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 구직 사이트에 등록된 청년인턴 모집 공고들.
한 구직 사이트에 등록된 청년인턴 모집 공고들. ⓒ 사람인

20대 구직난이 해소되고 있다? 최근 30~40대의 실업이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았다. 20대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다. 정부가 진행 중인 청년인턴제 등이 '수치 끌어올리기'에는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턴 제도가 단기 일자리 양산에만 그친다는 지적도 많다.

올해 처음 시행된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도 정부의 각종 인턴제도 중의 하나이다. 노동부는 중소기업 청년인턴 3만 2100여 명을 고용하겠다는 목표다. 6월 말 기준으로 벌써 1만 4000여 명의 인턴들이 각종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시행된 제도인 탓에, 기업이 보조금을 더 받고자 편법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인턴들이 구직 의욕을 잃는 사례들이 종종 발견된다. 또한 기업이 정부의 보조금으로 싼값에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사용할 수도 있는 등의 헛점도 존재해 '누구를 위한 청년인턴제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60만원 줄 테니 60만원 다시 내놔라... '보조금 부풀리기' 요구하는 회사

사례1 이번 달 A씨는 모 자격증 교육 기관에서 면접을 봤다. 이 회사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로 사람을 뽑고 있다는 사실은 면접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회사는 청년인턴제에 적용되는 지원자를 우선 뽑겠다고 했다. 그리고 면접관은 A씨를 바로 앞에 두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저는 A인데 청년인턴제 적용 대상이 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회사 측에서 제시한 첫 월급은 100만원이었다. 그런데 A씨의 통장으로 일단 160만원을 입금할 테니 6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 달라는 것이 아닌가? "160을 넣은 걸 확인해야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었다. "이력서를 위탁기관으로 보내라"며 소속도 이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로 넣어 주겠다고 했다. A씨는 며칠 간 고민 후 어렵게 입사 포기를 결정했다.

A씨의 경우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가 노골적으로 악용된 사례이다. 이 기업이 A씨의 통장에 160만원을 입금하려 했던 것은 보조금을 부풀리기 위해서이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에 참여하는 기업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인턴에게 월급을 지급한 증거로 급여대장 사본과 입금예금통장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이 자료에 근거해 50~80만원 이내의 한도에서 인턴 임금의 50%를 위탁기관이 지급한다.

따라서 이 기업은 서류상으로는 인턴에게 160만원을 지급하는 것처럼 조작하여 보조금은 허용 가능 범위 내에서 최대의 금액인 80만원을 받아 내려 했던 것이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이 기업은 한 달에 단돈 20만원으로 인턴을 부렸을 것이다.

불이익 우려해 신고할 수 없어 '끙끙' 앓는 구직자들

다른 방식으로 이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 질문을 올린 한 누리꾼에 의하면 어떤 기업은 인턴에게 통장을 두 개 요구해 신고용 통장을 따로 마련하려고 했다. 멀쩡히 다니고 있는 계약직 직원에게 인턴으로 등록하기를 권하는 사례는 기존의 언론 보도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모두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서다.

구직자들은 피해를 본 경우 원칙적으로는 위탁기관이나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인턴의 임금 지불 자체가 입금통장 사본 등을 참고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당 보조금 취득) 사례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의 사례에 대해 언급하자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데 그런 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그 회사를 알려 주면 점검을 하겠다"라고 답했다. 구직자들이 신고하지 않는 한 부정 사례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시사한 발언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또는 구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구직자들은 피해를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이은미 참여연대 간사는 "(이런 사례들에 대해) 좌담회 등도 시도해 봤으나 인턴들이 피해사례 말하기를 꺼린다"며 "인턴들이 본인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고 해서 불이익을 염려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현재 피해 사례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A씨는 "이때 위탁업체에 제출한 이력서를 보고 다른 곳에서 청년인턴 하라고 연락이 많이 온다"면서 "현재 취업 상황이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제안들을) 다 포기했다. 솔직히 나라에서 만든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못 믿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악용 사례를 겪은 구직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인턴을 통해서는 취업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얻게 된다.

청년인턴 쓴 다음에? 또 청년인턴 뽑지!

