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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깃집의 서비스로 전락한 된장찌개, 이유가 무엇일까
고깃집의 서비스로 전락한 된장찌개, 이유가 무엇일까 ⓒ 맛객

다양한 음식의 세계를 다룬 일본만화 <맛의 달인>을 보면 된장국(미소)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갓 결혼한 지로와 유우꼬. 유우꼬는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지만 지로는 영 마땅찮은 표정으로 된장국에 대해 타박을 늘어놓는다. 지로의 설명인즉슨, 된장국에 한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면 맛이 텁텁해진다는 것이다. 만화이다 보니 극단적으로 표현했겠지만, 사실 일리 있는 얘기다.

내 어린시절 고향집에서 즐겨 먹었던 된장국은 대개 한두 가지 재료밖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오징어와 무된장국, 두부된장국, 호박된장국, 감자된장국, 보리순된장국, 다슬기된장국, 우렁된장국,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는 무만 넣고 끓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끓여냈어도 단 한 번도 맛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맛이란 식재료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닌 듯하다. 결론은 된장이다. 된장 자체가 맛있으면 그 밖에 재료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제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어도 된장이 맛없으면 맛은 꽝이다.

며칠 전, 내 블로그에 된장찌개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독자의 의뢰가 있었다. 된장찌개 맛집?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된장찌개맛집을 한번도 소개 한 적이 없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답은 명료하게 나왔다. 제대로 된 된장찌개를 제공하는 음식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래식된장에서 공장된장으로, 된장국에서 된장찌개로

지금처럼 외식업이 발달하기 전의 된장은 대부분 가정에서 직접 담가 사용했다. 그때의 된장은 맹물에 된장 한숟가락만 풀어서 끓여도 풍미가 깊고 구수했다. 이런게 된장의 참맛이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 된장의 참맛이 사라져가고 있다. 국에서 복작복작하게 끓인 찌개가 대세가 되기 시작한 건 외식문화가 형성되기 시작되면서부터다. 재래식 된장에서 공장식 된장으로 바뀌게 된 시기와 일치한다.

공장표된장은 재래식에 비해 깊은 맛이 떨어지다 보니 온갖 부재료를 범벅해서 끓인다. 허나, 그러면 그럴수록 전통 된장의 맛에서 멀어져만 갈 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고유의 먹을거리인 된장찌개를 식사메뉴로 먹는 경우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고작해야 고깃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신세밖에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된장이 어쩌다가 우리 식문화의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이 모든 게 공장표된장과 소탐대실하는 업주들의 빚나간 상술에 의한 부작용 때문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현재, 된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업소는 단연 고깃집이다. 고기의 느끼함을 개운하게 해주는데 있어 된장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돼지고기에 고추장양념이 대세가 되었지만 된장양념을 한 제육볶음은 입에 착 감기는 맛이다. 느끼함도 없어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실제로 된장은 동물성 단백질을 가장 잘 흡수해주는 효능도 있다. 고기 상추쌈 먹을 때에도 된장은 제 역할을 다하였다. 고깃집의 누리끼리한 쌈장은 그 자체가 느끼함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고깃집에서 그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게 육류인데 가장 많이 문 닫는 업소 또한 고깃집인 것을 보면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남과 같은 수준으로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겨진다. 서비스로 주고서도 만족도가 떨어지는 된장찌개. 고기의 느끼함을 배가 시켜주는 쌈장, 이것들이 고깃집을 문닫게 하는 일등공신이지 않을까 싶다. 차별화가 필요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된장, 진짜 전통된장은 어디로 갔나

 재래된장
재래된장 ⓒ 맛객

식문화의 트렌드 웰빙에 때맞춰 사람들은 과거의 식단을 그리워하고 하고 있다. 된장이야 말로 우리의 소울푸드(soul food))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된장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달리 얘기하면 음식점에서도 콩 함유량이 높은 진짜 된장요리를 먹고 싶은 욕구는 다들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미소, 중국의 춘장에 비해 깊은 풍미를 지닌 된장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자연의 재료와 2년의 숙성기간을 필요로 하는 진짜 된장 말이다.

된장의 가치는 해외에서부터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야키니쿠(불고기)점 일부에서 한국 된장을 사이드 메뉴로 채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 된장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제 음식점에서도 양질의 된장찌개를 판매해야 한다. 양질의 된장이란 가능한 한 국산콩을 사용하고 깨끗한 물과 질 높은 소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된장은 음식이자 보약이다.

양질의 된장찌개는 다른 음식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인천에서 35년의 내력을 지닌 채 성업중인 생돼지갈비 전문점 '부암갈비'. 이곳의 된장찌개에는 건더기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연일 대기자가 있는 업소가 되었다. 이곳은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을 사용한다. 이게 바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법이자 비결인 셈이다.

외식업계 히딩크라는 별명이 붙은 오진권 대표. 그가 운영하는 보리밥 전문점 '4월에 보리밥' 4개 점포에서는 월 1톤 이상의 재래식 된장을 사용하고 있다. 공장된장으로는 그 맛을 못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업소에서 장을 담가 사용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시중에서 구입하여 써도 생각보다 큰 비용은 들지 않는다. 좋은 된장찌개를 사용한다고 해도 1인분에 원가 200~300원이면 충분하다. 남보다 좋은 음식을 낸다는 자부심과 손님들의 칭찬을 감안하면 결코 공장식 된장에 비해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재래식 된장을 사용한다는 안내문이나 P.O.P.를 업소 내에 부착해서 고객에게 정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김치가 세계의 5대 건강식품이듯이 된장 역시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승화해야 한다. 자랑스런 우리의 식문화는 살려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된장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뚝배기'와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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