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일상 다반사였다

.. 제 먹는 음식을 접대하는 사람을 낮춘다고 해서 스스로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데도 하대하는 손들은 비일비재했다. 일상 다반사였다 ..  《김담-그늘 속을 걷다》(텍스트,2009) 115쪽

'음식(飮食)'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밥'으로 다듬어도 됩니다. '접대(接待)하는'은 '차려 주는'이나 '내놓는'으로 손보고, "높아지는 것이 아닌데"는 "높아지지는 않는데"로 손보며, '하대(下待)하는'은 '깔보는'이나 '깎아내리는'으로 손봅니다.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는 '흔했다'로 손질합니다.

 ┌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 다반사
 │   - 그가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이제 일상다반사로 여겨진다
 ├ 다반사(茶飯事) :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보통 있는 예사로
 │   운 일을 이르는 말. '예삿일', '흔한 일'로 순화
 │   - 며칠씩 집에 안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
 ├ 일상 다반사였다
 │→ 아주 흔한 일이었다
 │→ 아주 잦았다
 │→ 아주 많았다
 │→ 아주 흔했다
 └ …

만화쟁이 강풀 님이 '일상다반사'라는 이름으로 만화를 그린 적이 있습니다. 이 만화가 나오기 앞서도 그럭저럭 쓰던 말이요, 이 만화가 나온 뒤로도 이렁저렁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들은 이 말을 얼마나 자주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흔히' 쓰는 말이 되었습니다만, 어디에서나 '으레' 들을 수 있는 말로 자리를 잡습니다만, 곰곰이 따지고 본다면 "흔한 일"이나 "흔히 있는 일"이나 "으레 있는 일"이나 "여느 일"과 같은 말마디로 우리 느낌과 생각을 나타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상다반사' 같은 한문이 없이도 얼마든지 우리 삶을 보여주거나 나누지 않았나 싶습니다.

 ┌ 늘 있는 일이었다
 ├ 늘 있었다
 ├ 늘 치르는 일이었다
 ├ 늘 치러야 했다
 ├ 늘 보는 일이었다
 ├ 늘 보아야 했다
 └ …

세상에 이름을 떨치거나 힘을 뻗치는 사람들 한 마디 두 마디가 더없이 크게 우리한테 파고들기도 하지만, 세상에 제아무리 이름을 떨치거나 힘을 뻗치는 사람들 기나긴 말마디라고 하여 우리 삶에 반드시 파고들지만은 않습니다.

널리 알려지고 읽히는 만화에 붙는 이름 '일상다반사'라 한들, 이 만화 때문에 이 말마디가 널리 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마디로 이름을 달고 알려지고 읽히는 만화가 이 말마디를 좀더 널리 퍼뜨리는 데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음은 틀림없습니다.

 ┌ 언제나 그랬다
 ├ 으레 그랬다
 ├ 언제나 그랬다
 ├ 날마다 그랬다
 └ …

예부터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굶기를 밥먹듯이 한다"라 하는.

참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만, "밥먹듯이 한다"는 "밥을 먹는 일"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말을 잘못 읽으면 아주 말장난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말장난처럼 가난을 그려냈다고 할는지 모르는데, "밥을 먹는 일"이란 아주 마땅한 일, 아주 흔한 일, 누구나 하는 일, 언제나 있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굶기를 밥먹듯이 한다"는 "자주 굶는다"나 "거의 날마다 굶는다"나 "늘 굶는다"는 소리예요. "굶지 않은 적이 드물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다반사'이든 '일상다반사'이든, 이런 한문은 우리 말로 치자면 '밥먹듯이'나 '밥먹다'와 같은 셈입니다. 우리로서는 우리 말로 '밥먹듯이' 무엇을 한다고 말하거나 글을 쓰면 될 노릇이고, 이런 뜻과 느낌을 담는 여러 가지 말투를 살려서 쓰면 한결 어울리거나 알맞습니다.

 ┌ 일상다반사로 여겨진다
 │→ 흔한 일로 여겨진다
 │→ 아무렇지 않다고 여겨진다
 │→ 그러려니 하고 여겨진다
 ├ 집에 안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 집에 안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 집에 안 들어오곤 했다
 │→ 으레 집에 안 들어오곤 했다
 └ …

이렇게 빗대어 말할 까닭은 굳이 없다거나 빗대는 말이 그다지 걸맞지 않다고 느낀다면, 한 마디로 잘라 '흔하다'나 '잦다'나 '많다'를 넣어 줍니다. 두 마디로 추슬러 '늘 있다'나 '으레 있다'나 '언제나 있다'나 '자주 있다'라 적어 줍니다.

우리 살아가는 그대로 하는 말입니다. 우리 살아가는 매무새가 고스란히 담기는 글입니다. 토박이말 '밥먹듯이'는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온 그대로 담아낸 말입니다. 한문 '다반사'나 '일상다반사'는 중국사람이나 지난날 '한문 쓰던 한국땅 권력자'가 살아간 그대로 담아낸 말입니다.

저마다 살아가고픈 대로 하는 말입니다. 저마다 바라는 대로 쓰는 글입니다. 그러니까, 꾸밈없이 살아가고픈 사람이라면 꾸밈없이 생각하고 꾸밈없이 말합니다. 수수하게 살고픈 사람이라면 수수하게 생각하고 수수하게 말합니다. 구태여 울타리를 높이고프지 않은 사람이라면 좀더 손쉬운 생각을 뻗치고 손쉬운 말글을 찾습니다. 너와 나 사이에 애틋한 사랑이 살아숨쉬기를 바란다면, 한결 살갑고 따스한 생각으로 살가우며 따스한 말마디를 나누고자 합니다.

알맞춤하고 알뜰하게 주고받는 토박이말이란, 알맞춤하고 알뜰하게 꾸리는 삶에서 비롯한다고 하겠습니다. 꾸밈없는 삶보다는 겉치레 삶이 좋다면, 이웃과 살가이 어깨동무하는 삶보다는 내 밥그릇 더 채우며 이름값 높이는 삶이 마음에 든다면, 중국글이건 일본글이건 미국글이건 지식을 뽐내는 글을 쓸 노릇입니다. 아니, 이렇게 쓰게 되고 맙니다.

꾸밈없이 살아가는 마음이니 '고맙습니다'입니다. 꾸미며 살아가는 마음이니 '땡큐'입니다. 수수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매무새이니 '책을 읽다'입니다. 내 이웃하고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하고픈 매무새로 다가서지 않으니 '독서하다'이며, '책'이 아닌 '북'을 말하는 가운데 '북쇼'니 '북페어'니 '북스타트'니 하고 말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고사성어, #상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