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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여행을 떠나요~♪',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생각만 해도 노래가 절로 나오는 여름 휴가, 그러나 정작 여행지에 도착하면 욕이 절로 나오는 휴가가 되기가 일쑤이다. 푸른 언덕은 장마로 물이 불어 위험하고, 해변은 별은커녕 수많은 사람들과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쓰레기만 쏟아질 뿐이다. 그렇다고 해외에 나가는건 요즘 상황에 어림도 없는 소리일 것이다.

휴가는 가고 싶으나,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사람들 북적이는 데서 다시 한 번 그 더위를 체감하고 싶지 않다면, 올 여름은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공연장에서 휴가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특히, 착한 가격대에 재미와 감동까지 선사하는 '연극' 작품들과 함께 한다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얻는 아주 경제적인 휴가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조금은 남다르지만, 더 크고 멋진 추억들로 가득할 연극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떠나기 전 '쉬어 매드니스' 에서 단장을 하고, '라이어'택시를 잡아타자

본격적인 휴가를 떠나기 전, 하루 하루 똑같은 일상에 찌든 외모부터 가꿔보자. 평소 다니던 미용실도 좋지만, 이번엔 동숭동 '쉬어 매드니스(뮤지컬해븐 제작, 변정주 연출)' 미용실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어느 때처럼 손님들의 수다와 디자이너들의 분주함으로 가득한 미용실, 그 와중에 위층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 손님으로 가장한 채 잠복해 있던 형사들은 범인이 미용실 내부에 있다고 간주하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제 당신은 머리하러 온 손님이 아닌, 한 명의 형사로서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 이 사건의 결말은 당신에게 달렸다. (~8.30, 대학로 알과 핵 소극장)

독특한 미용실 <쉬어 매드니스>  [사진 출처-쉬어매드니스 공홈]
독특한 미용실 <쉬어 매드니스> [사진 출처-쉬어매드니스 공홈] ⓒ 뮤지컬해븐

꽃단장도 잘 하고, 의문의 사건도 명쾌하게 잘 해결했다면, 이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보자. 사건을 해결하느라 시간이 너무 허비되었으니, 기차역까진 택시로 이동해야겠다. 수 년째 무사고 운전으로 유명한 존의 '라이어(파파프로덕션 제작, 류현미 연출)'택시를 타보자.

타보면 알겠지만, 이 택시 심상치가 않다. 바빠 죽겠는데, 목적지로는 안가고 계속 이리갔다 저리갔다. 거기다 뜬금없이 강도 사건에까지 휘말린다. 그런데, 이 상황에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건 왜일까? (~Open Run, SM틴틴홀)

현상 수배범과 기차를 타고 '39계단'을 지나, 5성급 특급 호텔 '룸넘버 13'으로

한참을 돌고 돌았지만, 목적지엔 무사히 도착했다. 전원승차 소리에 부리나케 달려 기차를 잡아타고, 답답했던 도시와 안녕을 고한다. 그런데, 타고 있는 기차에 '현상 수배범'이 타고 있단다. 경찰들이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인 용의자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름은 리차드 해니, 오똑한 콧날하며, 깜찍한 콧수염에 찰랑 찰랑한 머릿결까지 서른 일곱의 많은 나이가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 끌리는 매력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옴므파탈 해니의 좌충우돌 살인 누명 탈출기! 이거 은근히 재밌다.(연극 <39계단>, 에이콤 제작, 마리아 에이큰 연출, 임영조 협력연출 / ~08.30, 세종M씨어터)

상상하는 연극 <39계단> (위) 와 웃기는 스캔들 <룸넘버 13> (아래) [사진제공-에이콤 / 휴먼컴퍼니]
상상하는 연극 <39계단> (위) 와 웃기는 스캔들 <룸넘버 13> (아래)[사진제공-에이콤 / 휴먼컴퍼니] ⓒ 에이콤 / 휴먼컴퍼니

매력남 해니와의 기차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여행지에 도착! 별 다섯개짜리 특급호텔로 향한다. 묵을 방은 '룸넘버13(휴먼컴퍼니 기획, 아시안조이 제작, 김애자 연출)'

좋은 호텔답게 여당의 리차드 의원도 행차하셨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야당 총재비서 제인?! 그리고 그들의 방에선 난데없는 시체까지 발견되는데, 당신의 배꼽을 위협하는 사상 최악(樂)의 정치 스캔들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Open Run, 대학로 극장 가자)

사건 사고들로 가득했던 고단한 여행의 마지막, 고향집에 들러 '친정엄마와 2박3일'

미용실에서부터 택시, 기차, 호텔에서까지 다사 다난, 그리고 다소(多笑)했던 여행, 그 마지막은 오랜만에 고향집에 들러 '친정엄마와 2박 3일(iHQ 주최, 동국아트컴퍼니/극단 수 제작, 구태환 연출)'로 장식하자.

엄마 사랑해...<친정엄마와 2박 3일> [사진제공-iHQ]
엄마 사랑해...<친정엄마와 2박 3일>[사진제공-iHQ] ⓒ iHQ

엄마 혼자서 전기 장판의 온기에 의지하며 지키고 있는 고향집에 찾아 온 딸,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다니며 잘 지내고 있는 딸의 갑작스런 방문에 엄마는 기쁨보단 걱정이 앞선다. 얘기하지 않아도 유난히 아프고 피곤해 보이는 딸을 보며 엄마는 무언가를 직감하고, 삶의 보람이었던 딸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08.30,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탁 트인 수평선보다 더 시원하게 웃음 짓게 하고, 푸르른 수풀보다 더 편안하게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연극으로 떠나는 여행, 올 여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을까?


#쉬어매드니스#라이어#39계단#룸넘버13#친정엄마와 2박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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