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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셋이나 학교에 보냈지만 선생님을 찾아 뵙는 일은 1년에 한 번 있는 '공개수업'을 참관할 때입니다. 딸 서헌이는 지난 주부터 17일에 공개수업 한다고 꼭 오라고 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겠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수업을 빠지지 않고 갔을 정도로 우리 부부는 공개수업을 좋게 생각합니다.

 

5학년 아들 인헌이와 4학년 딸 서헌이가 같은 날 공개수업을 하기 때문에 아내와 내가 같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서헌이는 불만이 많습니다. 자기 반 공개수업은 잠깐만 보고 오빠반 공개수업만 본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요.

 

불만이 있으면 반드시 해결하는 성격이라 엄마에게 부탁을 했답니다. 아빠는 오빠 반, 엄마는 자기 반에 들어오라고. 아침에 밥 먹다가 서헌이는 아빠보고 오빠 반에 가라고 했으니 오늘 아빠가 학교에 안 간다고 했더니 눈에서 그만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습니다. 눈물 흘리는 딸에게 아빠가 학교에 갈 것이니 울지 말라고 하니 금방 눈물이 그쳤습니다.

 

서헌이 반 공개수업 내용은 우리 지역 문화재 알기입니다. 지난 주부터 우리 지역 문화재와 진주 8경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면서 컴퓨터 앉아 공부를 했었는데 오늘 공개수업을 위해 준비한 모양입니다.

 

선생님이 다 준비하고, 가르치는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공개수업을 같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모습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공부를 하니 참여와 집중력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헌이 반은 동시 발표회입니다. 자기가 직접 지은 시를 발표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지은 동시를 조금 고쳐 발표했습니다. 얼마나 잘 지었는가보다는 자기가 시를 직접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좋아했습니다. 생각보다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먼저 발표하겠다고 떼쓰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우리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초등학교 때 발표 한 번 못해도 아빠에 비하면 인헌이는 대단합니다. 잘 하는 것은 없어도 무엇이든 하려는 아이입니다.  '삼계탕'라는 동시를 지었습니다.
 

'삼계탕'

 

얼큰하고 시원하고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그랟 호호 불며 먹고 싶어

 

소리만 들어도 침이 입에 고이는 걸

덥다는 소리도 삼키며

가족하고 즐겁게 먹고 싶어

 

물었습니다. 얼큰한 삼계탕이 있는지, 대답은 삼계탕에 고춧가루를 뿌리면 얼큰해진답니다. 또 삼계탕은 펄펄 끓는데 왜 '시원하다'고 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답은 삼계탕을 먹으면 땀이 얼굴에 송골송골 맺히면서 시원해진다고 했습니다. 뜨거운 것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삼계탕을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니 마음이 묘해졌습니다.

 

공개수업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우리 지역 문화재를 찾고, 공부하는 모습과 자기가 직접 지은 동시를 발표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습니다. 학교 교육이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음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 내가 지은 시 아이들이 직접 지은 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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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개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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