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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이 떠오른다. 고흥반도 남단에 갯벌을 농토로 만들어 소록도에 강제 수용한 한센인들의 천국을 만들려는 영웅(?)들의 무리한 간척사업은 영웅을 꿈꾸는 자의 헛된 명예와 욕망 덩어리의 산물이라는 것을 그들만 모르고 있었다.

 

4대강 토목사업은 정략적 산물

 

4대강에 천국을 만들어 정권을 재창출해보겠다는 MB책사들의 자칭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결국 정권의 생명을 단축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들만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국민과 자연에 대한 무례와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당신들의 천국' 만들기 사업으로 4대강은 지금 수많은 생명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생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달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소신은 변하지 않았지만, 임기 내에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과연 이 말씀이 솔직하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며칠 전 한나라당 정책의장은 4대강 토목사업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론을 잠재우기 위한 차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정권 재창출에 절대적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 분의 말씀이야말로 4대강 토목사업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솔직하게 자복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해괴망측한 이름바꿔치기의 꼼수

 

필자는 열 번도 넘게 각종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 지난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 전부터 오늘날까지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환경적 대재앙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 재앙마저 몰고올 시대착오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려면 이것을 당장 포기해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그 사이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국민의 70ㆍ80%라는 절대다수의 반대에 직면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에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만 바꾸어 국민 앞에 또 나타났다. 이도 국민적 반대에 직면하자 어느 순간에 이름을 바꾸어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국민 앞에 나타난 것이다.

 

참으로 해괴망측한 '이름 바꿔치기의 꼼수'가 아닌가. MB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경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이제는 '4대강을 죽이는 사람'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역사상 이처럼 모순의 극치를 보여준 말장난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한반도 대운하사업' 공약 이래 오늘날까지 이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는 요지의 말을 곧잘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맞다. 현명한 국민들은 이것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정권재창출이라는 '정략적 책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4대강에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려는 사람들만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본말이 전도된 사업의 극치

 

지난 2년 사이에 이름이 몇 번 바뀌었지만, 당신들이 최근에 명명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저의가 '정권 재창출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여당 정책의장의 솔직한 자복이 아니라도, 다음과 같은 당신들이 천명한 사업계획의 한 면만 보아도, 이것이 정략적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길이 없다.

 

진정 4대강을 살리려면 본류의 상류인 지류부터 수질개선 사업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4대강 토목사업은 5억7천만톤에 달하는 강바닥 파내기와 댐에 버금가는 20여개의 보를 만드는 일에 17조원을 투입하여 본류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구색갖추기 용으로 수질개선 대책비 5천억원을 책정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본류 파괴를 완료한 연후에 2012년까지 지류의 수질개선사업을 완료하겠고 했다.

 

지류에서 썩은 물이 본류로 흘러드는데 본류가 어찌 깨끗하기를 바라는가. 이것은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망한 사업이 시화호와 새만금호이다. 시화호는 수질개선사업비 5000억원을 투입하고도 계속 썩어들어가자 호언장담하던 관련자들이 사과 한마디 없이 2001년에 담수화 정책을 포기한 바 있고, 지금 간장색깔로 변해가고 있는 새만금호도 머지않아 담수화 정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2012년 4월 총선의 빅카드로 활용

 

그렇다면 그들은 본말이 전도된 이 사업을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불기피한 사정이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왜, 하필 2년밖에 남아 있지 않은 2011년까지 완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인가? 그것은 바로 3개월 뒤에 올 정권 재창출의 분수령이 될 2012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에 배도 띄우고, 보트도 타게 하는 등 거창한 치적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4월 전초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빅카드로 활용하고, 그 여세를 몰아 12월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이라는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정략적 술수가 아니라면, 다른 무슨 논리로 이처럼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사업계획을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아, 슬프도다! 하지만 어찌 할 것인가? 물이 심각하게 썩어가는 시기는 이미 2012년의 총선과 대선 게임이 끝난 뒤에 시작될 사태임을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칼자루를 쥐고 있는 권력자의 기득권이라고 치부하자. 그래도 한가지만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당신들의 정책의장 말씀처럼 권재창출에 '절대적 도움'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기여는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4대강에 만들려는 천국은 당신들만의 것이 될 것이고, 자연과 국민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이 될 것임을 말이다. 그것은 결국 머지않아 당신들의 생명마저 단축하는 부메랑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4대강 살리기#4대강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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