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쉬고 있는 갑자기 전화가 울렸습니다. 내가 속한 단체가 신학 논쟁이 있습니다. 그 일에 판관 자리를 맡아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또 왔구나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 아니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목사님이 한 전화였습니다. 예배당 짓는 일에 손이 필요하니 시간 있으면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이 분은 독특합니다. 교회 이름도 '작은교회'입니다. 지금까지 예배당 건물도 없었습니다. 이제 시내를 벗어나 경남 진주시 수곡면 산골짜기에 예배당을 짖고 있습니다. 예배당도 콘크리트가 아니라 볏짚 공법입니다.
예배당은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산마을도 온통 콘크리트로 지은 집들인데 볏짚으로 지은 예배당이 다 지어지면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입니다. 볏짚 공법이 좋은 점은 너나 할 것없이 집 짖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초는 목수 아저씨가 다 하지요.
알듯이 볏짚은 습기에 약합니다. 곰팡이가 피면 썩어버립니다. 볏짚이 썩으면 볏짚으로 지은 집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집을 다시 지어야 합니다.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맨 밑에 석회를 뿌려야 합니다. 석회를 뿌리면 습기를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석회를 뿌리는 일로 볏짚 집을 짖기 시작했습니다. 목수 아저씨들이 다 해 놓은 곳에 석회 뿌리는 일만 하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중에 나도 작은교회 예배당 짓는 일에 한 몫했다고 자랑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석회를 뿌리고 볏짚은 넣어야 합니다. 보기는 쉬워도 여간 어럽지 않습니다. 원래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인다고, 다른 사람이 일이 쉽게 보입니다. 볏짚 넣는 것 정도야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닙니다. 볏짚이 원래 허물허물하기 때문에 단단히 다지지 않으면 보온효과가 많이 떨어집니다. 특히 구석진 곳에는 더 볏짚을 촘촘히 넣어야 합니다. 볏짚이 단단해지도록 나무 막대기로 다져야 합니다.
볏짚을 넣고 넣고, 다지고 다져도 일은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무렇게 하면 나중에 어찌 될지 모릅니다. 볏짚으로 집을 지어보니 빨리빨리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너긋하게 쉬면서 지어야지 서둘다가는 제대로 된 볏짚 집은 구경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산마을에 집을 짖고 사는 것도 좋은 데 볏짚으로 지은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은 더 좋은 일입니다.
오늘 하루 할 일은 다 끝났습니다. 볏짚을 다 넣었습니다. 손목이 다 아픕니다. 볏짚이라 먼지도 많이 나고. 군대 제대 후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으면 나중에는 손바닥이 다 벗겨집니다. 독특한 냄새도 납니다.
하지만 볏짚은 손도 깨끗합니다. 그냥 흐르는 물에 씻으면 됩니다. 볏짚이 이렇게 좋은 데 사람들은 콘크리트 문화에서 잘 벗어나지 못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볏짚 집은 물만 새지 않고, 습기만 차지 않으면 30년쯤 간다고 합니다. 내 나이 마흔 넷이니 볏짚 집을 지으면 다시는 짖지 않아도 됩니다. 콘크리트도 30년 지나면 다시 지어야 합니다. 볏짚 집은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나무 골조가 의외로 튼튼합니다.
볏짚 집 짖는 일을 하루 도와주면서 콘크리트 문화에 찌든 우리네 삶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볏짚 한 단을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튼튼하지도 않습니다. 불에도 약합니다. 습기에 약합니다. 어디 내놓을 것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볏짚 하나 하나가 뭉치고, 뭉쳐지만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아름답고 생명이 넘치는 집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콘크리트 집은 가라. 볏짚 집이 나가신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