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 전쯤에 시골 고향집 마당의 대들보인 자두나무가 지난번 비바람에 쓰러졌다는 비보를 전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30여년을 저와 함께 한 고향집의 자두나무. 단순한 과실수가 아닌 식구들과 동고동락하며 아픔과 기쁨을 제 살아온 평생과 같이 한 '한그루의 식구'라고 표현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쓰러진 자두나무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다녀가고 나서 일으켰는데 열흘 이상 지났는데 전혀 시들지 않고 푸른빛을 발하고 있음을 엊그제 직접 보고 왔습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지요. 일으켜 세우기 위해 굵직한 가지 몇 개를 잘라내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쇠파이프로 받쳐놓아 모양새가 좀 그렇긴 하지만요. 그래도 살아났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심각한 병에 걸린 식구를 다시 구해낸 기분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자두나무는 30년이 훨씬 넘은 녀석이었습니다. 엄마가 시집온 지 43년이 됐는데 시집 올 당시 그 자리에 그리 크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고 합니다. 시집올 당시에도 자두가 열렸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최소 45년 이상은 살아온 녀석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정확히 기억을 못하시구요.
그런데 문제는 그 녀석이 마당가에 있다보니 식구들이 지나다니다가 머리를 빈번하게 부딪히기도 하고 경운기 운전하다가 아버지께서 결코 작지 않은 부상을 당하기도 하셨습니다. 자두나무에 손을 끼인 상태에서 경운기 브레이크를 잡지 못해 손목이 돌아가고 지금까지 통증을 호소하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식구 중 일부는 자두나무를 베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기와 비바람에 쓰러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녀석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주변의 콘크리트를 좀 깨어 내고 뿌리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거의 죽다 살아나다보니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녀석은 어쩔수 없는 우리 식구입니다. 내년에도 크고 싱싱한 자두를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