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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노인들이 많이 나오는 공원으로 가서 이동업무를 진행한다. 서울의 파고다 비슷한 노인밀집공원은 어느 지역이고 다 있다. 공원에 나오는 이유가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 위해서라는 경우가 60%가 넘는다.

이들 중 천방지축 말을 잘 듣지 않는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손자 2명을 돌보며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식사, 청소, 세탁까지 살림을 파출부처럼 전담하고 있는 70대 초반의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는 관절염에 시달리며 보청기도 필요하다. 동네 다른 할머니들처럼 노인복지관에서 하는 장구와 민요도 배우고 싶고 마실도 다니고 싶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아들은 항상 늦게 귀가하고 며느리는 퇴근 후 컴퓨터에만 열중한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아들 내외는 애들만 데리고 외출하고 할머니는 한숨만 쉬다가 노인들이 밀집한 공원을 서성인다. 노인복지관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배우러 다니는 할머니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이제 와서 소용없는 후회의 넋두리를 곧잘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감이 물려진 조그만 집을 그냥 내 명의로 두는 것인데 괜히 아들앞으로 해주었나봐요. 만약 집이 내 이름으로 그대로 있었더라면 아들내외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요."

할머니의 넋두리를 들은 효사랑지킴이 어르신은 답답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할머니는 아들의 입장에서 이내 쉬쉬하고 아들의 신상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왕 지사 그냥 죽은 듯이 살겠다고 한다. 이것도 아들사랑일까? 아니면 체념일까?

나도 참 궁금하다. 집이 할머니의 이름으로 그대로 남겨졌으면 아들내외는 좀 살갑게 할머니를 대하고 보청기도 해드렸을까? 혹은 할머니가 한 집을 이끌어가는 여장부의 당당함으로 며느리에게 고부 간에 마땅히 해야할 한마디를 시원하게 하면서 살았을까?

할머니의 경우를 겪고 보니 하마터면 집의 명의를 바꿀 뻔한 내 경우가 새삼 실감이 간다. 최근 몇 달 전에 조그만 집을 분양받으면서 큰 아이 이름으로 등기를 하려고 했는데 언니,오빠 뿐 아니라 이웃도 반대를 했다. 딸을 믿고 못 믿고가 아닌 노후대책으로 집은 그냥 본인이름으로 해놓는 것이 가족관계가 평안해진다는 것이다. 그때는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우리 지역에서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학대의 가해자는 아들 53%, 며느리 12.4%, 딸 11.9% 이며 매일이나 이틀에 한 번씩 학대하는 경우가 50%가 넘었다. 딸보다는 아들을 선호하고 그 아들을 잘 교육시키고자 무진 애를 쓰며 살아오신 한국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그 아들에게 학대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더 많이 교육을 받은 이들일수록 부모에게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중심의 교육보다 학력중심의 교육을 펼친 우리 시대가 뿌린 가슴 아픈 결과이다.


#노인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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