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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현대적 표현으로

 

.. 이상의 원서는 고문을 인용하고 있는 만큼 고전적 문체로 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이해하기 쉽도록 가능한 현대적 표현으로 옮겼다 ..  《이시무레 미치코/김경인 옮김-슬픈 미나마타》(달팽이,2007) 98쪽

 

 이 보기글은 낱말을 하나씩 손보기보다는, 통째로 추스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저라면, "이 글은 옛책에서 따온 만큼 옛글로 되어 있지만"이나 "이 글은 옛날 자료에서 따왔기 때문에 옛글로 되어 있지만"으로 첫머리를 다시 쓰겠습니다. 뒤쪽 "이해하기 쉽도록 가능한 현대적 표현으로 옮겼다"는 "알기 쉽도록 요샛말로 옮겼다"나 "읽기 좋도록 요즘말로 옮겼다"로 다시 쓰고요.

 

 ┌ 현대적(現代的) : 현대에 적합한 느낌이 있거나 현대에 특징적인

 │   - 현대적 기업 / 현대적 감각을 살리되 가능한 한 원문에 충실하고자 /

 │     현대적 설비의 식당에서 / 현대적인 대중문화 /

 │     그 할아버지는 연세에 비해 대단히 현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신다

 ├ 현대(現代)

 │  (1) 지금의 시대

 │   - 현대 문명 / 현대 여성 / 현대 과학 / 현대의 삶

 │  (2) 역사학의 시대 구분 가운데 사상(思想)이나 그 밖의 것이 현재와 같다고

 │      생각되는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기

 │   -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

 │

 ├ 현대적 표현으로 옮겼다

 │→ 요즘 쓰는 말로 옮겼다

 │→ 요샛말로 옮겼다

 └ …

 

 '현대'라는 말은 아예 안 쓸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대 감각을 살리되"라든지 "현대 설비를 갖춘 식당"처럼 다듬어서 써도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현대적인 대중문화" 같은 글월에서는 "요즈음 대중문화"라든지 "앞서가는 대중문화"라든지 "유행에 걸맞는 대중문화"쯤으로 써도 되고요. "현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신다"는 "생각이 트여 있다"나 "생각이 열려 있다"로 손보면 되겠지요.

 

 "현대적 기업"이라는 말에서는, 뜻이나 느낌이 여러모로 두루뭉술합니다.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기 좋도록 또렷하게 풀어내야 하지 않느냐 싶어요. 이런 보기글이라면 국어사전에도 함부로 실어서는 안 될 테고요. 그러나 "현대적 기업"뿐 아니라 "전근대적 기업"이라든지 "미래지향적 기업"이라고 하여, 온통 '-적'투성이입니다. '현대'라는 낱말에만 붙는 '-적'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현대적'을 털어내기란 어렵고, 다른 자리에서도 다 쓰는데 왜 이 자리에서만 털어내느냐 하면서 못마땅해 할 분도 많으리라 봅니다.

 

 ┌ 현대 문명 오늘날 문명 / 요즈음 문명 / 오늘날 우리 문명

 ├ 현대 여성 요즈음 여성 / 요즘 여성 / 오늘날 여성

 ├ 현대 과학 오늘날 과학 / 요즈음 과학

 ├ 현대의 삶 오늘날 삶

 └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 옛날에서 오늘날로 넘어오는 징검다리

 

 우리가 '현대 + 적'이라는 말투에서 '-적'을 털어내자면, 아무래도 '현대'라는 낱말이 쓰이는 자리부터 차근차근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한자말 '현대'를 써야 하는 자리에서는 쓰되, 굳이 이 낱말을 안 써도 괜찮은 자리에서는 아낌없이 털어내 주어야지 싶습니다. 쓸 때에는 쓰고, 안 쓸 때에는 안 쓰고 하면서.

