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등일 뿐인데 등을 보면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봉은사 보우당에서 24일부터 5월 5일까지 전통등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통등이라고는 하지만 등이라는 형식을 빌려 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현대등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대 간의 괴리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옛이든 지금이든 우리가 늘상 느끼고 고민하는 주제이니까.
전영일 등 전시회를 수년전 우연히 보고 등의 조형성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우연히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다. <찰나의 문>을 지나 들어가면 '禪을 찾아'라는 주제 아래 <목우 풍경> <달마 이야기> <이타의 선> <조용한 울림> <공존의 수행>이라는 소주제별로 전시되고 있다.
각각의 공간을 다 둘러보고 나면 의문이 남는다. 작가가 말하려는 이야기가 모두 연관된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전시장을 둘러본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둥근 원처럼 순환된다. 그렇다면 선은 좌선의 상태에서 느끼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실천하며 어렵게 꼬인 관계를 풀어 가는 과정 아닐까?...
옆 전시장이 비쳐 보이는,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비춰 보이는 거울조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임을 비로소 깨닫게 만드는 전시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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