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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선다 해서 부는 바람 막을 수 있나?

 

'다시 바람이 분다' 부산 공연 봉쇄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나는 이 정부의 치졸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노를 느낀다. 아니 그들의 무모함에 대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대응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참 애들 많이 쓴다.

 

그러나 세상에 누가 있어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있을까? 이 넓은 들판에 휘몰아 치는 바람을 두 팔을 벌려 막아선다 해서 그 바람이 멈출 수 있겠는가. 바람은 막히면 돌아나간다. 골이 좁으면 더욱 강하게, 더욱 빠르고, 더욱 거세게 불어닥친다. 불지 않는 바람을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처럼,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다. 억지로 막아서봐야 그 바람에 만신창이가 되는 일밖에 없다.

 

도대체 서울 공연에 이어 부산 공연까지 이렇게 막아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죽은 대통령을 추모하는 일에 이렇게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정말 두려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작 몇 만 관객이 모이는 것일까? 흘러간 80년대 민중가수들이 노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의식이라곤 그다지 찾아 볼 수 없는 대중음악인들이 출연하는 것일까? 그러나 당연히 이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  

 

이 약삭빠른 족속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두려워 하는 이유는, 이렇듯 치졸하고, 저급한 방법으로라도 공연을 막겠다고 거품을 무는 이유는, 이 공연 제목처럼 이제 다시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일단 바람이 불면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약삭빠른 족속들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 국정원이 기업에 압력을 넣어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을 막고, 여당은 국민들의 의견따윈 들을 필요도 없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하는, 그래서 결국 현직 대통령을 '설치류'로 밖에는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이따위 나라에서 바람이 불길 고대하는 사람들은 늘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도 밤을 새워 바람을 지켜내는 부산의 학생들과 공연기획단 분들께 말씀드린다. 그들의 이해를 기대하지 마시라. 그들의 저열함을 비난하지도 마시라. 그들이 이 바람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그들에게 최소한의 도덕과 양식이란 것이 있었다면, 퇴임한 대통령을 추모할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일은 더 많은 바람이 불 것이다. 더 강한 바람이 불것이다. 그도 바람이 되어 올 터이니 나도 그 바람을 따라 부산으로 가련다.


#다시 바람이 분다#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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