 

 이렇게 하나씩 살필 줄 아는 매무새를 길러야 비로소 '현대 + 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생각해 보면 얄궂은 말투에서 벗어난다기보다 우리 스스로 아름답거나 슬기로운 말투를 찾아낸다고 해야 한결 알맞다고 봅니다. 잘못된 말투를 쓰지 말자는 우리 말 다듬기가 아닙니다. 아름답고 올바르고 슬기로운 우리 말투를 찾자는 우리 말 다듬기입니다.

 

 멋없는 말틀에 매이자는 우리 말 다듬기가 아닙니다. 저마다 다 다른 멋있는 말투를 우리 스스로 찾아보자는 우리 말 다듬기입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현대'나 '현대적'을 털어내는, 아니, 이런 말투가 아니면서도 제 뜻과 생각을 담아낼 말투와 낱말을 헤아립니다. 제 둘레에 있는 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당신 뜻과 생각을 담아낼 말투와 낱말을 헤아리고요.

 

 서로서로 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가운데, 가장 알맞춤하고 반가운 낱말과 말투를 찾아내면 됩니다. 저마다 제 삶을 알차게 꾸리는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낱말과 말투를 찾아나서면 됩니다. 누가 해 줄 수 없는 우리 말 다듬기입니다. 바로 우리 손으로 하는 우리 말 다듬기입니다. 우리 삶 다듬기이며 우리 생각 다듬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말 다듬기는 누구나 스스로 해야 합니다.

 

 

ㄴ. 현대적인 이름

 

.. "하지만 '감사세일'이라, 케케묵은 타이틀이야. 좀더 현대적인 이름은 없나?" "현대적인 이름?" "그야, 자네처럼 화석 같은 자에게는 무리겠군!" ..  《다카하시 신/박연 옮김-좋은 사람 (7)》(세주문화,1998) 193쪽

 

 '타이틀(title)'은 '이름'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보기글을 보면 '현대적인 이름'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앞과 뒤를 '이름'으로 맞추면 한결 낫습니다. '감사세일(感謝sale)'은 회사에서 지어낸 말이니 이 대목에서는 그대로 두어야 할 테지만, 이렇게들 이름을 지을 수밖에 없는지 안쓰럽습니다. "화석(化石) 같은 자(者)"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돌처럼 굳은 사람"이나 "돌 같은 사람"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무리(無理)겠군'은 '어렵겠군'이나 '힘들겠군'으로 손질해 줍니다.

 

 ┌ 현대적인 이름

 │

 │→ 현대에 걸맞는 이름

 │→ 요즈음에 걸맞는 이름

 │→ 요즘 흐름에 걸맞는 이름

 │→ 요즘 사람한테 다가갈 이름

 │→ 요즘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름

 └ …

 

 이 자리에서 말하는 '현대적인' 이름이란, 다름아닌 '현대에 걸맞는' 이름입니다. 지난날이 아닌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어울릴 만한 이름입니다. '오늘날' 흐름에 걸맞다 싶은 이름이에요. 그러니까 예전 사람이 아닌 요사이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름이며, '옛날도 지난날도 아닌 바로 이때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기쁘게 받아들이거나 머리에 새겨질 만한 이름입니다.

 

 ┌ 새로운 이름

 ├ 멋진 이름

 ├ 좋은 이름

 ├ 나은 이름

 ├ 괜찮은 이름

 ├ 싱그러운 이름

 └ …

 

 보기글에서는 '현대'라는 낱말을 넣었지만, 이 '현대'가 가리키려는 느낌을 살피다 보면, 좀더 '새로운' 이름을 찾으라는 소리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좀더 새로운 이름으로 '멋지게' 지어 보라고, 한결 '좋은' 이름을 찾아보라고, 더 '낫다'고 느껴질 이름을 생각하라고, 아무래도 이보다는 '괜찮은' 이름이 있을 테니 더 머리를 쓰라는 소리라고 봅니다.

 

 이리하여, 이런 이름은 여태까지는 안 쓰거나 못 쓰던 이름이었던 만큼, 새롭기만 한 이름을 넘어 '싱그럽'고 '싱싱하'고 '풋풋하'고 '맑'고 '환'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파릇파릇'하며 '푸르'고 '시원'한 이름은 아닌가 헤아려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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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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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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