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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때 친구들과 연락을 잘 안했던 때가 있습니다. 성당 친구들이야 어릴 적 친구들이라 언제 만나도 반갑지만 학교 친구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친구들이 잘난 척 하는 아이는 전혀 없습니다. 그런 잘난척 하는 친구는 애초에 제가 두질 않으니까. 잘난 척을 한다면 주로 제가 합니다. 그런데도 그닥 친구들과 만났을 때 돈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기분이 별로 입니다. 왜냐? 저보다 잘사니까요. 

 

제 친구들은 저처럼 아무 조건없이 사람만 딱 보고 결혼한 경우는 드물고, 사람도 보고 경제력도 따지고, 직장까지 다 따져서 실속파로 결혼했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영구임대 아파트에다가 300만 원을 빚내서 결혼한 사람하고는 시작부터가 다른 셈입니다. 

 

더군다나 저는 친정 도움으로 겨우 장만한 아파트를 시동생 보증섰다 날렸기에 집도 절도 없었으니 당연히 자존심 상할 뿐이지요. 그래서? 잘 안만나게 됩니다.

 

오늘 질문하신 분은 10년을 맞벌이 하고도 집이 없다시니 마음이 답답하시고 속상도 하시겠네요. 이럴 땐 스님이 뭐라고 말씀해주실지 궁금합니다. 혹시 돈에 집착하지 마라? 노노노. 그건 너무 뻔한 답이라 그닥 감동이 없을 듯한데 일단 들어보시죠.... 

 

질문

결혼 10년차 맞벌이 부부라면 집 한 채 번듯이 있으련만 여러 사정으로 아직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주위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시기심이 올라옵니다. 물론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집이 생기더라도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 한 채는 장만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돈, 욕심, 시기심으로 마음이 불편합니다.

                                                                                                                                        

 

법륜스님 답변 

 

능력이 있으면 집을 사세요. 집 사는 것 말리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전세를 살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집 살 능력이 없어서 아닌가요. 집 살 능력이 없는데 꼭 집을 갖겠다고 욕심을 부리니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책만 늘어나는 겁니다. 그러니 집을 산 사람을 보면 '저 자식은 무슨 돈 있어 집 샀나'하고 부러워하고 한편으로 욕도 합니다. 

 

자기 능력 밖의 일에 욕심 내면 나만 괴롭다. 

 

자기 능력 밖의 일에 마음을 내면 자기만 괴로워지는 법입니다. 욕심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근데 왜 바보같이 욕심을 내려고 합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나는데요'하고 말을 하지만 욕심을 내서 괴로워하면 집을 살 수 있게 되느냐 이말이에요. 괴로운 것과 집을 사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괴로워하면 건강이 나빠지고 인간 관계도 나빠지고 친구 사이도 멀어집니다. 돈에 대한 욕심으로 조급해지면 실수도 하게 됩니다. 정신적으로 피곤할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나빠지고,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능력이 더 나빠져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소망은 영영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능력이 있더라도 절약해서 쓰고 남에게 베풀고 검소하게 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능력이 있어도 검소하게 살아야 하는데 능력이 없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스스로 청빈하고 겸손할 때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지위가 높은 데도 고개를 숙이는 사람에게는 겸손하다고 하고, 고개를 쳐들고 싶은데 지위가 낮아서 억지로 고개를 숙이는 사람은 비굴하다고 합니다. 또 가진 게 많은데도 검소하게 살면 청빈하다고 하고, 떵떵거리고 살고는 싶은데 가진 게 없어 쩔쩔매면 극빈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똑같이 사는데 스스로 고개를 숙이면 '겸손'이고 할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이면 '비굴'이라 하고, 스스로 가난하게 살면 '청빈'이고 할 수 없어서 가난하게 살면 '극빈'이라고 합니다. 왜 자신을 비굴하게 만들고 극빈자를 만들려고 합니까. 스스로 청빈하고 겸손하게 살 때 자신이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가난하다고 말하지만 요즘 굶어 죽을 만큼 가난한 사람이 있습니까. 가난하게 살아도 자신하고 남편, 자식을 위해 할 것은 다 하고 삽니다. 사랑하는 남편하고 자식하고 어울러 살면서 인상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내 태도가 문제입니다. 결국 가난의 책임을 남편에게 떠넘기니 남편이 미워지고, 아내한테 떠넘기니 아내가 미워지는 거예요.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주겠나. 

 

또 가난하다는 열등의식을 가지니 자식 교육도 제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능력이 안 되는데 욕심을 내면 자기만 피곤하고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세상을 원망한다는 것은 자기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자기를 괴롭히는 것은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태도에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 주고 소중하게 여기겠어요. 그러니 자기를 해치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 저는 참 행복합니다. 저는 몸이 건강해서 감사합니다. 비를 피하는 집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직장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해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 생활에 만족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세요. 스스로에게 불만을 가지니 될 일도 안 되고, 안 될 일만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 감사의 기도를 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좋은 일도 생깁니다. 

 

제가 스님 첫마디에 막 웃었습니다. 능력있으면 집을 사래요^^ 이 질문하신 분 당황스러웠겠네요.

 

역시. 전 질문을 들으면서 이거 분명 식상한 답이 나올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에 집착하면 안된다'라던지, '돈은 있다가도 없다' 라던지, '마음이 중요하다' 등등, 그런 말을 할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능력 안되는 일에 욕심내면 나만 괴롭고, 실제 결과도 안좋다는 말씀. 맞습니다.  또 극빈과 청빈, 겸손과 비굴의 차이를 들으면서 아, 내가 그동안 청빈이 아닌 극빈의 감정을 가졌구나, 겸손이 아닌 비굴의 느낌이 있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남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 새기는 편입니다. 제가 제 자신을 좀 덜 아끼는 편이었었거든요. 얼마전 제가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생 많다'라고 말을 해봤는데 느낌이 좋았습니다. 스스로 대견스럽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맞벌이 10년째 집이 없다면, 아니 실제 없으신 분은 스님 법문을 들으시고 어떠셨어요? 공감이 가셨나요? 아님 '말'만 그럴 듯 하셨나요? 궁금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무엇이든물어라#법륜스님#행복한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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