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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노무현은 죽었다. 이건 마치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한 말과 같다. 니체 이전의 시대, 즉 '중세의 신이라는 절대자에게 의존적이고 정치, 경제, 문화가 종교로 귀결되던 시대상을 벗고, 내가 즉 인간 스스로 생각하고 존재하고 느껴야만 이 세상이 존재한다'라는. 실존주의의 의미에서 독일의 철학자 프레드리히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하였다.

 

'노무현은 죽었다'는 말도 이와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노무현 이전의 시대, 민주를 외치고, 탈권위를 외치고, 자유를 외치는 시대를 벗어나 어설픈 독재와 어설픈 민족주의, 어설픈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감히 '노무현은 죽었다'라고 외치고 싶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적인 힘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말. 정말 나는, 아니 우리는 깨어 있는 것일까?

 

"악법도 법이다"... 과연 악법은 지켜야 할 법인가?

 

요즘 미디어 관련 법 때문에 시끄럽다. 법에 대하여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분명 악법인데, 그런데 국회에서는 통과되었다. 어찌 통과되었건 형식상으로는 통과가 되었으니. 하지만 여기서 꼭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긴 채 독약을 마신 소크라테스에 대하여 배웠다. 학교에서는 아니 대한민국의 정권은 '악법도 법이다'라고 외치며 준법을 강요한다. 그렇게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법을 들이대면서 정치를 하는 자신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한다. 그러면서 법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아니 이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지켜야 한다고 세뇌시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는 과거의 독재 정권은 물론 사회에서도, 또는 기업에서도 많이 악용되고 있다. 그러면서 흔히 법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 또는 규칙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 지켜야 한다고 은근히 강요하는 것이다.

 

만약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 정말로 없어져야 할 악법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국민들이 이 법을 지켜야 할까? 아니면 악법을 없애려고 해야 할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정한 것이기에 지켜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법이라면 어느 누가 지키지 않을까? 법이기에 일단 지켜야 할 대상은 맞을지 모르나 악법은 분명 고치거나 없애야 할 법이지 무조건 지켜야 하는 법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악한 사람들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이용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용해 먹었는가? 악법도 법은 맞다. 하지만 이는 지켜야 할 법이 아니라 고쳐야 할 법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그럼 절이 존재할까?

 

지금 내가 있는 일터에서도, 내가 속해 있는 모임에서도 이런 말은 여전히 통한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불만이 있고, 또한 그 문제에 대하여 비판을 하면 꼬리처럼 붙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바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가 떠나라'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떠난다면, 아니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난다면 그 절은 중이 없이도 절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절에 어느 한쪽 성향의 중들만 남아 있다면 그 절이 과연 제대로 된 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절이 싫다고 절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절이 마음에 들도록 개혁을 하는 중이 제대로 된 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방향에 맞게 절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절도 살고 중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나라가 싫다고 모국을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어딘가에 반대가 있고, 어딘가에서는 비판이 있어야 부족함을 보완하고,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다양성이 인정되는 그런 사회가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5월 23일, 토요일 아침에 전직 대통령이 죽었다는 말을 전화기로 듣고 만우절도 아닌데 왜 농담을 하냐고 따졌다. 그리고 곧바로 들리는 죽음의 말들. 아무리 듣고 보아도 사실로 여겨지지 않는다. 몇 천 억을 받은 전직 대통령도 잘 살고 있는데, 전과 14범도 대통령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 왜 죽어? 당당하게 살아야지.

 

하지만 노무현은 죽었다. 노무현과 함께 민주주의도 죽었다. 대한민국에서 시민의 권력도 죽었다.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밤을 새워 촛불을 밝혀도 대한민국에서 노무현은 죽었다.


#깨어있는 시민#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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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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