사례2 지난 3월 B씨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모 인증기업의 인턴이 됐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를 통한 입사였다. 인증 회사니까 관련된 업무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인턴들은 모두 전화로 영업을 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일을 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인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사직서를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 인턴들 중에선 더 일하고 싶어 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회사는 "나가라"고 했다. 그렇게 서명을 했고 통보를 받은 다음날 인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사직한 셈이 되었다. 지금 이 회사는 또 청년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인턴 기간 종료 후 정규직 전환 가능'이란 문구를 내걸었다.

청년인턴제가 정규직으로 과연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B씨의 경우 애초에 업무의 내용이 단발성의 홍보 업무였으므로 '정규직 취업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정책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또한 원칙적으로는 기업들이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사업에 참여했던 해에는 계약기간 종료 후 인턴을 또 뽑을 수 없다. 그런데 위의 사례와 같이 인턴이 자발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업이 이 사업에 다시 참여할 수 있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사유'에는 '인턴의 중도포기', '대상기업의 휴-폐업', '도산'등이 있다.

따라서 기업 처지에서는 몇 번이고 청년인턴제에 참여해 보조금을 받으며 인턴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입사 10일 이후에 사직 의사를 밝힌 인턴은 청년인턴에 다시 지원할 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례2의 해당 기업은 현재 청년인턴을 새로 뽑고 있다.

이 회사의 인사 책임자는 "그때 인턴 여섯 명 중 한 명은 정규 사원이 되었고 나머지들은 학교 복학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개개인 면담으로 (계속 일하고 싶은지) 물어볼 경우 더욱 강요하는 것처럼 될 것을 우려해 다 같이 모아 회의를 통해 의견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더 다니길 원했던 사원에겐) 더 다니라고 했지만 분위기상 그렇게 된 것"이라며 "(본인이 원했다면) 단 한마디라도 더 다니겠다는 희망을 피력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추후 선발할 청년 인턴들에 대해서는 "100%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적응 능력과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열어 두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청년인턴 시행 지침에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제약이나 인센티브 등이 전혀 없어, 정규직 전환 여부가 기업 자율에만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 95%가 '흡족', 구직자는 신입사원보다 낮은 임금 받아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운영기관인 대구테크노파크 계명대학교센터는 7월 대구지역 중소기업 청년인턴의 평균 임금이 월 123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발표한 대구경북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평균임금인 월 181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또 다른 운영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들은 인턴들이 하는 일에 대해 '일반 정규직과 차이가 없다(55%)'거나 '신입사원에 준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44%)'고 답했다. 비슷한 일을 맡긴다고 하면서도 청년인턴에게 신입사원보다 더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조사에서 기업들은 95%가 청년인턴제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용자 처지에서 볼 때 이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는 '인건비 절감(38%)'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청년인턴제가 기업들에겐 신입사원보다 낮은 임금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정부의 보조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혜택이 '쏠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준 만큼 구직자에게도 취업난 해소 등의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노동부는 "지금은 정규직 전환 시점이 아니다. (인턴들의 취업 후) 6개월이 경과한 후에야 알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규직 전환율에 대한 통계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노사와 지자체들의 협력이 필수... 취약계층 위한 대책도 활성화되어야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인턴제는 각종 언론을 통해 그 실상이 드러나고 있듯 인턴 경력이 취업으로 연계되거나 경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기업의 채용도 자율적 권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인턴제 성공을 위한 노사 및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단체와 협력과 정책 조율이 부재하다"며 "단순히 고용과 해고에 익숙한 중소기업의 자발적 의지에만 맡겨두면 거의 효과가 없다. 지역마다 산업별 특성이 상이하므로 기업 및 관련 기간과 긴밀한 협력과 정책적 조율을 통해서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임 교수는 "2007년 OECD는 한국의 청년 고용과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취약 청년층에 대한 프로그램을 더 확장 시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현재 정부의 취업 프로그램 중 상당수가 4년제 대졸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지적했다. "(저학력자 등)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 청년층에게 직업진로 탐색, 직업훈련, 집중 취업 알선 등의 종합 고용지원서비스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저임금#악용사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