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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진취적이 못 되었다고

 

.. 그의 생각 그리고 그의 역사관은 비록 진취적이 못 되었다고 하드라도 그의 삶은 진취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고도 남는다는 확증이라 할 것이다 .. <거듭 깨어나서>(백기완,아침,1984) 154쪽

 

 "그의 생각 그리고 그의 역사관은"은 "생각과 역사관은"이나 "생각과 역사를 보는 눈"으로 다듬어 줍니다. "그의 삶은"은 '삶은'으로 다듬습니다. '입증(立證)하고도'는 '보여주고도'로 손봅니다. 바로 뒤에 "남는다는 확증(確證)이라 할 것이다"가 붙는데, '확증'은 덜고, "(무엇무엇)을 보여주고도 남는다"처럼만 적든지 "(무엇무엇)을 다시금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처럼 적으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 진취적(進取的) : 적극적으로 나아가 일을 이룩하는

 │   - 진취적 사고 / 진취적 자세 / 화랑과 불교도의 진취적 기상 /

 │     진취적인 사고방식 / 그는 무슨 일이든 진취적으로 해 나갔다

 ├ 진취(進取) :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일을 이룩함

 │   -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진취의 기상을 지녀야 한다

 │

 ├ 진취적이 못 되었다고 하드라도

 │→ 적극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하드라도

 │→ 힘차게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하드라도

 │→ 당차게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하드라도

 └ …

 

 한자말 '진취적'을 풀이하는 말은 '적극적'입니다. 그래서 '적극적(積極的)'을 찾아보니, "대상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고 능동적인"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적'붙이 말 하나가 다른 '-적'붙이 말 하나를 부르고, 다른 '-적'붙이 말 하나는 또다른 '-적'붙이 말 둘을 부르는 셈입니다.

 

 거듭 국어사전을 뒤적여 '긍정적(肯定的)'을 찾아보니, "옳다고 인정하는"이나 "바람직한"을 뜻한다 나오고, '능동적(能動的)'을 찾아보니, "다른 것에 이끌리지 아니하고 스스로 일으키거나 움직이는"을 뜻한다 나옵니다. 이리하여 '적극적'이라 할 때에는 "바람직하며 스스로 애쓰는" 매무새를 가리키는 셈이고, '진취적' 또한 "바람직하며 스스로 애써 이룩하려 하는" 모습을 나타낸다고 하겠습니다.

 

 ┌ 진취적 사고 → 남달리 앞장서는 생각 / 스스로 애써 이루려는 생각

 ├ 진취적 자세 → 힘써 이루려는 매무새

 ├ 진취적인 사고방식 → 스스로 힘써 이루려는 생각

 └ 진취적으로 해 나갔다 → 힘껏 해 나갔다 / 온힘 바쳐 해 나갔다

 

 문득, 사람들이 으레 말하기도 하는 "적극적 사고방식"하고 "진취적 사고방식"은 어떠한 뜻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가 궁금해집니다. "능동적 사고방식"이라 한다면, 또 "긍정적 사고방식"이라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는 모습을 떠올릴는지 궁금해집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적극' 나아가는 모습이라면 '힘있게' 나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이라고도 할 테지요. '힘껏' 애쓰는 모습이라 할 수 있으며, '온힘 바치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힘찬 모습은 '당차'거나 '다부지다'고 느끼곤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굳세'거나 '의젓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 그 사람 생각과 역사 관점이 비록 힘차게 뻗어나가지 못하드라도

 ├ 그 사람 생각과 그 사람이 역사를 보는 눈이 비록 앞서나가지 못하드라도

 ├ 그 사람이 품는 생각과 역사를 보는 눈이 비록 야무지지 못하드라도

 └ …

 

