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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스스로의 독백

.. 스스로의 독백이었기에 저는 이 창을 통해 제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며 마음껏 분노하고 슬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지율-초록의 공명》(삼인,2005) 5쪽

"이 창을 통(通)해"는 "이 창으로"나 "이 창을 보며"나 "이 창에서"나 "이 창을 열어"로 고쳐 줍니다. "여과(濾過) 없이 표현(表現)하며"는 "남김없이 드러내며"나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로 풀어냅니다.

 ┌ 독백(獨白)
 │  (1) 혼자서 중얼거림
 │   - 나는 그의 독백을 엿들었다
 │  (2) 배우가 상대역 없이 혼자 말하는 행위
 │
 ├ 스스로의 독백이었기에
 │→ 혼자 하는 말이었기에
 │→ 혼잣말이었기에
 └ …

'스스로'를 쓰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한자말 '자기(自己)'나 '자신(自身)'을 털어내고 '스스로'를 쓸 때에는 반갑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뒤에 토씨 '-의'를 붙이면 달갑지 않습니다. '자기의'나 '자신의'도 달갑지 않지만, '스스로의'도 달갑지 않습니다.

 ┌ 혼잣말처럼 끄적였기에
 ├ 혼자 하는 말처럼 적을 수 있었기에
 ├ 혼자서 털어놓는 말이었기에
 ├ 혼자 읊조리는 말이었기에
 └ …

조금만 생각해도 느낍니다만, 혼자서 하는 말일 때에는 "혼자 하는 말"이라 하면 넉넉합니다. 굳이 "스스로 하는 말"이라 하지 않아도 돼요. 보기글에서는 '스스로'와 '독백'이 겹치기입니다. 이때에는 '스스로'가 아닌 '자기'나 '자신'을 넣어도 겹치기예요.

한 마디 말이든 두 마디 말이든, 또 석 줄 글이든 넉 줄 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좀더 알맞고 한결 알뜰하며 더욱 살갑게 말하고 글쓸 수 있어야 합니다. 내 글매무새를 차근차근 돌아보아야 반갑고, 내 말매무새를 싱그러이 가다듬을 수 있어야 즐겁습니다.

ㄴ. 스스로의 힘이었듯이

.. 그 공간을 살아낸 것이 언니들 스스로의 힘이었듯이 글을 써낸 것도 전적으로 언니들의 힘이다 ..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살림,2005) 5쪽

"그 공간(空間)"은 '그곳'으로 다듬고, '전적(全的)으로'는 '모두'나 '오로지'로 다듬습니다. "살아낸 것이"는 "살아낸 힘이"나 "살아낸 일이"로 손질하고, "언니들의 힘이다"는 "언니들 힘이다"로 손질해 줍니다.

 ┌ 언니들 스스로의 힘
 │
 │→ 언니들 스스로 낸 힘
 │→ 언니들 스스로 보여준 힘
 │→ 언니들 힘
 │→ 바로 언니들 힘
 │→ 다름아닌 언니들 힘
 └ …

보기글 앞쪽은 "언니들 스스로의 힘"이라 하고, 뒤쪽은 "언니들의 힘"이라고 합니다. 앞이나 뒤 모두 '스스로의'를 넣었을 법하지만, 뒤에서는 안 넣고 "언니들의 힘"이라고만 합니다. 그러나 뒤쪽이나 앞쪽이나 굳이 토씨 '-의'를 넣기보다는 "언니들 스스로 낸 힘"과 "언니들이 낸 힘"이라 적으면 넉넉하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또는, 앞이나 뒤나 똑같이 "언니들 힘"이라 적을 수 있을 테지요. "언니들이 보여준 힘"이라 적어도 되고, "언니들이었듯이"와 "언니들이었다"처럼 단출하게 적어도 됩니다.

 ┌ 그곳을 살아낸 힘이 언니들 힘이었듯이 글을 써낸 힘도 모두 언니들 힘이다
 ├ 그곳을 살아내기도, 도 글을 써내기도 모두 언니들 힘이다
 ├ 그곳을 살아내고 글을 쓴 힘은 모두 언니들 힘이다
 ├ 그곳을 살 때에나 글을 쓸 때에나 모두 언니들이 힘을 냈다
 └ …

괜스레 군말을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구태여 군더더기를 치렁치렁 늘어뜨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래저래 자질구레하게 덧달지 않아도 돼요. 있는 그대로 말하고, 꾸밈없이 말하며, 스스럼없이 마음을 터놓고 나누면 됩니다.

우리 스스로 알차게 가꿀 삶을 생각하고, 우리 손으로 힘차게 북돋울 터전을 돌아보며, 우리 온몸으로 아름답게 다스릴 말과 글을 찾으면 됩니다.

ㄷ. 스스로의 힘으로

.. 아니면 당분간의 고통과 어려움을 참아내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열어 갈 것인가는 ..  《채희석-참된 삶을 위하여》(현장문학사,1989) 20쪽

'당분간(當分間)'은 '한동안'이나 '얼마 동안'으로 다듬습니다. '고통(苦痛)'은 '괴로움'으로 손봅니다. "당분간의 고통"은 "얼마 동안 느낄 괴로움"이나 "한동안 느끼는 괴로움"으로 풀어냅니다. '운명(運命)'은 그대로 둘 수 있는 한편, '자기 길'로 손질할 수 있고, "열어 갈 것인가는"는 "열어 가려 하는가는"이나 "열어 가는가는"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
 │→ 우리 힘으로
 │→ 우리 힘만으로
 │→ 우리한테 있는 힘으로
 │→ 우리 힘을 모아서
 └ …

"우리 힘으로" 사이에 '스스로의'를 넣어 좀더 힘주어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있는 힘'을 가리키려고 했구나 싶은데, 이때에는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해도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또는 토씨 '-만'을 붙여서 "우리 힘만으로"로 적으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 힘을 모아서 우리 길을 열어 갈"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스스로의'를 붙이지 않고 "우리 힘으로 우리 길을 열어갈"처럼 적어도 잘 이어져요.

 ┌ 우리 힘으로 스스로 운명을 열어 갈
 ├ 우리 힘으로 당차게 운명을 열어 갈
 ├ 우리 힘으로 슬기롭게 운명을 열어 갈
 ├ 우리 힘으로 꿋꿋하게 운명을 열어 갈
 └ …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가꾸어야 흐뭇하고 기쁘고 아쉬움이 없듯이,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가꿀 때 더없이 흐뭇하고 기쁘고 홀가분함을 깨달으면 좋으니, 이 느낌과 흐름과 기운을 잘 헤아리면 좋겠어요. 우리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나가듯, 우리 힘을 모아 우리 말도 알뜰살뜰 일굴 수 있으면 한결 좋고요.

크거나 대단하지 않더라도 우리 깜냥껏 부지런히 찾고 나누고 함께하면 되니까요. 훌륭하거나 거룩하지 못하다 하여도 우리 나름대로 신나게 찾고 받아들이고 곰삭이면 되니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토씨 ‘-의’#-의#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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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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