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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하는 게 별로 없는 필부입니다.

하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지요?

 

그런 맥락으로 치자면 잘하는 게 아주 없지는 않군요.

그 '영역'은 바로 술을 남보다 좀 잘 마신다는 것입니다. ^^;

 

소싯적엔 엄청 마셨지만 지천명을 넘긴 이젠

그리 마시진 못 하고 소주 2~병 정도로 그칩니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초가을의 일입니다.

 

당시 아내가 시장에 갔다가 무슨 제철과일을 한아름 사 왔더군요.

"이걸 다 먹으려고?"

 

그러자 아내는 과일주를 담가 집에 두면 관상용으로도 보기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소주와 설탕을 넣어 담근 과일주는 하지만

두주불사였던 당시의 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술이 숙성되려면 아직도 멀었거늘 과일주를 담근 지

불과 보름도 안 되어 저는 하루 날을 잡았지요.

그리곤 아내가 어딜 다녀온다기에 '때는 이때다!' 싶어 그 술을 몽땅 퍼마셨지 뭡니까!

 

집에 돌아와 보니 이 한심한 남편은 과일주에 만취하여

혀까지 꼬부라져 해롱해롱하니 아내의 속이 오죽했을까요!

부아가 활화산이 된 아내는 그때부터 이를 갈면서 다짐했답니다.

 

"내가 다시 과일주를 담그면 당신 자식이야!"

저는 지금도 애주가인 반면 술을 한 모금도 못 하는

같은 사무실의 선배님은 그러나 저에게 줄곧 술을 대 주십니다.

 

선배님은 산을 좋아하시어 한 달이면 몇 차례나

등산을 하시는데 산악회에서 주는 소주를 모았다가 제게 주시는 것이죠.

물론 저는 그 반대급부로써 이따금 점심을 산다든가

글을 써서 받은 상품권 등으로 감사의 상쇄를 하고 있습니다.

 

그제는 선배님이 적지 않은 용량의 소주를 무려 여섯 병이나 주셨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어제는 그래서 시장에 들러 자두를 샀지요.

 

그걸 가지고 집에 와 물로 잘 씻어 말린 뒤 설탕과 소주를 부어 자두술을 담갔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오얏'이 바로 자두입니다.

 

그러니 자두의 새콤달콤한 맛은 예로부터 소문이 왁자했지 싶습니다.

하여간 '자두술'은 더위 먹은 데나 식중독,

그리고 이질과 설사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소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위장병이 있거나 허약한 사람은 되레 안 좋다고 하니

뭐든 동전의 양면처럼 그렇게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는 모양입니다.

 

자두술은 통상 4달 정도는 숙성시켜야 그 본연의 웅숭깊은 맛이 우러난다고 합니다.

고로 어제 담든 자두술은 오는 10월이나 되어야 비로소 개봉할 요량입니다.

 

물론 과거 신혼초기처럼 보름도 안 되어

담근 술을 따 마시는 작태는 안 보일 것입니다.

하여간 이 뜨거운 여름의 정기를 가득 담고 자라

결실을 맺은 자두를 사서 과일주를 담가보세요.

 

요즘은 자두도 제철이라서 2천 원이면 바구니에 넉넉하게 채워주더군요.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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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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