 때와 곳과 흐름을 살피면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 봅니다. 한자로 적던 '進取的'을 이제는 한글로 '진취적'이라 적을 만큼 나아지기는 했으나, 한자로 적던 글을 한글로만 적는 매무새로는 아직 모자라지 않느냐 싶습니다. 겉껍데기로 한글을 쓰는 매무새로도 반갑기는 합니다만, 이제부터는 속알맹이까지 튼튼하고 알차게 우리 말이 될 수 있도록 가다듬어야 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이를테면,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한테는 '國家'이지만, 한국사람한테는 '國家'도 '국가(國家)'도 '국가'도 아닌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국가'뿐 아니라 '國家'라는 낱말을 곧잘 쓰지만, 우리 말은 '나라' 한 가지일 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아직까지 '바깥말이지만 마땅히 걸러내거나 털어내어 알맞게 쓸 우리 말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바깥말이라 하여도 우리 말처럼 삼으며 쓰고 있다'고 할 만한 '진취'와 '진취적'이기에, 여러 사람들 슬기를 모으고 마음을 모두어 차근차근 우리 넋과 문화와 터전을 가다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낱말 두 낱말 좀더 알뜰살뜰 보듬을 수 있도록 뻗어나간다면 좋겠습니다. 고이는 말이나 멈추어 버리는 말이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말이 아니라, 힘차게 걷는 말이나 싱그러이 빛나는 말이나 당차게 솟구치는 말이 되도록 갈고닦는다면 좋겠습니다.

 

ㄴ. 진취적인 질문들을 던졌고

 

.. 학생들은 진취적인 질문들을 던졌고, 토론을 위해 수업 외의 시간을 내는 걸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  <나무 위 나의 인생>(마거릿 D.로우먼,눌와,2002) 180쪽

 

 "질문(質問)들을 던졌고"는 "물어 보았고"로 다듬으며, "토론(討論)을 위(爲)해"는 "토론을 하고자"나 "이야기를 깊이 나누려고"로 다듬습니다. "수업 외(外)의 시간을 내는 걸"은 "수업이 끝난 다음에도 시간을 내기를"이나 "수업을 마치고도 시간을 내기를"이나 "수업 때가 아닌데에 시간을 내기를"로 손질해 줍니다. '주저(躊躇)하지'는 '망설이지'로 손봅니다.

 

 ┌ 진취적인 질문들을 던졌고

 │

 │→ 서로 나서서 물어 보았고

 │→ 더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물어 보았고

 │→ 눈빛을 반짝이며 물어 보았고

 │→ 두 눈을 빛내며 물어 보았고

 └ …

 

 "진취적인 질문"이란 어떻게 물어 보는 일인가 궁금합니다. 문득, 이런 말은 영어에서 으레 쓰지 않는가 싶어, 영어 낱말 'enterprising'이나 'progressive'를 찾아봅니다. '엔터프라이징'은 '기업적인-진취적인-모험적인'을 뜻한다 나오고, '프로그레시브'는 '진보적인-혁신적인'을 뜻한다 나옵니다.

 

 아하 그렇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my'를 '나의'로 옮겨적곤 하는데, '내'라고 옮겨적지 않기 일쑤입니다. 꼭 그래서는 아닐 테지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my = 나의'로 생각이 굳어집니다. 'our = 우리의, 우리들의'로 눈길이 굳어집니다. '우리 + 의'는 겹치기가 되는 말씨임을 깨닫지 않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우리들뿐 아니라 영어를 가르치는 어른들 또한 매한가지입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이 보기글에 쓰인 "학생들은 진취적인 질문들을 던졌고"는 영어를 영어사전에 따라 곧바로 옮겨낸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 학생들은 거리낌없이 물어 보았고

 ├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물어 보았고

 ├ 학생들은 스스로 깊이 생각하면서 물어 보았고

 ├ 학생들은 누구나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어 보았고

 └ …

 

 우리는 물으면 '묻는다'고 했지, "물음을 던진다"느니 "질문을 던진다"느니 하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우리 말로 옮기는 가운데 어느 때부터인가 난데없이 쓰고 있는 '던지다'입니다.

 

 이리하여, 온통 '-적'붙이 말투로 풀이가 되어 있는 영어사전으로 영어를 배우는 동안에는 '기업적인-진취적인-모험적인-진보적인-혁신적인' 같은 말투에 익숙하고 맙니다. 이러한 말투를 한 번 쓰고 두 번 쓰는 사이, 또 영어 낱말을 외우는 사이에, 더더욱 '-적'붙이 말투를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맙니다. 우리 말투는 잊고 바깥 말투를 우리 말투인 듯 잘못 생각하고 맙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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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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