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차 대전 때 사용했을 대포가 해안에 설치되어 있다. 다윈은 일본의 공습을 받았던 도시다.
 2차 대전 때 사용했을 대포가 해안에 설치되어 있다. 다윈은 일본의 공습을 받았던 도시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큰 도시에 들를 때마다 의례적으로 들리는 박물관을 이곳 다윈에서도 찾았다. 원주민이 많이 살고 있어 그런지 박물관에는 원주민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호주 원주민 그림의 특징인 점을 하나씩 찍어 동물이나 자연을 그린 그림이 많다. 커다란 캔버스에 하나하나 점을 찍어 그리려면 엄청난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흔히 호주 원주민은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다는 물고기 구경을 갔다. 시간에 맞추어 가니 이미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관광객이 던져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고기들이 몰려든다. 빵 조각을 손에 들고 물 가까이에 대고 있으면 큼지막한 물고기들이 손을 후려치면서 빵 조각을 채 간다. 이렇게 많은 물고기 떼를 양어장이 아닌 바다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다윈은 호주 북쪽 끝이기 때문에 겨울이 없고 항상 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따라서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난을 이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기에는 태풍과 비가 심한 곳이기도 하다.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바다에 사는 고기가 시간에 맞춰 관광객이 주는 먹이를 먹으러 온다.
 바다에 사는 고기가 시간에 맞춰 관광객이 주는 먹이를 먹으러 온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다윈에는 열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난 종류도 흔하다.
 다윈에는 열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난 종류도 흔하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이왕 이렇게 더운 지방에 온 김에 호주에 흔히 있는 누드 캐러밴 파크에 가 보기로 하였다. 다윈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누드 캐러밴에 용기를 내어 찾아가니 주인 여자가 반갑게 맞아 준다. 간단하게 헝겊으로 몸을 가린 차림이다. 안에 들어서니 여느 캐러밴 파크와 다른 것이 없다. 단지 옷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있으며 몇몇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우리도 옷부터 벗어 버리고 텐트를 친다. 조금 쑥스럽다.

더운 날씨를 핑계로 수영장에 들어가 몸을 식힌다. 수영복도 입지 않고 물속에 들어서니 무언가 허전하면서도 홀가분하다. 조금 지나니 나 자신도 자연스러워진다. 같이 수영을 하는 사람이나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이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누드 캐러밴 파크가 특징 중의 하나는 늦은 오후, 저녁 시간 전에 모두 모여 담소를 나눈다는 것이다. 물론 옷은 입지 않고 있으나 큰 목욕수건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의자에 깔고 앉는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 나도 끼어들었다.

다윈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그리스에서 이민 온 사람은 다윈이 무역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퍼스(Perth)에서 왔다는 부부는 자신들이 52일 동안 걸어서 여행 다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왔다는 부부는 자기 나름대로 호주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등 이야기가 끝이 없다.

토요일에는 각자 조금씩 돈을 거두어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며 바비큐로 저녁 식사를 같이 한다. 물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곳에서 느낀 점은 이곳에 온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년퇴직 후 이곳저곳 여행을 하는 사람, 다윈에 있는 전기 회사에 다니면서 종종 이곳에 들른다는 사람,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 학교 선생을 했다는 노부부, 천주교 신자인지 식사 때마다 성호를 긋는 부부, 캐나다의 추운 날씨를 피해 호주의 누드 캐러밴 파크를 찾아다니는 젊은 부부 등….

다른 캐러밴 파크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이곳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이다. '끼리끼리'라는 의식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자연주의자(Naturalist)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위적인 것을 벗어 버리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흔히 생각하기 쉬운 엉큼한(?) 생각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일주일을 이곳에서 지내고 떠날 준비를 한다. 옷 입는 것이 귀찮아진다. 고정관념이 바뀌어서일까?

세상 사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한다.

 탁 트인 바다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탁 트인 바다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호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