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등으로 알려진 이금이는 동화와 청소년소설에서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더욱이 그녀의 인기가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된다. 분야 스테디셀러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녀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비결이 뭘까? 그녀의 글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한 다들 한번쯤 상상했거나 꿈꿨던 것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을 읽다보면 책을 본다, 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 가슴 속에 있던 이야기나 주위에서 자주 봤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글을 보고 있으면 책을 보며 공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금이는 또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글을 쓸 줄 안다. 글로써 위로해주며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보살펴준다면 어떨까? 그녀의 글이 인기가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것일 게다.

 

'똥재'라고 놀림 받는 동재의 짝사랑

 

그러한 능력은 <첫사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동재. 열세 살의 동재는 이제 막 사랑에 눈떴다. 같은 반에 있는,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연아를 남몰래 좋아하는 것이다. 문제는 연아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이고 또한 그 남자 친구가 아역탤런트로 활동 중이며 또래에서 '킹카'소리를 들을 만큼 멋지게 생겼다는 것이다.

 

종종 '똥재'라고 놀림 받는 동재는 무엇을 자랑할 수 있을까? 없다. 남들이 보기에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이 그나마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그래서 동재는 괴롭다. 연아를 향한 짝사랑으로도 가슴이 답답한데, 집에 돌아오면 이상한 방법으로 길들이는 새엄마 때문에 더 속상해진다. 또한 아빠가 새엄마와 새엄마의 딸을 편들어주는 것도 속상하고, 스페인으로 공부하러 간 친엄마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아 괴로울 뿐이다.

 

이렇게 괴로운 날들 사이에 빛이 찾아온다. 얄미운 은재가 뜻밖에도 연아와 친하다는 걸 안 것이다. 은재도 동재가 연아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때마침 연아가 멋진 남자친구와 헤어진 터라, 은재는 동재의 연애를 '코치'하기 시작한다. 동재는 은재가 밉지만, 그 코치를 받아들인다. 결과가 어찌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당장은 그렇게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진다. 은재와 은재 엄마, 그리고 연아에게.

 

동재의 '첫사랑'을 보고 있으면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된다. 동재의 서투른 연애담이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모습이 기억 속의 빛바랜, 그러나 소중하기만 한 '첫사랑'에 관한 추억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동재가 좀 잘났거나, 혹은 아주 바보스러웠거나 했다면, 그도 아니라면 이금이가 글을 서투르게 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동재는 잠자던 추억을 큰 소리로 깨운다.

 

소중한 '첫사랑' 추억을 일깨우는 이금이의 글솜씨

 

단지 첫사랑뿐일까? 가족에 대한 치기 어린 미움으로 똘똘 뭉쳤던 기억도 있다. 동재처럼 새엄마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족 사이의 오해나 질투 등으로 겪어야 했던 다양한 기억들이 활자들 사이에서 떠오른다. 이금이가 글을 잘 쓴다고 말하는 건 이런 것 때문일 게다. 자연스럽게 '나의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건, 확실히 그녀만의 재주다.

 

동재의 첫사랑이 어찌될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첫사랑>은 재밌다. 동재가 가족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마주보게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첫사랑>은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내 추억을 떠올리고 살포시 웃을 수 있게 되니 <첫사랑>의 의미는 좀 더 특별해진다.

 

<첫사랑>은 열세 살 동재의 서투른 사랑과 인생 이야기이건만, 다 큰 어른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책이다. 이금이 글의 매력이 두루 담겼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첫사랑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푸른책들(2009)


태그:#이금이, #첫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