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ㄱ. 물속 생활

 

.. 밀잠자리 애벌레가 물속 생활을 마치고 어른 잠자리로 날개돋이 합니다 .. <자연이 예술을 품다, 숲속 그늘 자리>(이태수, 고인돌, 2008) 43쪽

 

 '수서(水棲)' 같은 말을 쓰지 않고 '물속 생활'로 쓴 대목이 반갑지만, '물살이'라고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물속에서 사는 목숨붙이를 가리켜 '수서생물(水棲生物)'이라고도 하는데 '물살이짐승'이나 '물살이벌레'라 할 때가 좀더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 물속 생활을 마치고

 │

 │→ 물속 삶을 마치고

 │→ 물속살이를 마치고

 │→ 물살이를 마치고

 └ …

 

 보기글을 수수하게 적어 본다면, "밀잠자리 애벌레가 물에서 나와 어른 잠자리로 날개돋이 합니다"가 됩니다. "물에서 나와"를 글쓴이 나름대로 옷을 입힌 말씨로 바꾸어 "물속 생활을 마치고"로 적은 셈입니다.

 

 ┌ 물속에서는 그만 살고

 ├ 물속에서 다 자라고 뭍으로 나와

 └ 물속에서 무럭무럭 커서 뭍으로 나와

 

 애벌레가 했던 '생활'이라면, 아직 꼬물꼬물거리면서 조금씩 '자란' 일입니다. 그래서 "물속에서 자라다"나 "물속에서 크다" 같은 말을 넣어 주어도 어울립니다.

 

ㄴ. 학교생활

 

.. 스웨덴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그렇게 뿌듯했던 적이 없었다 .. <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이하영, 양철북, 2008) 59쪽

 

 '감격(感激)했던'이라 하지 않고 '뿌듯했던'으로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 스웨덴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

 │→ 스웨덴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 스웨덴 학교에서 배우는 동안

 └ …

 

 학교를 다니는 우리들입니다. 또는, 학교를 안 다니는 우리들입니다. 일터를 다니는 우리들입니다. 또는, 일터에 나가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학교를 다니는 일은 배우러 다니는 일이고, 일터를 다니는 일은 돈을 벌러 다니는 일입니다.

 

 ┌ 학교생활 → 학교 다니기 / 배우기

 ├ 직장생활 → 일터 다니기 / 일하기

 ├ 군대생활 → 군대에 있기 / 군인으로 있기

 └ 가정부 생활 → 가정부로 일하기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말을 합니다.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말로 담아냅니다. 살아가는 모습이 찬찬히 말로 나타납니다. 알뜰히 살아가면 알뜰하게 느껴지는 말이 나오고, 얄궂게 살아가면 얄궂게 느껴지는 말이 나옵니다. 알차게 살아가면 알차구나 싶은 말이 나오고, 껍데기에 매인 채 살아가면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말이 나옵니다.

 

 

ㄷ. 신앙생활

 

.. 신앙생활에 열심이던 그녀는 하느님을 찾았다 ..  <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삼인, 2008) 176쪽

 

 '열심(熱心)이던'은 '부지런이던'이나 '부지런하던'이나 '힘을 쏟던'으로 손봅니다. '그녀'는 글흐름을 헤아려 보면, 군대에서 죽은 동생을 가여이 여기는 누나를 가리키므로, '누나'로 고쳐 줍니다.

 

 ┌ 신앙생활에

 │

 │→ 신앙에

 │→ 믿음에

 │→ 교회에

 └ …

 

 관용구처럼 "(어떤) 생활에 열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학교 생활에 열심"이라든지 "가정 생활에 열심"이라든지 "회사 생활에 열심"처럼 말입지요. 이러한 말투가 하루하루 퍼지고 자리잡는 모습이란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니, 굳이 나쁘다고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써야 하는가는 돌아보고자 합니다.

 

 ┌ 학교 생활에 열심 → 학교를 부지런히 다니는

 ├ 가정 생활에 열심 → 집안일에 온마음 쏟는

 └ 회사 생활에 열심 → 회사를 잘 다니는 / 회사에 온마음 바치는

 

 "신앙 생활에 열심"이라 한다면, "절을 부지런히 다니"거나 "교회를 부지런히 찾아가는" 일입니다. 또는 "믿음에 온마음 쏟는"이나 "믿음에 온몸 바치는"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입니다. 보이는 그대로, 살아가는 그대로입니다. 말이고 글이고 우리 모습 그대로 나타내거나 보일 따름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한자말#한자#우리말#한글#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