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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소매치기가 많고 기술이 발달한 나라는?

소매치기 올림픽이 열린다면 금메달은 당연코 이태리의 밀라노이다. 이태리의 소매치기들의 기술은 가히 국보급이라고 할 만큼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당하고 나서도 어이가 없어 꿈을 꾼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다. 한가지 국내와 다른 점이라면 국내는 강도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태리의 경우는 철저하게 속임으로써 발생하며 사람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둑은 있어도 강도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경찰들과도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듯 하다.

본인만 조심하면 강도를 당할 일은 없다는 말인데 어찌됐든 3년 전 몸이 안 좋아 3개월 가량 이태리 시골마을에서 요양을 끝내고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상황이다. 말로만 듣던 신기의 기술을 얕봤다가 1초 만에 모든 재산이 들은 배낭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권과 현찰, 신분증, 기차표와 비행기표, 각종 세면도구들과 옷, 카메라, 선글라스 등 싸그리 사라지고 커다란 트렁크 옷 가방 하나만 달랑 남게 되었다. 특별히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허리 가방이나 그런 것등은 무시했고 중요한 것은 전부 배낭에, 트렁크엔 갈아입을 옷만 있었다.

그때의 상황을 재현해보자. 밀라노 역 앞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준비중이었다. 서울역 앞처럼 사람도 많고 분주한 장소라고 생각함 되겠다. 시간이 꽤 남아 역전 공원 벤치에 앉아 햇살 만끽하기를 하고 있었다.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기에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옆의 수도 분수에서 세수도 하고 물도 마셔가며 그렇게 할 일 없이 앉아 있었는데 소매치기들의 표적이 된것이다. 일단, 호구로 판명되고 표적으로 찍히면 그 순간 자신의 배낭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 여기서 호구란? 배낭을 자신의 몸에서 풀러서 옆자리에 놓거나 꼭 안고 있지 않은 나같은 사람을 말한다.

옆 자리에 젊은 패거리들이 몰려와 자신들끼리 맥주를 마시며 농담 따먹기들을 한다. 얼핏 보기에도 건달 끼가 있는 놈들이었는데 젊은 놈들이라 그런지 하는 짓들이 귀엽고 보기가 나쁘진 않았다. 어느 나라나 저런 아이들은 있구나란 생각에 바보같이 걔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킥킥대기만 했다.

그때 또 한 무리의 젊은 놈들이 온다. 그러면서 서로 만나서 반갑다고 한명씩 돌아가며 팔뚝끼리 부딪치는 과장된 인사를 하는데 그 행동들이 어찌나 과장되고 웃긴지 시선이 잠깐 그리로 가게된다. 그와 동시에 다른 흑인애가 내 옆을 지나가는데 순식간에 배낭이 그의 점퍼 안으로 사라져 버린다. 흑인애는 바로 옆의 자동차에 그것을 던져넣고 인파들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눈 뜨고 멀뚱히 당해야만 했다. 바로 옆의 놈들이 같은 패거리라는 심증은 100%지만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어리둥절 서 있으니 그들은 자기들과는 아무 상관없는듯 여전히 그냥 놀고만 있다.

순찰도는 경찰을 불러 나 지금 소매치기 당했다. 저기 있는 저 애들이랑 한 패인것 같다라고 열심히 설명했으나 증거도 없고 나만 이상한 사람되는 순간이다. 맞는 말이다.그 들은 단순히 자기들끼리 놀았을 뿐이고 잘못은 내가 1초 동안 그들에게 시선을 뺏겼다는 것 밖엔 없으니까. 순찰 도는 경찰 왈, 저기 안으로 들어가면 신고하는 장소가 있으니 거기에다 접수를 먼저 하란다. 당장 알거지가 됐기에 하라는 대로 해야지 뭐 별 수 있겠나.

신분증 없으면 신분증 도난신고 하지 못한다

역전 이동 경찰서를 찾아가니 나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줄을 쫙 서있다. 언제 내 차례가 될지 30분가량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됐는데 사건 접수를 하려면 우선 신분증을 제시하란다. 신분증을 소매치기 당해 신고하려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니. 허걱이다.

그들 말로는 자신들은 여기서 신고만 접수받을 뿐 실제 수사나 그 외 업무는 본사 경찰서에서 한단다. 한참 실강이 하다가 그들이 알려주는 경찰서 본사를 찾아가야 해결될 것 같았다. 그들 말로는 거기에 가서 신분증 분실 신고를 먼저 해야 하고 또 거기 가면 잃어버린 물건들을 수거해 놓고 있단다. 보통 소매치기들이 중요한 것들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나 보다. 여권이나 그외 비행기표 등이 그들에게 소용없는 것들이니 수거될 확률도 있다고 본사에 가서 신고를 하라고 한다.

