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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실소를 금치 못하다

 

.. 나는 이 생각만 하면 실소를 금치 못했어요 ..  《그랑빌/햇살과나무꾼 옮김-그랑빌 우화》(실천문학사,2005) 219쪽

 

 '실소(失笑)'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이나 '웃음'이나 '쓴웃음'으로 다듬어 봅니다.

 

 ┌ 금하다(禁-)

 │  (1)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말리다

 │   - 기업인에게 사치품의 수입을 금하다 /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다 /

 │     불법적인 영업을 금하였다 / 사용하지 못하게 금하고 있다

 │  (2) 감정 따위를 억누르거나 참다

 │   -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다 / 눈물을 금치 못하다

 │

 ├ 실소를 금치 못했어요

 │→ 웃음이 나왔어요

 │→ 쓴웃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 어이없어서 웃고 말아요

 │→ 어처구니가 없으니 웃을 수밖에요

 │→ 웃음을 멈출 수 없어요

 │→ 웃음을 참을 수 없어요

 └ …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온갖 이야기가 수없이 터져나옵니다. 신문도 안 읽고 방송도 안 보는 저로서는 이처럼 끝없는 놀랄 만한 이야기에서 꽤 멀찌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진 채 살아가며 느낍니다만, 다른 이야기들, 이를테면 정치라든지 사회라든지 경제라든지 하는 이야기에 파묻히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 이야기를 들여다보지 못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이야기에는 못 놀라지 않는가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이야기에는 못 빠져들고, 우리 스스로 우리 이야기에 웃고 우는 마음을 잃어 가는구나 싶습니다.

 

 ┌ 웃음이 터져나와요

 ├ 웃음이 터져나오는걸요

 ├ 웃겨 죽겠어요

 ├ 참 웃기답니다

 └ …

 

 웃음이 터져나오듯이 눈물이 솟아나옵니다. 살가운 사랑이 터져나오듯이 듬직한 믿음이 솟아나옵니다. 내 기쁨을 담아 내 식구들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 즐거움을 실어 내 이웃들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내 보람을 풀어 내 동무들하고 알뜰살뜰 이야기를 엮습니다.

 

 누구 들여다보는 기자가 없어도, 누구 알아주는 학자가 없어도, 누구 돈을 대는 공무원이 없어도, 언제나 조그맣고 조촐하고 조용히 우리 삶을 가꿉니다. 꽃 한 송이를 가꾸고, 푸성귀 하나를 심으며, 빨래 한 점을 햇볕 잘 드는 자리에 넙니다. 아기 기저귀를 빨고, 아기 손을 맞잡고 놀며, 아기를 토닥토닥 재웁니다.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꾸밈없이 드러냅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꾸밈없이 글씁니다. 그럴싸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수수하게 말합니다. 삐뚤빼뚤이건 띄엄띄엄이건 연필을 꾹 눌러 가면서 글씁니다.

 

 ┌ 사치품의 수입을 금하다 → 사치품을 들이지 못하도록 막다

 ├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다 → 여느 사람은 못 들어오게 막다

 ├ 불법적인 영업을 금하였다 → 법을 어기며 장사하지 못하게 막다

 ├ 사용하지 못하게 금하고 → 쓰지 못하게 막고

 ├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다 → 놀라움을 억누르지 못하다

 └ 눈물을 금치 못하다 → 눈물을 참지 못하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말을 배웁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바라는 대로 글을 익힙니다. 우리 스스로 좀더 아름다운 내 삶을 꿈꾼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좀더 아름다이 배울 수 있고, 이처럼 배운 다음에 아름다이 펼쳐 냅니다. 우리 스스로 한결 빛고운 내 삶을 일구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글을 한결 빛곱게 익힐 수 있고, 이처럼 익힌 다음에 빛고이 적바림하면서 내놓습니다.

 

 겉치레에 눈을 파니 겉치레 말입니다. 겉꾸밈에 눈을 두니 겉꾸밈 글입니다. 겉발림에 눈을 놓으니 겉발림 이야기입니다.

 

 영어를 아무렇게나 섞어쓰는 사람은 영어를 좋아하기도 할 테지만, 일찌감치 삶과 생각과 마음과 넋이 '영어 쓰는 나라 삶과 문화'로 기울거나 젖어들었다는 소리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스며든 일본한자말을 생각없이 섞어쓰는 사람은 우리 뿌리와 터전과 삶터와 목숨을 고이 돌아볼 마음이 없는 가운데, 언제나 '바빠 죽겠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한결같은 말이요 글입니다. 우리 삶을 한결같이 보여주는 말이요 글입니다. 우리 얼굴을 한결같이 알려주는 말이요 글입니다. 우리 앞날과 오늘날과 지난날을 환하게 느끼도록 하는 말이요 글입니다.

 

 

ㄴ.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 말가리다는 요한이 미처 깨닫지 못하던 다른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에 요한은 내심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  《P.라핀/오영숙 옮김-풍부한 유산》(성바오로출판사,1991) 166쪽

 

 "여러 가지 일에 대(對)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로 다듬고, '내심(內心)'은 '속으로'로 다듬어 줍니다.

 

 ┌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

 │→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놀라고 말았다

 │→ 크게 놀랐다

 └ …

 

 놀랐으니 '놀랐'겠군요. 놀라움을 억누를 수 없으니 놀라움이 터져나왔군요. 그런데 어이하여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일까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말투를 익숙하게 여기고 있는가요. 우리는 이와 같이 말하거나 글쓰지 않으면 우리 느낌을, 우리 놀람을, 우리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지요.

 

 ┌ 요한은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요한은 마음속으로 크게 놀랐다

 └ …

 

 차근차근 가꾸고 돌보며 일으키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와르르 무너뜨리기란 하루아침입니다. 우리 말과 글을 차근차근 가꾸고 돌보며 일으키기까지는 아주 오랜 나날이 들 뿐 아니라 수없이 흘리는 땀방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말과 글로 이룬 문화를 와르르 무너뜨리는 데에는 하루면 넉넉할 뿐 아니라 한 사람이면 너끈합니다.

 

 제대로 마음을 쏟아 겨우 북돋운다 하여도, 창작을 하건 번역을 하건, 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건, 아니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건, 우리 스스로 제대로 말을 하지 않고 글을 쓰지 않으면 도루묵이 됩니다. 말이란 학자가 키우지 못합니다. 글이란 저 같은 사람들, 그러니까 우리 말 운동을 한다고 법석 떠는 사람들이 살찌우지 못합니다. 여느 사람들이 키우는 말이요, 여느 우리들이 살찌우는 글입니다. 깨닫지 못하고 바로세우지 못하며 가다듬지 못하면 어느새 가뭇없이 오그라드는 말이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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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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