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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2년을 더 연장하는 법안을 상정했었다. 막후 협상을 거쳐 1년 6개월로 조정은 됐지만 그것도 궁여지책이다. 이미 비정규직법에 따라 6월로 해고통보를 받는 비정규직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직장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여야당이 이 문제를 재검토하려면 일단 시행된 법적효력을 정지시켜야 한다. 그래놓고 유예든 연장이든 협상을 해야 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안을 그대로 두고는 새로운 '연장'법안을 적용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유예'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자는 얘기도 나왔다. 아무튼 이제 관심은 효력을 정지시키는게 아니라, 그 이후에 제시할 여야 양측의 대안에 쏠린다.

 

비정규직법, 원래는 '비정규직보호법'

 

다 알다시피 2년 전 비정규직보호법이 발의될 때 취지는 '비정규직 차별금지'가 주 요점이었다. 같은 업무와 시간을 일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격차가 60만 원 정도 되는것으로 알려졌고, 이 밖에 각종 보험혜택에서도 제외되는 등 심각한 차별이 발생했기 때문에 실시한 것이다.

 

그 차별의 주체는 어디인가. 바로 '기업'이다. 기업들은 임금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서 손쉽게 고용 또는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사원들을 썼고, 이들은 또한 고용주체가 해당 기업이 아닌 '용역회사'였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노조도 없고, 해고도 자유로운 값싼 임금의 비정규직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한 마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약화시킨 구조악적인 행태가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인원이라면 평생을 데리고 있어도 전혀 부담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정규직마저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거나,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정규직을 선출했었다.

 

할 수만 있으면 영원히 비정규직을 쓰고싶은 기업의 욕심

 

이런 기업들의 욕심을 나무랄 수도 없다. 기업의 이윤을 증대시키는데 큰 걸림돌이 되는 '임금'문제를 비정규직으로 해소할 수 있고, 업무 또한 정규직과 차이가 없는데 굳이 정규직을 채용해서 노조와 갈등을 일으키거나 임금협상을 벌여야 하는 괴로움을 떠 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발생한 것이 비정규직보호법이다. 이제 기업은 두 가지의 선택을 해야 한다. 지난 2년간 고용했던 비정규직 사원들을 의무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해고하고 다시 비정규직을 뽑아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 정규직 전환보다는 차라리 해고를 택하는 것이다. 이미 이랜드 사태가 그랬고, KTX 용역사태가 그랬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이 할 일, '비정규직 해고를 막는 일'

 

이미 이 법안의 문제점은 드러나고 있었지만,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이제와서 '기간을 연장'하자고 한다. 누가 봐도 직무유기다.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이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야지, 이 법이 잘못됐으니 이제와서 뜯어고치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면 한나라당 주장대로 1년이든 2년이든 연장을 했다치자.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또 2년 후에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재연될 때는 어떤 대책을 제시할 것인지 지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 대안을 밝힐 수 없다면, 연장 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아마도 한나라당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산인 듯 한데, 그런 태도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한다는게 한심할 따름이다.

 

비정규직 많은 기업, 과연 기업이미지에 득 될까?  

 

대통령이나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의 주장들을 보면 '기업의 고용 자유화'를 주장하는 것 같다. 이들은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마음대로 고용하고 해고할 자유가 없어서 기업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듯 말하고 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다면 기업들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업이면 건전하고 그 기업의 경영이 투명하며, 기업의 이미지가 나아질까. 오히려 그 반대다. 기업은 당장 물건 팔아서 하루를 살아가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기업의 경영은 최소한 10년이나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당장 어렵다고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값싼 인력들만 고용한다면 어떤 바이어가 그런 기업에서 만들어 내는 제품을 신뢰할 수 있을까. 일본은 최근 비정규직에 대한 독특한 해법을 내 놓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정규직이 아닌 오히려 '평생고용'을 약속하는 기업들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즉 비정규직을 수시로 바꿔서 들어가는 비용으로 한 사람을 평생 한 직장에 근무하도록 권장하면, 업무의 능률이나 숙련도에 있어서 탁월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건전하고 투명하다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자주 바뀐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안 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어찌보면 기업들이 좋아할 수 있는 '마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당장은 월급이 절약될 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그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뿐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랜들리'가 허공에 맴도는 소리라는 말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오히려 철저한 기업규제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업들도 지금의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 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그 부메랑은 자신들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한 기업의 노동자가 50년 이상을 꾸준히 그 곳에서 일을 했다면, 그 노동자를 칭찬하기 보다는 그 기업을 칭찬할 일 아닌가.

 

정부여당,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지는 있나?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고용시한을 1년6개월 연장하자고 하지만, 결국 그 1년6개월이 지나도 지금보다 더 나은 대책은 없는 듯 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치우고 보자는 속셈이라면 그 후에 닥쳐 올 '대란'은 전적으로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과거 민주당은 그래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하려는 의지는 보였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은 '비정규직'을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게 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비정규직' 몇 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려는 것인지,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해 진다.


#비정규직법#한나라당#정규직#고용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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