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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목 이수 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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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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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과목 이수 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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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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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을 하고 처음 들었던 이야기가 공학교육인증이다. 2003년 군입대하기 전까지 듣지도 못하던 인증제도가 2006년에 우리 학교에 갑자기 생긴 것이다. 복학생들은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특별한 교육도 없이, 공학교육대상자로 분류되어 교육과정을 맹목적으로 따라 갔다.

복학했을 시기가 교육 초기이라서 교육과정의 변화를 감수해야 했다. 공학인증 수업을 1년이나 했을 때에야 설계과목들이 우후죽순 생겼는데 설계에 대한 개념도 없던 내게 공학인증은 시험스트레스보다 더 큰 학기 중 만성스트레스였다.

공과대학은 다른 대학과 다르게 새로운 개념을 공부한다는 명목 하에 더 많은 시험을 보기 때문에 전공 공부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설계 교과목은 계획・중간・최종 발표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기말고사 사이사이에 설계과목 발표가 있어 공대생에게 시험 끝나면 설계 시작이라는 부담감을 준다. 특히, 설계 과목은 시험을 보면 끝이 나는 필기시험과 달리, 계획 발표 후 지적 사항은 중간발표에 수정을 하고, 중간발표 지적 사항은 최종 발표에 수정 보완해야 하므로 공대생들이 학기 중에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또한, 군 입대 전 없었던 교양과목・기초도구 과목들이 현재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어 복학생들이 공학교육인증준비를 하는데 에로 사항이 많다. 전공필수과목・설계과목은 교과목들이 연관되어 있어 선수 과목을 이수해야 수강신청이 가능하다. 이로인해, 공학교육인증에서 요구하는 학점을 신청을 하고 나면 듣고 싶은 교양과목을 신청할 학점이 없는 게 현실이다.

올해로 시행 9년째를 맞는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언제까지 과도기 단계이고, 더 나은 교육을 실현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공학인증을 거쳐 졸업한 졸업생들도 특별한 공학인증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

면접시 10%의 가산점을 주고 있는 삼성을 제외한 모든 기업에서는 공학인증에 대한 가산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LG전자 인사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전공능력과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은 자체평가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인 자질을 평가하는 데 외부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했고, SK C&C 인사 관계자도 "공학교육인증을 이수한 학생들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지만,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이 개선돼야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가산점 도입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신뢰성과 공학인증교육을 거친 신입사원들의 업무성과에 대해 물음표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대기업 인사 관계자들의 말에서 보듯이, 시행초기 단계에 공학교육인증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취업시 특별한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각자 대학의 공학교육인증을 위해 기존에 없었던 커리큘럼과 설계를 수행해 가며 단순히 공학인증자로 졸업만 하고 있다. 공학교육인증과정을 늦게 시작하거나, 공학교육인증과정을 받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다양한 활동과 영어공부에 매진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2009년 5월 현재 공학교육인증을 받고 인증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학은 40개 대학 278개 프로그램이며, 예비인증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학은 31개 대학 191개 프로그램 이다.(예비인증프로그램 진행 대학 중 14개 대학은 인증교육프로그램 진행 대학에 포함됨) 2~3년 전만해도 '제도는 좋지만 노력에 비해 실익 적어 인증 포기'라고 했던 서울대학교에서도 현재 5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공학교육의 틀을 과감히 깨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로 미국의 공학교육인증제도는 1932년에 시작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70년 동안 미국 공학교육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려놓는데 기여한 제도 이다. 이것에 반해 우리의 공학교육인증제도는 9년이란 짧은 시간에 미국의 공학기술인증원(ABET)의 커리큘럼에 따라가기 바쁘다.

지체 현상처럼 빠르게 도입된 제도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가산점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수의 대학이 공학교육인증을 실시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으로서 각 기업체마다 다른 자격요건을 준비해야할지, 아직도 과도기 적인 커리큘럼에 가산점도 없는 공학교육과정을 잘 따라 가야 할지 망설여지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태그:#공학교육인증, #AB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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