해도 내 죽음은 기껏해야 배우자의 곁을 떠난다는 정도였다. 현재 느끼는 죽음의 공포는 남은 가족들에게 뭔가를 남겨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회한 같은 것들이다.

한 때 생활수준을 중산층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IMF를 시작으로 삶의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셋방살이를 하다 보니 아이들 장래는 물론이고 노후도 불확실하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더 힘들 텐데.. 라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지금부터 건강을 챙겨야 할 때라며 줄였던 술을 더 마시기도 한다.

'00 언니 아저씨가 심장에 이상이 생겨서 큰 수술을 했는데 다시 입원했다고 하네.'

'00 이 신랑이 죽었데, 과로사라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어..'

주변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머릿 속이 텅 빈 것처럼 혼미함을 느끼기도 했다.

'가입한 종신보험금이 내가 죽으면 얼마 받는다고 했지?'

'1억짜리였는데 지난번에 실효시켜놔서 5천만원이야'

오래전에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주는 셈치고 우리 부부는 1억 보장의 종신보험을 들었지만 얼마 전에 형편상 보험납부를 중단하면서 보장금액이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종신보험 하나 더 들 수 있는지 알아봐, 5천만원은 좀 적은 것 같다.'

며칠전, 젊은 여배우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내 몸속에서도 암세포가 자라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이 들기도 했다. 아내와 대화를 하다가 보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정말로 하나 더 들라는 거야? 하긴 애들 생각하면 가진 재산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보험사로부터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고 죽기만 하면 묻거나 따지지 않고 1억을 준다는 보험에 가입을 했다. 보장기간은 65세, 앞으로 24년간 1천5백여만원의 보험료를 내며 죽지 않고 살아있으면 보험료는 소멸하여 돌려받지 못한다. 그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돈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돌아갈 때는 순서가 없다고 했던가. 언젠가 한번은 맞아야 하는 죽음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받아줄 준비는 되어 있기에 두려움은 없다. 그 날이 올 떄까지는 후회없이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아내에게는 유언도 남겨두었다.

'내가 죽거든 나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지 말고 쓸만한 장기는 모두 기증하고 화장하시오'

덧붙이는 글 | <'죽음'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 응모글



태그:#죽음, #보험, #가족,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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