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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시절, 외환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정부를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경제도 살고 개혁도 할 수 있으니까 민주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해도 서울에서는 인심이 별로라며 콧방귀 뀌던 딸이었다.

몇 년이 지난 1월 1일, 엄마 아빠가 카페(필자가 운영하는 DJ 지지카페) 회원들과 김대중 전 대통령댁을 방문할 것이니 와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해도 약속이 있다며 오지 않아 실망시켰던 딸이다.

그해 어버이날을 앞두고는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전직 대통령을 만나 인사도 드리고, 사진도 찍고, 그분이 살아온 얘기를 듣는 것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득해도 "글쎄요?"라고만 하던 딸이었다.

회사에서 게임기획을 하고 만화를 그리는, 그래서 정치적이라기엔 좀 그랬던 그 애···.

그런 애와 나는 부녀간이면서도, 평생 의견이 다를 것으로 알고, 아쉬움 속에 딸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왔다. 아빠 말을 하늘처럼 믿던 딸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그런데 하늘의 조화일까? 딸 홈페이지에 놀러 갔더니 "서러워서 쓰고, 편집하고, 그림을 그렸다. 죽은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산 사람을 달래기 위해서다. 나는 엄청나게 달래지고 싶었다. 어떻게든 달래지지 않으면 목이 졸려서 죽을 듯한 기분이었다···"로 시작하는 글과 DJ에게 용서를 비는 반성문을 그려놨더라.

반성문을 보는 순간, DJ가 남북관계 분위기만 바꿔놓은 게 아니라, 딸아이 생각마저 바꿔놓고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놀라고 흥분된 기분으로 딸아이의 반성문을 읽어 내려갔다. 내려갈수록 가슴이 싸아하더라. 그래서 허락도 없이 퍼왔다.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렇게 기쁜 날도 있으니까.

딸아이 반성문
 딸아이 반성문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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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마이블로그(http://blog.ohmynews.com/chongan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대중(DJ), #반성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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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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