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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산모의 85%는 어떤 형태로든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감정의 변화도 심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합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여성 보통 10명 중 4명 꼴로 발병하고, 드물지만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모, 그리고 남편, 산후도우미의 이야기를 통해 산후우울증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 데는 주변인들이 큰 힘이 됩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 데는 주변인들이 큰 힘이 됩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최은경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산후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첫사랑의 열병처럼 호된 것이든 아니면 경미한 코감기처럼 알게 모르게 왔다가 버리는 것이든 간에, 산후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산후우울증 극복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일터로 나가면 그만이다. 산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과 산후우울증을 직접 겪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산모도우미를 들 수 있다. 산모도우미는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언니 같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산후조리원의 전문 인력일 수도 있다. 산모를 가장 가까운 곁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는 산모도우미. 그들이 바라보는 산후우울증의 원인과 산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들어봤다.

전주에서 전문 산모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자(39)씨는 도우미 3년차다. 이씨가 그간 산모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산모들은 어느 정도의 산후우울증을 겪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 정도에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산후우울증은 왜 찾아오는 걸까

이씨가 꼽는 산후우울증의 원인은 '갑자기 생겨난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다.

"요즘 젊은 산모들은 아직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초산인 경우에는 누구나 다 어렵고 힘들죠. 그러나 그중에서도 심한 산모들이 있어요. 엄마에 대한 '지식'은 넘쳐나고 풍부한데 정작 '마음가짐'이랄까, 책임감이랄까요. 그런 게 부족한 거 같아요."

물론, 이런 부담감은 어느 산모들에게나 다 있다. 처음에는 모두 미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심한 사람들이 있다. 이씨는 이렇게 산후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다.

또 핵가족화 되면서, 산모와 아이 단둘만 생활하게 되는 가정환경도 육아에 대한 부담감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옛날에는 몸은 고되었어도 자신 외에 육아를 맡아줄 인력들이 많았다. 거기에 비해 요즘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육아는 오로지 엄마의 몫이다. 산후우울증이 현대에 들어 더 심각하게 두드러지는 까닭도 이 같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씨는 진단했다.

출산 후 S라인 부추기는 매스컴도 문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변해버린 체형에 대한 부담감도 산후우울증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출산 후에도 변함없는 S라인을 과시하는 여성 탤런트들과 이를 부추기는 매스컴들도 문제라고 이씨는 꼬집었다.

"아이를 출산한 탤런트나 모델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S라인 완벽한 몸매가 되어 나오잖아요. 언제 애를 낳았나 싶게 말이죠. 그걸 보면서 자신도 빨리 예전의 몸매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누구는 예전의 날씬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는데 왜 나는 이 모양인가'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지는 거예요."

그렇잖아도 산모들은 출산 후에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예민해진다. 출산 후에는 모든 게 다시 완벽하게 되돌아올 거라 믿었던 믿음에 와르르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나 가족들도 자신들을 '비호감'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피해의식마저 산모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남편이 뚱뚱한 자신의 모습을 싫어할 거라면서 밥도 안 먹고 다이어트를 하는 산모들이 많아요. 어떤 산모는 자신이 남편으로부터 받았던 애정과 사랑을 아이에게 빼앗겼다고 질투하는 분도 있어요.

흔히 남편들만 아이에게 질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자도 마찬가지예요. 애 같다고요? 맞아요. 여자들도 애 낳으면 애 돼요. 당분간은요. 그 당분간을 잘 봐줘야 돼요. 무시하지 말고 잘 다독여 주세요."

산모,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은 존재

 산후우울증은 모든 산모에게 찾아옵니다. 그 정도가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요(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산후우울증은 모든 산모에게 찾아옵니다. 그 정도가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요(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씨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실  산모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산모도우미의 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산모가 마음 편히 산후조리를 할 수 있도록 가사 일을 돕거나 아이를 돌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산모의 불안한 마음을 함께 공감해주고 보듬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선 아침에 그 집에 도착하면 산모가 아침식사를 했는지부터 챙기죠. 그 뒤 청소하고 아이 목욕을 시켜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산모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북돋아주는 일이에요."

이씨는 산모들의 거동이 조금 자유로워지면, 일부러 가까운 슈퍼나 공원에 다녀오길 권한다. 햇빛이 화창하게 드는 날엔 일부러 햇볕을 쬐는 것도 우울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억지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물론 아이에게 하루 빨리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육아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음가짐과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어머니는 강하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모든 어머니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는 아이를 갓 낳은 산모는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같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성스럽고 단단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예민하고 불안한 존재거든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요."

출산을 했거나 산후우울증을 잘 극복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산후우울증#산모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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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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