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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24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헌화를 한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24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헌화를 한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 유성호

두 사람은 오열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로 어깨를 붙들고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 '노무현의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앞에 두고 통곡했지만, 두 사람의 슬픔은 남달랐다.

한 명은 검사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또 한 명은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내 인사들의 반발까지 무릅쓰고, 장관을 시켜서 자신의 옆에 두고 싶을 만큼 노 전 대통령이 아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참여정부 내내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하는 '상징'이었다.

강금실 "도대체 무어라 해야 할 지"

강금실 전 장관은 24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올려놓고, 향까지 피운 강 전 장관은 더 어찌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의 손에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고 준비한 흰색 손수건이 꼭 쥐어져 있었고, 그의 표정은 한 없이 침통했다.

 강금실 전 장관이 24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강금실 전 장관이 24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03년 2월 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에 의해 대한민국 첫 여성 법무부장관이 됐다. 게다가 젊고, 개혁적이었다. 그래서 그를 발탁한 노 전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는 곧바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승부사 노무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라는 전무후무한 형식의 TV토론을 열어 검사들의 반발에 정면으로 맞섰다.

강 전 장관은 조문을 오기 직전,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그는 미니 홈피 메인 화면에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를 올려놓고, 메인 사진도 최근 일본 오사카에 있는 시덴노지(四天王寺)를 방문, 일제 강점기 전장에 끌려가 희생된 조선인을 위한 위령제에 참석했던 사진으로 교체했다. 사진 아래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도대체 무어라 해야 할지… 지금으로선 막막합니다. 지금 그냥 슬퍼하고… 가신 분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지금은…"

그의 안타까운 '기도'는 그렇게 끝을 맺지 못했다.

유시민 "마지막 가는 길에 담배를 올려야겠다"

조문을 마치고 나서는 강 전 장관과 유시민 전 장관이 마주섰다. 유 전 장관은 강 전 장관을 붙들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3일 봉하마을로 내려와 현재까지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앞서 유 전 장관은 전날(23일) 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을 앞두고 "마지막 가는 길에 담배, 이 담배를 올려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실제 유 전 장관은 헌화를 마치고,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촛불로 불을 붙인 뒤,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올려놨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006년 2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싸움닭' 이미지 때문에 한나라당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반발이 거셌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의 임명을 밀어부쳤다. 그 역시 2002년 대선 전 개혁당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을 흔드는 모든 세력에 맞서 온몸으로 싸워왔다. 그래서 그에겐 노 전 대통령의 '정치 경호실장'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영정 앞에 향을 피우지 않고 굳이 담배를 올린 그의 행동은 투신 자살하기 직전 경호원과 나눈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대화를 연상시킨다.

 유시민 전 장관이 23일 조문을 하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놓고 있다. 사진은 '사람사는 세상' <[봉하영상2] 분향소 설치... 끊이지 않는 조문행렬> 화면 갈무리.
유시민 전 장관이 23일 조문을 하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놓고 있다. 사진은 '사람사는 세상' <[봉하영상2] 분향소 설치... 끊이지 않는 조문행렬> 화면 갈무리. ⓒ 사람사는 세상

노 전 대통령은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지기 직전, 동행한 이병춘 경호과장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과장은 "없습니다. 가져올까요"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됐다"고 말한 뒤, 얼마 후 이 과장의 시선을 따돌린 채 투신했다.

'정치 경호실장' 유 전 장관으로서는 마지막 가는 길에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싶었던, 그러나 그냥 갈 수밖에 없었던 노 전 대통령이 못내 안타까웠던 것이다. 퇴임 후 담배를 끊었다던 노 전 대통령은 감내하기 힘겨울 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버릇처럼 담배를 찾았다. 최근에는 대검에 출두하기 직전 유 전 장관을 비롯한 참모들 앞에서 연거푸 두 대의 담배를 피웠고, 검찰청사에 들어가 조사를 받기 직전에도 담배부터 피웠다. 

노 전 대통령은 뒤늦게라도 유 전 장관이 바친 담배 한 모금의 연기로 가슴 깊은 곳에 쌓인 딱딱한 응어리들을 훌훌 날려 보낼 수 있을까?


#노무현 서거#강금실 전 법무장관#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담배 한 개비#노무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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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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