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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작금의 현실

 

.. 그 비전은 자동차 의존도가 점점 높아가면서 우리의 삶터 자체를 황폐화시키는 작금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매우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  《박용남-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시울,2006) 45쪽

 

 "그 비전(vision)은"은 "그 생각은"으로 다듬습니다. "자동차 의존도(依存度)가 점점(漸漸) 높아지면서"는 "자동차를 자꾸만 더욱 많이 타게 되면서"로 다듬고요. "우리의 삶터 자체(自體)를 황폐화(荒廢化)시키는"은 "우리 삶터를 아주 무너뜨리는"으로 손보면 어떨까요. "시급(時急)한 과제(課題)가"는 "서두를 일이"로 풀 수 있습니다.

 

 ┌ 작금(昨今)

 │  (1) 어제와 오늘을 아울러 이르는 말

 │  (2) = 요즈음

 │   - 갖은 고생을 다 하고 작금에도 겨우겨우 어렵게 근근이 입에 풀칠이나

 │

 ├ 작금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 오늘날 현실을 풀어헤치려고 할 때에도

 │→ 지금 현실을 뚫고 나가려 할 때에도

 │→ 이러한 현실을 떨쳐내려 할 때에도

 └ …

 

 어제와 오늘을 아우르는 '작금'이라 한다면, 굳이 이와 같은 한자말을 쓸 까닭 없이 '어제오늘'이라고만 하면 됩니다. '요즈음'이나 '오늘날'이라 해도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이러한-이런-이 같은'을 넣어도 괜찮군요. 요새는 '작금' 같은 한자말을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웁지만, 사회에 제법 영향을 끼치는 분들이 이 말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이러한 말투에 길들거나 이러한 말투를 배울까 걱정스럽습니다. 아니, 으레 이러한 말투대로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 줄 생각할까 두렵습니다.

 

 ┌ 작금에도 겨우겨우

 │

 │→ 요즈음에도 겨우겨우

 │→ 요사이도 겨우겨우

 │→ 아직도 겨우겨우

 └ …

 

 말다운 말을 익히고 글다운 글을 써야 할 우리들이건만, 윗물부터 맑지 못하니 아랫물인 사람들이 말다운 말이나 글다운 글을 어찌 펼칠는지 소름이 돋습니다. 뒤엉킨 세상을 풀어내고, 엇갈린 세상을 바르게 펴는 윗물은 그예 사라지고 말았는지 쓸쓸합니다.

 

 

ㄴ. 작금의 사회적 관행

 

..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작금의 사회적 관행도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전상인-아파트에 미치다》(이숲,2009) 63쪽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는 "더 넓은 아파트"나 "평수가 더 넓은 아파트"로 고쳐 줍니다. "사회적 관행(慣行)"은 "사회 흐름"이나 "사회 물결"로 다듬고, '당분간(當分間)'은 '한동안'이나 '얼마 동안'으로 다듬으며, "않을 것이다"는 "않으리라"나 "않을 듯하다"나 "않으리라 본다"로 다듬어 봅니다.

 

 ┌ 작금의 사회적 관행도

 │

 │→ 오늘날 사회 흐름도

 │→ 요즈음 사회 모습도

 │→ 이즈음 사회 물결도

 └ …

 

 한자말 '작금'은 낡은 말입니다. 낡은 말이라 하여 모두 내칠 까닭은 없습니다. 다만, 예나 이제나 낡지 않은 가운데 두루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낡지 않을 말이 있습니다.

 

 ┌ 우리 발걸음도 한동안 멈추지 않을 듯하다

 ├ 우리 흐름도 얼마 동안 멈추지 않을 듯하다

 ├ 우리 사회 물결도 퍽 오래도록 멈추지 않을 듯하다

 └ …

 

 보기글을 살펴봅니다. 사람들은 아파트라는 곳이 우리한테 알맞는 삶터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더 넓은 평수를 찾아 돈굴리기가 되거나 뽐내기가 되는 길을 고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사람들 모습은 앞으로도 이어지리라 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자리에서 말하는 "사회적 관행"이란, 예전부터 오늘까지 죽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는 '작금의'를 아예 덜어내어도 뜻을 주고받는 데에 아무 어려움이 없습니다. "사회적 관행"이 어떠한 모습이고 흐름인가를 힘주어 말하고자 꾸밈말처럼 넣으려 했다면, '오늘날'이나 '어제오늘' 같은 꾸밈말을 넣어 줍니다. 굳이 이런 꾸밈말이 아니어도 글쓴이 생각을 나눌 수 있겠구나 싶으면 단출하게 추스릅니다. 보기글 뒤쪽에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고 적었기 때문에, "사회적 관행"은 '어제부터 있던' 일이고 '오늘도 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있을' 일임을 넌지시 일러 주고 있습니다.

 

 이런 글흐름을 꿰뚫을 수 있다면, 글쓴이 스스로 한결 낫게 글을 다듬을 수 있습니다. 책을 엮는 이들 또한 사람들 글매무새를 한껏 북돋울 수 있습니다. 글을 읽는 우리들은 우리 생각을 좀더 슬기롭게 추스르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쏟고 눈길을 모두고 생각을 열면, 우리한테는 아름답고 싱그러운 빛줄기가 차근차근 스며들고 배어들고 녹아듭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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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의#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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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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