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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이 피자 선물을 해줬습니다. 그러나..
지인이 피자 선물을 해줬습니다. 그러나.. ⓒ 윤태
지난 24일 밤, 일이 막 끝날 무렵 어느 고마운 분이 문자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근처 피자 가게에 피자 주문해놨으니 끝나고 식구들과 맛있게 먹으라는 겁니다. 피자 만들기 전에 피자 값을 먼저 지불해 놓으신 겁니다.  피자집에 전화하고 15분 정도 후에 피자를 찾으러 갔습니다.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따끈따끈한 피자를 앞좌석에 싣고 집까지 왔습니다. 식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피자를 열었는데, 아 글쎄, 피자가 일그러져 있지 뭡니까?

방금 피자를 가지고 돌아온 길을 역으로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역으로 생각할 건더기도 없습니다. 피자를 싣고 차로 2분 정도 이동했으니까요. 급출발, 급브레이크, 급커브도 없었고 앞좌석에 얌전히 올려놓고 왔을 뿐입니다. 가게에서 차에 실을 때나 집에서 내려 들고 올라올 때 어디에 부딪힌 기억도 없습니다.

큰아들 녀석이 피자가 왜 그러냐고 묻습니다.

"글쎄다"

잠시 후에 처제가 방에서 나오며 물었습니다.

"형부, 피자가 왜 그래요?"

순간 저는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모양은 일그러졌어도 맛은 변함없을 것이고 좀더 재밌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막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아래와 같이 답변했습니다.

"아, 이 피자 말이지, 이게 엊그제 출시된 빈대떡 피자라는 것이야. 그동안 우리가 먹어온 피자는 늘 동그랬잖아. 그런데 이 피자는 달라. 피자도 빈대떡처럼 모양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찌그러진 것처럼 만든 것이지. 정형화, 고정관념화된 틀을 깬 아주 색다르고 이색적인 피자야. 굳이 이렇게 만든 이유는 사람들이 이 피자를 먹으면서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자는 취지도 있어. 한번 먹어봐!"

처제는 순진해서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는 맛있게 '빈대떡 피자'를 먹었습니다. 역시 맛은 모양과는 상관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기로 말했는데 말하고 나니 "그래 그래~" 이런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그런데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느 과정에서 저렇게 일그러졌는지 말이죠. 제 실수이거나 피잣집의 실수 둘 중 하나겠지요. 설령 피잣집의 실수라해도 굳이 따질 필요도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알았더라면 당연 무슨 이야기를 했겠지만 집에 와서 먹으려고 펼쳤놨는데 따지기도 좀 그렇더라구요. 누구에게 선물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선물 받은 건데요.

결정적으로 둥글거나 찌그러진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똑같은 맛을 느꼈고 뱃속에 들어가면 어차피 똑같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피자 모양이 둥글어야 한다는 생각을 깨트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물론 일부중에는 네모나게 나오는 피자도 있지만요.

사실 저도 어떤 고정관념과 정형화된 틀을 깨고 더 큰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번 '피자사건'을 통해 처제에게 하는 형식으로 변화되고 싶은 제 바람을 풀어놓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오히려 좋은 쪽으로 생각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었지요. 어차피 뱃속으로 들어가면 마찬가지니까요.
처음에는 놀랐지만 오히려 좋은 쪽으로 생각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었지요. 어차피 뱃속으로 들어가면 마찬가지니까요. ⓒ 윤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송고했습니다.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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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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