찾을 확율은 없어도 여권 분실 신고는 꼭 해야 한다

분실된 한국인들의 여권은 동남아 불법입국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여권이 세계 어느나라나 입국하기 좋기 때문에 범죄로 이용되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권을 잃어버리면 꼭 신고를 해야 자신이 범죄인 리스트에 올라가는 일을 면할 수가 있다.

이미 로마로 가긴 그른 상황이고 당장 저녁때가 다 돼 가는데 주머니엔 땡전 한푼 없다. 그때부터 약도를 봐가며 도둑전철을 타고 옷가방이 든 트렁크를 끌면서 경찰서 찾아 삼만리가 시작된다. 경찰서에 가면 뭔가 해결방법을 제시하겠지란 막연한 믿음으로 물어물어 가며 찾아갈수 밖에.. 길가는 사람에게 경찰서를 물으면서 밤에도 경찰서가 문을 여는지 물어보니 "당신 미쳤냐 Are you Crazy?" 란 대답이 나온다. 경찰도 밤엔 퇴근하고 자야되기 때문에 문닫기 전까지 찾아가 신고를 해야만 한다.

결국 경찰서가 문을 닫기 바로 전에 간신히 도착했다. 다들 퇴근하고 한 명이 야간 업무를 보는듯 했다. 그곳 역시 신분증이 없으면 신고 접수가 안된다고 하고 신분증을 다시 만드는 원론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컴퓨터도 없이 종이에 적힌 자료를 뒤져가며 한국 대사관 이라고 전화번호 하나만을 알려준다. 거기서 새로 신분증을 만든 다음 신고를 하란 이야기다. 절차가 젠장이다. 내가 말한 물건은 수거 된 것이 없다고 한다. 연락처 있으면 적어놓고 내일 다시 와보라는데 나에겐 연락처도 없고 막막하기만 하다.

허탈한 심정으로 경찰서 문을 나서니 이미 밤이 되어간다. 조금씩 사람들이 사라져 가고 길거리엔 이상한 마약중독자나 노숙자들만이 보이기 시작한다. 갈 데도 없고 별의별 생각들이 다 들었다. 과연 내가 무사히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나 자신조차 의문스러웠고 아무런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도움도 안되는 옷 트렁크가 짐으로 부담스럽기만 했다.

유럽에서 돈없이 히피처럼 떠도는 생활은 이미 20대 때 충분히 했기 때문에 나에게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그건 젊을 때 얘기지 나이 들어 또 그렇게 유럽에서 국제미아가 되 떠돌게 되는구나. 주머니를 뒤져보니 동전이 한 두 개 나온다. 빵 하나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차고있던 구찌 시계 하나 그나마 팔아 빵이라도 사먹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다. 그 이후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도둑기차를 타가며 공항에서 노숙도 하고 배회한 자세한 스토리는 생략하기로 한다. 당시 전화번호도 모르고 이태리에서 싸우고 헤어졌던 여자친구를 찾아가야 했으니까. 세계 어느 나라에 홀로 떨어뜨려 놓아도 생존해 나갈수 있는 길을 시험해 본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어찌됐던 내 운명에 주사위를 던지는 심정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당시 여자친구와 여행사 하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열흘 후에는 무사히 한국에 돌아왔다. 이태리의 한국 대사관이 로마에 있어 로마를 찾아가보니 나같은 처지의 한국인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별 도움은 절대 안 준다. 그냥 서류와 사진 준비해 오면 임시 여권 만들어주는것으로 땡이다. 젊은 애들이 이용한다는 민박집 숙소를 찾아가니 나같이 배낭을 잃고 징징 짜는 여대생 한 명이 또 있었다. 나는 3개월 푹 쉬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입장이었지만 그 친구는 배낭여행 오자마자 귀국하게 생겼다.

해마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유난히 좋은 옷에 눈에 띄는 복장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표적이 되기 쉽다고 한다. 배낭여행의 선수들이 왜 준거지 복장으로 여행을 하는지 이해가 되던 순간들이다.

덧붙이는 글 | 여권 분실하지 않게 조심들 하시기 바라며 해외 나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태리#밀라노#소매치기#여권분실#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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