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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자전거도시로!'라는 구호에서 단박에 알 수 있듯이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2007년 3월 인천을 자전거도시로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

처음에는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로 시작했으나 지난해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로 발전했다. 올 3월 2주년을 맞이한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이번에도 장애인들과 공동으로 차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 보행자, 보행자보다 장애인을 우선하는 사람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행진을 벌였다.

2007년 3월부터 시작한 대행진은 어김없이 매달 진행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와 함께 자전거도시 만들기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점차 늘고 있다. 시민운동이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금, 자전거도시를 만들기 위한 운동은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잘 굴러간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성장 이면에는 든든한 '아줌마부대'가 있다. 이 아줌마부대가 있기에 자전거도시 만들기 운동은 쌩쌩 달린다. 자전거도시 만들기 운동은 초반기 실태조사와 정책토론회, 인천시자전거이용활성화조례 제정 등 다소 활동가 중심의 방식이었다면, 이를 동네로 가지고 들어가 주민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은 단연 아줌마다.

자전거교실 자전거교실에 참여한 한 여성이 페달을 밟기 전 균형부터 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균형잡는 연습은 언덕위에서 천천히 내려 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전거교실자전거교실에 참여한 한 여성이 페달을 밟기 전 균형부터 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균형잡는 연습은 언덕위에서 천천히 내려 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 김갑봉

물론 실태조사와 정책토론회 등에도 아줌마들이 직접 조사하고 토론자로 나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 호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올해 1월 말부터 자전거교실을 진행했으며, 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아줌마 운영위원들이다.

주민자전거교실이라고 이름 붙인 자전거교실은 지금까지 3기에 걸쳐 모두 3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일주일에 네 번씩 3주에 걸쳐 부평공원에서 열리는 자전거교실은 여느 자전거교실과 다르게 진행된다.

하루 2시간가량 진행되는 자전거 교실의 첫 수업은 자전거도시에 대한 철학 교육이다. 말 그대로 왜 자전거도시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교육한다. 단순히 자전거를 타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전거도시는 곧 사람의 도시고, 사람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런 뒤 자전거 타는 법을 교육하고, 마지막에는 직접 자전거를 수리하는 방법까지 교육한다. 이에 대한 교육생들의 반응은 감동 그 자체다. 주로 40~50대 여성들이 교육생으로 참여하는데, 교육을 받고 난 여성들은 하나같이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줄 꿈에도 생각 못해봤지만 내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임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자전거교실은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자전거를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나 문의(전화 032-525-4475)하면 무료로 배울 수 있으며 자전거가 없는 사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초반 어렵사리 구한 자전거 10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졸업한 학생들이 그 답례로 자전거를 기증해 20여 대에 이른다.

자전거교실을 이끌고 있는 이는 의외로 자전거를 전혀 탈줄 몰랐던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김경옥 총무다. 인천자전거도시와 인연을 맺은 뒤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그는 그가 배웠던 전 과정을 일지로 남겼다. 그 일지가 오늘날 자전거교실의 교본이 된 셈.

김경옥 총무는 "지난주 3기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이미 4기생이 꽉 차 있다. 5기생도 접수하고 있는데 조만간 접수가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가 좋아서, 자전거도시 만들기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 시작한 건데 교육받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좋아한다. 교육생이 느는 게 아니라 이웃이 늘고 있다. 삭막한 도시에 아름다운 공동체의 밀알이 하나둘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교실 자전거 위에서 균형 잡는 연습이 끝나고 나면 페달을 밟는 연습에 들어간다. 자전거교실에 참여한 여성들이 원을 그리며 연습을 하고 있다. 맨 앞이 이현숙씨고 이를 지켜 보는 빨간모자 선생님이 김경옥 총무, 그 옆 운영위원이 김종현 운영위원.
자전거교실자전거 위에서 균형 잡는 연습이 끝나고 나면 페달을 밟는 연습에 들어간다. 자전거교실에 참여한 여성들이 원을 그리며 연습을 하고 있다. 맨 앞이 이현숙씨고 이를 지켜 보는 빨간모자 선생님이 김경옥 총무, 그 옆 운영위원이 김종현 운영위원. ⓒ 김갑봉

부평공원에 산책 나와 자전거 배우는 사람들을 보고 신청했다는 이현숙씨는 "자전거타고 장 보러 다니는 사람 아주 부러웠다. 나도 언젠간 한번 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어디 그 게 말처럼 쉽나? 왜 운전도 남편이 가르쳐주면 구박부터 하는데… 글쎄 교육 마치고 나니 남편이 자전거를 사다줬다"며 "배워보니 아주 신나고, 좋다. 교육 받고 직접 다녀보니 장애인들은 이런 길을 어떻게 다니나 걱정도 되더라. 정성스럽게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참 순수하고 좋아서 자전거도시운동본부를 널리 전파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와 관련, 이광호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우리도 스스로 놀라는 아름다운 경험을 마을에서, 주민 속에서 체험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갈산동과 삼산동 지역으로도 확대해 삼산유수지공원에서 실시할 계획"이라며 "직접 만나보니 생활자전거에 대한 욕구가 많고 다들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한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낀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청자가 많은데 안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전거교실 1~3기 교육생들과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운영위원은 3기생들이 교육을 마치자 지난 4월 3일 부평공원에서 출발해 인천대공원까지 시내 주행을 했다. 교육생과 운영위원 모두 잔뜩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는 그들이 난생처음 두 바퀴로 인도와 차도 위를 달려 본 것. 급브레이크를 밟아 위험한 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그날의 자전거 행진이 그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은 3기 교육생 전영매씨가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인터넷카페에 올린 글이다.

3기 교육생 전영매씨가 카페에 올린 글
1기 선배들과 3기 동기들 그리고 우리를 아주 잘 가르쳐 준 선생님들과 함께 난생 처음 자전거를 타고 인천대공원에 갔다 왔습니다.

제일 꼴찌라 힘은 들었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다녀왔어요. 다시 한 번 자신과의 싸움이었지요. 상상도 못한 일을 제가 해낸 거예요.

대공원 행진에 참여한 것부터가 무모한 짓이 아닐까, 나 하나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피해만 주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은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다녀왔어요.

자전거의 매력을 다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요. 오늘 기분을 말로는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요. 길가에 개나리를 뒤로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나 자신이 아주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행복하고 그랬어요.

정말 즐겁고, 활기차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자전거를 신나게 탄 후에 먹는 점심은 정말 꿀맛보다 더 '짱'이었죠.

현숙 언니의 섬세한 간식보따리(간식보따리 안에 밥 있다!)는 감동 그 자체였어요. 1기 선배님이 싸온 추억의 도시락, 떡, 나물, 과일, 아! 그리고 사무국장님의 샌드위치…. 모두가 무척 맛있었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데…. 오늘은 제가 꼴찌였지만 더 많이 연습해서 다음에는 선두는 아니어도 중간정도, 아니 선두에 설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연습할 겁니다. 도와주신 선생님들과 1기 선배님들, 3기 동기생님들 수고 하셨고요.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도시#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자전거교실#아줌마#부평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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