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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참 대화의 능력이 부족하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과 대화가 안 된다. 대화의 상대방이 학생이든 동료든 가족이든 대화를 잘하고 싶어도 잘 안 된다는 것을 느낀다.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잘못 이해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고서 내가 행동을 했는데 오히려 그 사람한테서는 오해를 받는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잘 정리가 안 되기도 한다. 아니면 충분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각기 제3자와 휴대폰 통화

우연히 식당에서 본 한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고기 굽는 숯불을 사이에 두고 아마도 이십대 후반 혹은 삼십대로 보이는 두 남자가 마주 앉아있다. 젓가락으로는 열심히 고기를 뒤집다가는 한 점 집어다가 장을 찍은 후 입 안에 넣는다. 빈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잔을 부딪친 후 입안에 털어 넣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친구와 한잔을 하는 술집에서의 풍경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풍경에서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은 놀랄만한 일이 이어진다. 두 사람 다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들리는 얘기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사실 두 사람의 이야기 상대는 마주 앉은 상대방이 아니라 어딘가에 있는 다른 사람이다. 바로 휴대전화를 통해서 서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장면까지 오게 되었을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쪽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야기는 길어지고 그 사이에 다른 친구에게도 전화가 왔다. 이 친구도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통화가 길어져서 서로 전화 속 상대방과 대화에 몰두하는 장면이 바로 내가 목격한 그 장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목격한 장면이지만 내게 있어서 이 에피소드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대화나 관계가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하나의 표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부르지 않는 각자 노래방

비슷한 경험을 노래방에서도 하게 된다. 노래방에 들어가 둘러앉으면 차례로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자기가 부를 노래를 찾아서 노래방 기계에 입력을 하고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그러나 나만의 경험인지는 모르지만 노래 부르는 사람은 대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마이크를 들고 주인공이 된 사람은 화면에 떠오르는 가사에 따라 전자음으로 나오는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에 바쁘다. 부를 노래를 찾느라 제목을 뒤적이는 사람, 시끄러운 노랫소리 사이에 옆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 음료수를 마시며 취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사람. 모두가 함께하는 노래라기보다는 혼자만 반주기계를 상대로 노래를 부르고, 각자 차례가 돌아오면 역시 혼자 부르고. 결국 각자 부르는 노래방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50년 전에 비틀즈가 불렀던 엘리노어 릭비라는 노래의 가사를 떠올린다. "그 모든 외로운 사람들(All the lonely people). 그들은 모두 어디서 오나(where do they all come from?). 그 모든 고독한 사람들(All the lonely people). 그들은 어디에 속하는 사람들인가요(Where do they all belong?)." 아마도 60년대 영국에서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의사소통 도구들 때문에 대화의 방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성취물에서 찾는 생산중심의 사회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타인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자아가 아니라 사회적 잠재의식이라 할 수 있는 문화 속에 숨어버렸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우리 사회에는 대화를 위해 열려있는 물리적 공간이나 시간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화, #엘리노어 릭비, #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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