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내는 부산을 떨었습니다. 아이들도 일어나자마자 나들이를 가자고 보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섰습니다. 뚜렷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닫는 곳이 어디든 쉬기로 했습니다.
경남 진주 남강 둔치 옆에 '초장공원'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한적한 곳이었는데 차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어린이날 행사가 막 열리려고 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곳에 짐을 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했습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이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떡메를 치는 장면이었습니다. 갑자기 옛날 떡메를 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다 기계로 떡을 만들지만 옛날에는 떡메를 쳤습니다. 떡메로 친 인절미는 기계로 만든 것과는 맛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딸 서헌이가 엄마에게 1000원을 달라면서 조르고 있었습니다. 얼음과자 때문으로 오해하여 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울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눈물은 얼굴을 타고 내렸습니다. 얼음과자 먹으면 더 목이 마르니까 사 먹지 말라는 것인데 왜 우느냐고 했더니 얼음과자가 아니라 환경비누를 만들기 위해서랍니다. 장미가루가 들어간 환경비누를 만들었습니다. 1000원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배움이었습니다.
책 다섯권을 읽고 13시 30분에 퀴즈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막둥이와 서헌이가 책을 읽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누나와 옆에 있는 동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자 자기도 하겠답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없어 억지로 책을 읽으니 눈에 들어올리가 없지요. 한 두장 넘기더니 그만 두었습니다.
갑자기 큰 아들 인헌이가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보니 '요요'를 선물로 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문'을 외우면 준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선언문 전체는 아니지만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를 외웠습니다.
축하 공연에 벌어지는 무대에는 부모 십계명이 낭독되고 있었습니다. 부모 십계명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내용을 몰랐습니다. 오늘 낭독된 부모 십계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은 '사랑한다고 말하라'와 '믿는다고 말해주라' 그리고 '타인을 위한 꿈을 갖게 하라'였습니다. 타인을 위한 꿈을 갖게 하라는 말은 우리 시대 부모들이 정말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하지만 낭독하신 분들도 "부모되기 힘들다"고 한 것처럼 참 부모되기 힘듭니다.
어른들이 아이들게 보여주는 것만 어린이날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축하 공연의 주인으로 참여하는 것도 참 의미가 있었습니다. 노랫말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차놀이를 하면서 백두산에 가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백두산에 가고 싶은 마음을 노랫말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놀이공원에서 돈 많이 드는 놀이기구는 타 보지 못했지만 책도 읽고, 환경비누도 말들고, 떡메도 쳤습니다. 기차놀이를 하면서 백두산에도 가보았습니다. 무엇보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외웠던 것이 머리와 가슴에 남았습니다. 참 좋은 한나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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