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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때문에 걸리는 가장 끔찍한 병이라고 한다면 대개의 사람들은 폐암을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폐암에 걸리는 것도 끔직합니다. 우리나라 암 중에서 발생률 2위에 사망률은 1위인 폐암은 폐암이라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려운 데다가 그렇다고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 오면 이미 다른 장기로 퍼져 있어서 손쓸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은 고약한 병입니다.

거기다가 대개 어떤 암이든지 조기에 발견되어 치료한다면 예휴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을 안 해도 되는데, 폐암은 아직까지도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지만- 조기검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어려운 끔찍한 병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담배 때문에 걸릴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병은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만성폐쇄성폐질환, COPD)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병일지 모르겠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그렇게 드문 질환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4번째로 많은 사망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미국에서만 1600만 명 정도가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GOLD(the Global Initiative for Chronic Obstructive Lung Disease)라는 곳에서 예측하기로 2020년 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지금은 6번째로 많은 사망원인입니다-  3번째로 많은 사망원인으로 부상할 만큼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질환입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폐기종) 장기간 흡연을 하면 염증세포들이 폐에 모이게 되고 염증세포에서 단백분해효소가 이에 대한 억제제 보다 더 많이 분비되고 재생과정이 정상적이지 못해서 폐기종이 생긴다
만성폐쇄성폐질환(폐기종)장기간 흡연을 하면 염증세포들이 폐에 모이게 되고 염증세포에서 단백분해효소가 이에 대한 억제제 보다 더 많이 분비되고 재생과정이 정상적이지 못해서 폐기종이 생긴다 ⓒ 위키피디아

이 질환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천식과 유사한 면이 많은데, 환자들은 주로 감기에 걸리거나 폐렴에 걸린 것도 아닌데 객담을 동반한 기침이 1년에 3개월 이상 꾸준히 이어지는 증상을 호소하곤 합니다. 또 숨쉬기 어려워한다거나, 가슴에 돌덩이를 얻어 놓은 것처럼 중압감을 느끼거나 산소 결핍 혹은 조이는 느낌 등으로 표현되는 운동성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는 팔을 이용하는 작업, 특히 어깨와 그 이상의 부위를 이용하는 작업에 무엇보다 어려움을 겪에 됩니다.

단, 이 질환이 천식과 다른 점은 주로 40대 이상의 고령이거나 20갑년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갑년(pack-year)이란 흡연의 강도를 표현하는 단위로 하루 평균 흡연하는 담배의 양에 -한 갑, 두 갑 이런 식으로- 흡연한 총 연수를 곱한 것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즉 만성폐쇄성폐질환이 20갑년(pack-year)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는 것은 하루에 1갑씩 20년 이상 피운 사람에게서 이 질환이 잘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엄청난 양이지요.

물론  담배를 20갑년 이상 피운다고 해서 모두가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병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유전적인 요인에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있어서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COPD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이 병은 흡연과 관련된 염증 및 손상 때문에 발병하는 질병이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흡연자의 15-20% 정도에서 이 질병에 걸린다고 합니다.

절대로 좋아지지 않는 질병

제가 이 병을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자들이 겪고 있는 증상이 우선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기침에 더러운 가래는 계속해서 나오고 거기다 누워있으면 숨쉬기 곤란해서 앉아서 자야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 병을 더 싫게 만드는 것은 이 병은 절대로 좋아지지 않는 질병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사실 이 병은 나빠지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이 병을 치료하는 목표일 정도로 계속해서 나빠지는 질병입니다.

폐기능 감소 곡선 나이에 따른 폐기능 감소 곡선
폐기능 감소 곡선나이에 따른 폐기능 감소 곡선 ⓒ 천호선

제가 대충 그린 것이라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일단 그래프의 A는 정상적인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폐기능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B는 정상적이긴 하지만 A 에 비해서 나이가 들수록 폐기능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A/B 모두 정상적인 상태로 나이가 들어도 호흡기계 증상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C/D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20세의 폐기능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폐기능이 나빠져서 이른 나이부터 호흡기계증상이 나타나고 죽을 때까지 좋아지지 않고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즉 폐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20세를 전후해서 가장 좋은 기능을 보였다가 나이가 들수록 -정상인 사람에서도- 점점 기능이 나빠지는 것이 당연한데, 담배를 많이 피우면 나빠지는 속도가 갑자기 더 커지면서 호흡기계증상이 이른 나이부터 발생할 수 있고, 이렇게 한 번 폐기능이 나빠져서 질병에 걸리고나면 나이가 들수록 폐 기능은 점점 더 안좋아지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곡선은 흡연의 강도뿐 아니라, 성장기에 흡연에 노출된 기간, 각 개인의 기초 폐기능에 따라 다르고 그 외의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역시나 결론은 금연

Nasal cannula Nasal cannula
Nasal cannulaNasal cannula ⓒ 위키피디아

말도 할 수 없는 기침에 더러운 가래에 숨쉬기까지 곤란한 상태로 좋아지는 것도 없이 평생 나빠지기만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정말 끔찍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평생 나빠지기만 하는 이 병에도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나빠진 상태를 다시 좋게 할 수는 없지만 -위에 그래프에서 보듯이- 나이가 들수록 나빠지는 속도를 줄여서 최대한 천천히 나빠지게 할 수 있는 방법! 바로 금연입니다.

금연은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할지라도 유일하게 폐기능 감소 속도를 완화시킨다고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그래서 폐기능 감소 속도가 완화되고 더불어 금연을 함으로써 암과 심혈관질환까지 감소시켜서 생존율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미 질병에 걸린 경우라도 해도 금연을 통해서 그나마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모두 금연합시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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