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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시대적

 

.. 분명 켄타로 이사를 후계자로 하기 위해 경영진에 배석시킨 거라면, 사장님이 하고 계신 일이 반시대적인 거라는 생각은 드는군요 ..  《다카하시 신/박연 옮김-좋은 사람 (16)》(학산문화사,2006) 254쪽

 

 '분명(分明)'은 '틀림없이'로 다듬고, "후계자(後繼者)로 하기 위(爲)해"는 "후계자로 하려고"나 "뒤를 잇게 하려고"로 다듬습니다. "배석(陪席)시킨 거라면"은 "자리하게 했다면"으로 손보고, "반시대적인 거라는"은 "반시대적이라는"으로 손봅니다.

 

 ┌ 반시대적 : x

 ├ 반시대 : x

 │

 ├ 반시대적인 거라는

 │→ 시대와 어긋난다는

 │→ 세상흐름과 어긋난다는

 │→ 세상물결을 거스른다는

 └ …

 

 아침에 능금 한 알을 먹습니다. 생협에서 산 자그마한 녀석입니다. 농약을 하나도 안 친 능금이란 거두기 어렵고, 아주 적게 친 능금밖에 없다고 합니다. 약을 치지 않던 지난날에는 능금을 어떻게 거두었을까 궁금한데, 능금이든 배든 복숭아든 어떤 열매이든, 우리가 마땅히 똥오줌으로 거름을 내어 키워 먹던 때에는 마땅히 자연 그대로 기르고 거두고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처럼 자연하고 동떨어지거나 자연을 거스르는 때에는, 능금이든 배이든 수박이든 딸기이든 복숭아이든, 약을 치지 않고서는 거두지 못하고 기르지 못하고 먹지 못합니다. 지난날에는 아주 아끼며 고맙게 먹되, 더구나 철에 맞추어서만 먹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아주 흔하고 값싸게 먹되, 더욱이 철을 잊으면서 먹습니다. 이러다 보니 '철없는 능금'이 되도록 하고자 약을 칩니다. 저온 창고에 그득 쌓아 놓습니다. 아무리 우리 몸에 좋다고 하는 능금이라지만, 약을 잔뜩 친 능금 또한 우리 몸에 좋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 온통 매연과 먼지가 넘치니, 외려 이와 같이 약을 친 능금이라야 우리 몸에 좋을까요.

 

 ┌ 거꾸로 가는 일이라는 생각은 드는군요

 ├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 거꾸로 간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 …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거꾸로 걸어갑니다. 거꾸로 걷지 않는 사람은 바보로 여깁니다. 철딱서니없다고 손가락질합니다. 어리석다며 나무랍니다.

 

 사람들은 입시지옥을 말하고 정치권력을 이야기하며 돈벌이와 비정규직을 들먹입니다. 그렇지만 세상흐름이 입시지옥을 이루고 정치권력을 쌓으며 돈벌이와 비정규직이 비비꼬이게 하는 틀거리를 우리 스스로 놓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입시제도를 바꾼다 하여 입시지옥이 사라질까요? 선거제도를 바꾼다 하여 정치권력이 달라질까요? 돈벌이와 비정규직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거꾸로 갈 뿐 아니라 뒤틀리고 비꼬인 우리 삶터는 어찌어찌 추스르거나 손질해야 하는지요. 거꾸로 가는 물결을 손사래치면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는 없는지요. 남을 탓하기 앞서 나 스스로 거꾸로 걷지 않으면서 내 삶과 내 삶터 먼저 올바르게 가꿀 수는 없는지요.

 

 ┌ 거슬러 가는 일이라는 생각은 드는군요

 ├ 거슬러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 거슬러 간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 …

 

 아무개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군수로 뽑아서는 큰코 다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돌아보면서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표 하나는 올바로 찍을 줄 알고, 책 하나는 올바로 고를 줄 알아도, 우리 몸으로 움직이는 삶은 올바르게 다스리지 못한다면 말짱 헛일입니다. 그예 도루묵입니다.

 

 거슬러야 할 자리는 한 군데가 아닙니다.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잘잘못은 국가보안법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남 위에 올라서는 힘'을 무엇 하나 더 가지려 하고 있지 않는지 느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나 하나 먹고살기 힘들어 남 생각은 못한다'면서 '착하지 않은 길'로 접어들고 있지 않은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나 스스로 나 먼저 아름다웁게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나 스스로 내 마음가짐을 다독이고, 내 매무새를 추슬러야 합니다. 나 스스로 내 걸음걸이를 돌아보고, 나 스스로 내 다리품을 어디에 파는지 알아야 합니다.

 

 ┌ 거꾸로라는 생각

 ├ 거스른다는 생각

 ├ 잘못이라는 생각

 ├ 옳지 않다는 생각

 ├ 그릇되었다는 생각

 ├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

 └ …

 

 바람직하지 않은 삶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이요 바람직하지 않은 말입니다. 그릇된 삶이기에 그릇된 넋이요 그릇된 말입니다. 옳지 않은 삶이기에 옳지 않은 얼이요 옳지 않은 말입니다. 잘못된 삶이기에 잘못된 마음이요 잘못된 말입니다.

 

 말 한 마디라도 똑바로 해야 하는 우리들이 아닙니다. 말 한 마디부터 똑바로 하는 가운데 생각줄기를 똑바로 갈고닦는 한편 삶자락을 똑바로 보듬는 우리들이어야 합니다.

 

 글 한 줄이라도 바르게 써야 하는 우리들이 아닙니다. 글 한 줄부터 바르게 쓰는 가운데 마음밭을 바르게 일구는 한편 삶결을 바르게 일으켜세우는 우리들이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바로 이 자리에서 옳게 말하지 못하고 바르게 글쓰지 못하기 때문에, 이 그릇됨이 씨앗이 되어 퍼져 나갑니다. 이 잘못됨이 뿌리가 내리며 굳어집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습니다. 처음에는 몹시 작아 잘 보이지 않고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나중에 아주 크게 불거졌을 때라야 비로소 깨닫는데, 나중이 되어 깨달아도 바로잡곤 하지만 나중이 되면 두 손을 놓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가 어릴 때에 자잘한 잘못을 자꾸자꾸 저지르는 가운데 버릇이 되고 만다고 느끼면서 따끔하게 일깨우며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인 우리 스스로한테도 따끔하게 일깨우고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아이가 맑고 바르고 사랑스럽게 자라나기를 바란다면, 누구보다도 우리 어른 스스로 맑고 바르고 사랑스럽게 살아가게끔 내 모습을 뒤돌아보면서 일깨우고 가르치며 담금질을 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세상을 고치고 싶다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일구고 싶다면. 세상을 살맛나게 일으키고 싶다면. 세상에 사랑과 믿음이 솔솔 넘치게 하고 싶다면.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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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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