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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현재 기독교 지도자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보수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보수적 입장이 다수를 대변하는 입장이거나 안정된 나라를 만드는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자기 개인뿐 아니라 단체 및 교회 내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성도들에게, 나아가 나라와 민족에게 보수적 입장을 받아들이도록 "설교"하고 있다. 진보 세력이나 개혁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비하와 폄훼 등 거침없는 소리들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왜 이들은 예수를 본받자고 하면서 예수께서 당시 사두개인과 바리새인과 제사장 등 권력가들에게 혁명적 입장을 취했던 것을 이 나라와 젊은이, 그리고 변화를 갈망하는 세력들에게 가르치지 않을까?

 

지난 정권 때 사학법 개정과 같은 개혁입법안에 수없는 목사들과 기독교계가 항의하며 반대를 외쳤던 것을 기억한다. 정직하지 못한 일과 불합리 및 부정을 제거하자는 일에, 이 땅에 기독교적 가치들이 더 풍요로워질 일들에 반대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 이익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숭고한 이념을 내세워 볼멘소리를 했지만 견제와 균형 없는 자유만으로 구성된 사학 운영 실태는 방종과 부정으로 치닫기 좋은 구조적인 결함들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부정한 재물은 놓칠 수 없는 꿀물이었을 것이다. 정말 그 숭고한 이념이 반대 이유였다면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고 재단 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면 될 일이다. 정부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이다. 세금이 집행되는 곳에는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립학교가 이 시대에 와서 결국 많은 비리 가운데 휩쓸려왔고, 그래서 그 원인을 통해 시스템 정비라는 결과를 얻고자 했는데 이를 방해하는 건 우스운 일이 아닌가. 정작 더 우스운 일은 결국 반대에 부딪쳐 강도를 깎고 깎아 개정된 사학법을 이제 다시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일이다.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가 지난 2007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렸다.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가 지난 2007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도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지도자가 되게 한 그 이념을 스스로 저버린다면 그가 무슨 지도자이며 권위를 가질 수 있을까.

 

동일하게 기독교를 등에 업고 투표에 당선된 현 대통령은 인권 탄압과 자유 침해, 온갖 거짓말과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음으로 기독교 이념을 시궁창에 패대기쳤다. 정치적 이익과 소수 특권층에 대한 유익을 도모하기 위해 기독 이념을 헌신짝처럼 저버렸고, 이는 자신의 정치적 모태인 기독교에 대한 낯 뜨거운 배반이었다.

 

이는 "주차 위원으로 오랫동안 봉사"한 것이나 "장로" 호칭만으로는 진정한 기독교인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를 '섬기는 것'이나 '봉사'하는 것과 목사 혹은 장로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제도 자체가 기독교 역사 속에 있었던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계속해서 국가 대통령의 망토와 권위의 지팡이 위에 새겨져 있다.

 

이 이미지는 오늘날 기독교를 중환자실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기독교인임을 자처하는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일부 목사와 그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성도 수에 비례하는 추정적 지지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끊임없이 뭇매를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이 되며 습관이 모이면 인격이 된다. 지난 정권 때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민주주의 전도사가 되려 했고 그 생각대로 이 땅에 민주주의 기반을 쌓게 했다. 지도자는 자기 신념에 따라 자기 신념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그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요소와 싸웠고 승리와 좌절을 맛보아야만 했다. 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그는 혁명적 정신을 몸으로 실천한 지도자였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하나님이 계시하시는 것을 말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시에서 멀어진 사람들과 정신에 반대하며,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무의미하게 사용하는 사람들과도 싸워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지도자의 위치에 세워진 사람들이 교계 지도자들일 것이다. 그래서 전체주의나 독재체제 등 성경과 위배되는 상황에 민감하게 깨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할 가능성이 있는 권력집단에 대해 늘 언제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들이대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본분을 잃어버리고 되레 권력집단과 동맹하며 자기 유익을 구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저들의 설교를 들을 수 있을까. 단지 "쓰레기"라는 냉소와 적의만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독교계는 십자가를 가리는 태극기를 벗겨내야 한다.

 

이 나라의 수장이 얼핏 같은 색깔을 내비친다고 마치 권력 자체가 기독교를 위하는 꿀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래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토할 것 같은 비위 상하는 마음뿐이다. 세례 요한이 말하는 바, "독사의 자식들"은 오늘날 동일하게 권력 앞에 선 알량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이르는 촌철살인일 것이다.


#기독교와 대통령#태극기와 십자가#독사의 자식들#정치목사#기독교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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